식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암시하는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일 같지만 많은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일입니다. 나와 타자에게 끼치는 영향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력 또한 큽니다. 좁게 보면 개인의 건강과, 넓게 보면 동물권과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식탁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에 역시 식탁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은 비건, 푸드마일리지와 관련한 기자의 도전기이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면이 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시간은 ‘채밍아웃’입니다. [편집자주]

많은 비건이 비건을 시작할 때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채밍아웃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채밍아웃은 ‘채식’과 ‘커밍아웃’의 합성으로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비건이 비건을 시작할 때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채밍아웃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채밍아웃은 ‘채식’과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자가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입사한 지도 이제 1년 넘었다. 그동안 환경 관련 소식들을 찾아서 읽고 보고 또 기사로 쓰면서 기자 개인에게도 영향을 준 주제가 있다면 ‘비건’과 ‘제로 웨이스트’가 있다. 이 둘은 모두 식탁과도 연결된다. 

비건이라는 말 자체는 동물로 만든 모든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자 활동을 뜻한다. 육류와 해산물은 물론, 우유, 치즈, 계란,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식품을 일절 먹지 않고 가죽이나 모피, 상아 등 동물을 착취해 만든 제품도 소비하지 않는다.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다 보니 많은 경우 비건 하면 채식주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무래도 음식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그렇다. 

몇몇 환경운동가들은 비건에 너무 엄격하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엄격하게 지키다 빨리 지치는 것보다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비건 1명보다 불완전한 비건 지향인 100명이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말도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할 때 큰 위안이 된다. 비건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관심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기자가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입사 후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였다. 그 전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 이를테면 육식이 지구온도 상승과 동물권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다.

공장식 축산업이 안고 있는 환경 문제, 동물권 유린, 살처분 방역의 문제점 등을 자세히 알게 되자 육식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업에서도 빠른 속도로 변화를 반영해 식물 기반 식품과 비건 인증 제품을 늘려가고 있었다. 

관심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보기로 결심한 건 지난 복날이었다. 영양과잉이 문제인 현대인들에게 복날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저 제철과일을 먹으며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던데 습관처럼 치킨을 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조리된 닭을 먹는데 문득 좁은 케이지에 갇힌 닭들이 떠올랐다. 씹고 뜯고 있는 대상이 갑자기 이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치킨‘이라는 조리된 음식으로서가 아닌, 사람들의 불필요한 소비로 A4 용지보다 작은 케이지 속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이라는 동물로 다가온 것이다. 어느 요리 사이트에서는 소로 만든 요리를 ‘스테이크’라는 그럴 듯한 이름 대신 ‘소사체 요리’라고 명명하던데 치킨 역시 그 말처럼 다가왔다.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소나 돼지, 닭과 같은 동물을 재료로 한 음식이 먹고 싶지 않았다. 먹고 싶은데 참는 것이었다면 비건을 생각해보기 어려웠겠지만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내 돈으로 고기 사 먹지 않기’를 기준으로 되도록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다만 이미 사 놓은 재료가 있거나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고기 메뉴가 나왔을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먹긴 했다. 그러나 그마저 줄이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채밍아웃이었다. 채밍아웃은 ‘채식’과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이자 시셰퍼드 활동가인 김한민은 저서 ‘아무튼, 비건’에서 “비건만큼 ‘커밍아웃’을 했을 때 실제 생활에 파급력이 큰 경우도 드물다.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매끼마다 스스로 선택의 순관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직접 해보면 주위의 관심 혹은 ‘감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어남을 체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채밍아웃’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나면 ‘관심’과 ‘감시’의 눈길에라도 스스로 더 긴장하며 행동을 점검하고 착실하게 실천하게 된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실제로 채밍아웃은 중요한 것 같았다. 기자의 경우 가족에게는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고 비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친구나 지인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최근 생일날 친구로부터 치킨 세트 쿠폰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축하 메시지와 함께 온 선물이었기에 당장 ‘나는 비건을 지향해’라며 거절하지도 못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비건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에게 말하니 “주변에도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조언을 했다. 

그의 조언대로 오는 주말에는 친한 친구들에게부터 비건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전하려고 한다. 이후 비건과 관련한 실천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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