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되던 재고 의류 해체해 새로운 옷으로
재고 의류·페트병 업사이클링에 뛰어든 패션 업계
백화점도 친환경 PB 브랜드 론칭에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코오롱FnC가 2012년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 코오롱 그룹에서 발생한 재고 의류를 해체해 다시 옷과 가방 등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FnC 래코드 21FW 재킷. (래코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오롱FnC가 2012년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 코오롱 그룹에서 발생한 재고 의류를 해체해 다시 옷과 가방 등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FnC 래코드 21FW 재킷. (래코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패션 업계에 업사이클링 소재 의류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 패션 브랜드에서는 기획성이 아닌 지속적인 친환경 라인을 따로 만들어 제품을 개발 하고 있다. 

패션업은 그동안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오염의 큰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패션업의 반환경적 측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업계 내에서도 친환경 소재 개발부터 순환 시스템 구축까지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소각되던 재고 의류 해체해 새로운 옷으로

최근에는 BTS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 정장을 입으면서 친환경 소재와 업사이클링 패션이 주목받았다. 

래코드는 코오롱FnC가 2012년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로 코오롱 그룹에서 발생한 재고 의류를 해체해 다시 옷과 가방 등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행사에서 BTS가 입은 정장은 래코드가 코오롱FnC 남성복 재고로 제작한 의상이었다. 래코드는 재고 의류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백, 카시트 등 산업 폐기물을 활용한 라인도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션 업계에서는 3년 이상이 지난 재고 의류를 소각하는 것을 관행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업계 안팎에서 재고 의류 소각이 불필요한 자원 낭비이자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래코드 관계자는 본지에 “2012년 국내 최초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런칭할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가치소비가 부각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가치소비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고 분위기 변화를 전하면서 “래코드는 재고를 해체해 의류를 만들고 모두 한정판으로 제작하는 만큼 수량이 많지 않아 볼륨 자체가 크진 않지만 재구매율이 다른 브랜드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치소비와 업사이클링못지 않게 옷은 기본적으로 예뻐야 하기에 우리 역시 고객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디자인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독특한 디자인이 고객 소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재고 의류·페트병 업사이클링에 뛰어든 패션 업계

휠라가 선보인 친환경 프로젝트 슈즈 '어스터치 시리즈'. 재활용 합성 가죽과 재활용 코르크 등 폐기물을 재가공한 소재를 사용했다. (휠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휠라가 선보인 친환경 프로젝트 슈즈 '어스터치 시리즈'. 재활용 합성 가죽과 재활용 코르크 등 폐기물을 재가공한 소재를 사용했다. (휠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교적 일찍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자리해온 래코드 외에도 기존 패션 브랜드와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자원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고 의류를 또 다른 패션 아이템의 소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마감재와 예술작품 소재로 활용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패션 업계에서 흔히 보이는 업사이클링에는 기존 의류나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를 활용해 또 다른 의류를 제작하는 방법이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 초부터 백팩 등 모든 가방에 재생 원단인 리뉴(RENU)와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리뉴는 버려진 의류나 섬유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소재로 디스커버리 가방의 안감과 겉감에 적용된다. 

디스커버리는 내년부터 친환경 제품 라인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는 봄 시즌부터 재생 나일론 중공사 원사로 제작한 원단 ‘마이판 리젠 로빅에어’를 가방에 적용, 내구성은 강화하면서 더욱 경량화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니트에도 페트병 원사를 활용하고 있다. 니트웨어 브랜드 세컨스킨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를 활용한 친환경 라인 ‘에코스킨’을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세컨스킨에 따르면 플라스틱 원사를 활용하면 특유의 뛰어난 신축성과 탄성의 기능적 측면이 돋보인다. 

휠라는 업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한 프로젝트 신발 ‘어스터치 시리즈’를 론칭했다. 재활용 합성 가죽과 재활용 코르크 등 폐기물을 재가공한 소재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신발 겉감에는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종이 소재인 친환경 방수지를 사용했다. 신발을 포장하는 박스와 제품에 붙은 태그 등 패키지도 재활용 종이로 제작했다. 

◇ 백화점도 친환경 PB 브랜드 론칭에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은 백화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친환경 PB 브랜드를 따로 런칭하거나 기존 브랜드에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던 재고 의류를 인테리어 마감재나 예술작품 소재로 재활용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9일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PB 브랜드 OOTT를 런칭했다. OOTT란 ‘Only One This Time’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지금 이 순간 오직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 상품’을 의미한다. 

OOTT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런칭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잠실점, 부산 본점, 본점 등에서 브랜드를 운영한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원단고 나일론을 사용한 리사이클 원단부터 재생다운을 충전재로 한 패딩 등을 선보인다. 이밖에 비건 패션 브랜드 등 환경 친화적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도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옷 이외에 태그와 쇼핑백에도 친환경 요소를 반영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OOTT 태그는 컵받침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고 쇼핑백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를 사용,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올해 초부터 재고 의류를 변형시켜 섬유 패널 등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시켜 인테리어에 반영했다.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는 더한섬하우스 부산점 탈의실에 적용됐다. 한섬에 따르면 해당 탈의실 벽면 면적은 총 150㎡ 규모로 티셔츠 1만5000벌, 재고 의류 약 3000kg이 사용된 것으로 산출됐다. 

한섬은 이와 함께 재고 의류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아트업(Art-up)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수명이 다 돼 벌목된 나무나 재고 의류 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옷걸이, 진열대와 같은 인테리어 집기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 

한섬은 이와 같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올해 연간 재고 의류 물량의 절반 수준인 30톤가량을 업사이클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섬이 그동안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소각한 재고 의류는 약 60톤에 이른다. 

한섬에 따르면 소각 대신 친환경 방식으로 재고 의류를 처리하게 되면 비용적으로는 기존 대비 6배, 기간은 최장 2주가 더 소요된다. 대신 연간 약 144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2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