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금융시스템 붕괴할수도...다른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나 예측 어려워
한은 관계자는 "기후위기 리스크 관리 체계구축, ESG 투자 활성화 등으로 앞서 대처해야"
국내 시중은행, 탈석탄 선언·적도원칙 등으로 기후위기 대응 나서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 9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상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날씨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는 날씨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칩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큰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 그리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연한 얘기고 간단한 해법입니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고쳐야 할 습관과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기후위기와 그 해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시선과 논의들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달라진 날씨가 세상에 어떤 위기를 가져왔는지, 금융계와 산업계, 그리고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무슨 조언을 내놓는지도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각국 중앙은행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각국 중앙은행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각국 중앙은행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위기로부터 유발되는 금융위기는 다른 금융위기와 비슷하거나 또는 더 큰 수준의 충격을 일으키면서도, 코로나19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로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보험사들이 자연재해와 인재로 2019년보다 32%가 늘어난 83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호주와 캐나다는 우박으로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북유럽에서는 2월 겨울 폭풍으로 인한 홍수와 정전 등으로 20억달러 이상의 보험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등에서 8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해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 청구가 있었다. 올해 2월에 미국은 사상 초유의 한파로 정유설비와 반도체 등 주요 생산설비가 얼어붙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및 파손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증했다. 4대 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추산한 장마철 차량 침수피해액은 지난해 8월 중순 기준 약 707억원에 달한다. 

◇ 기후위기 대응 나선 각국 중앙은행 

이같은 피해가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금융안정기후위원회(FSCC)를 출범해 기후위기 대비에 나섰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연준이 2010년 설립한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와도 협력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기후변화 전담 조직을 세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연합(EU)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할 때 기후 위험을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에 따른 통계 데이터를 구축하고, 2022년부터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시행한다. 또한, 2023년부터는 회사채 매입(CSPP)에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위원회(MPC) 임무에 물가안정 유지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포함시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탈탄소화에 공헌하는 투자와 융자를 하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금리 0%대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부터 금융안정국·조사국·통화정책국·외자운용원 등 4개 부서가 참여한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연내 각 부서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하나로 모아 보고서 형식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9월에는 외화자산 운용에 환경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시스템의 안정성 훼손 방지를 위해 은행들은 기후위기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 체계구축, ESG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앞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고탄소산업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시중은행, 탈석탄 선언·적도원칙 가입 이어져

국내 시중은행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KB금융은 지난 9월 금융권 최초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아울러 파리기후협약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저탄소 경제,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계속 늘려가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적도원칙'을 채택한 이후 시중은행 최초로 적도원칙 이행보고서를 발간했다. 적도원칙 적용 대상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서 등 자료검토를 통해 프로젝트의 적도원칙 준수여부를 심사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보완 후, 적도원칙 준수사항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여신 취급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그룹 내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은행만 보유 중이던 '그룹통합환경관리시스템'을 통한 온실가스 관리를 전 그룹사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에너지, 폐기물, 용수 등 주요 환경관리지표에 대해 자회사별 목표를 배분하고 이행현황을 관리하는 등 세계적인 탄소 감축 추진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탄소중립 선언 이전부터 녹색금융 추진을 위한 TF팀을 운영해왔다. 기후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PF(project Financing)대출과 채권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 부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임팩트 금융'으로 신재생에너지 등의 친환경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탈석탄 선언 이후 석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신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금융기구인 금융안전위원회가 설립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CFD)' 지지를 선언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JB금융그룹 계열 전북·광주은행, BNK부산은행에 이어 BNK금융지주, 대구은행 기반의 DGB금융그룹 등은 지방은행도 탈석탄 금융에 동참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회사 PF와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또 관련 사업의 채권 인수 중단을 추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주도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금융 관련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연이은 자연재해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상향안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하면서 금융권의 기후위기 대응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녹색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시민단체, 정부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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