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영향 줄여라” 달라지는 패션 기업들
키워드는 친환경...아웃도어 브랜드 소재 혁신
환경 영향 줄이려는 협업도 활발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여덟번째 시리즈는 패스트패션입니다. 매년 수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그 옷은 대부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집니다. 이런 경향을 두고 패션에서의 기후긍정성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류는 옷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편집자 주]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이 ‘지속가능’과 ‘친환경’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제품 구매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겠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원순환 구조를 제품 생산과 연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파타고니아가 지난 10월 14일 출시한 리사이클 다운 홍보용 이미지. (파타고니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이 ‘지속가능’과 ‘친환경’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제품 구매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겠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원순환 구조를 제품 생산과 연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파타고니아가 지난 10월 14일 출시한 리사이클 다운 홍보용 이미지. (파타고니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이 ‘지속가능’과 ‘친환경’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제품 구매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겠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원순환 구조를 제품 생산과 연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환경 영향 줄여라” 달라지는 패션 기업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패션업계 전반에서 들려온다. 최근 1~2년 새 패션업계들이 지속 가능 '친환경' 트렌드에 눈을 돌린 경우가 많다.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한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 패션 트렌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이 꾸준히 등장하고, 의류를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기업과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맥킨지 뉴 에이지 컨슈머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가 제품 구매 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밀레니얼 세대로, 젊은 세대일수록 패션의 환경 요소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경향은 곳곳에서 관찰된다. H&M은 지난해 중고 의류 판매에 이어 의류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프라이탁은 P2P 공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을 서로 연결했다. 자라도 100% 지속가능한 패브릭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물산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지난해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을 출시하고 빈폴레이디스는 페어망을 재활용한 재생나일론 소재의 옷을 출시한 바 있다. 파타고니아와 K2, 노스페이스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리사이클과 폐페트병 추출 소재 등을 소재로 다양한 환경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중고 패션 플랫폼이자 패션 스타트업 더리얼리얼이 나스닥에 상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입지 않는 옷을 공유하는 플랫폼들도 다수 선보였다.

◇ 키워드는 친환경...아웃도어 브랜드 소재 혁신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재 관련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를 표방하는 파타고니아는, 지난 14일 리사이클 다운 ‘비비 다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매년 파타고니아에서 선보이는 대표적인 다운 제품이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쿠션과 침구, 기타 다운 제품에서 사용했던 다운을 재활용한 600필파워의 리사이클 다운으로,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도 높은 수준의 보온성과 기능성을 선사한다”라고 밝혔다. 겉감에는 내구성 발수 처리된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적용했고 요크, 안감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 블루사인 인증을 받았다.

파타고니아의 리사이클 다운은 유럽 전역에서 수거한 재판매가 불가한 제품 속 거위, 오리털 다운을 섞어 제작됐으며, 수거부터 분류, 세척, 건조, 최종 봉제까지 파타고니아의 엄격한 고품질 기준을 맞춰서 생산되고 있다. 리사이클 다운 외에도, 파타고니아는 강제로 사료를 먹여 키운 거위에서 얻은 다운이 절대 들어가지 않은 100% 유통 과정 추적이 가능한 TDS인증 다운 제품을 사용하는 등 환경과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윤리적으로 생산 가능한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9월 “K-에코 테크를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친환경 리사이클링 제품인 ‘K-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했다”라고 밝혔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수년간 윤리적 다운 인증(RDS) 도입 및 확대, 친환경 인공 충전재 개발 및 전 제품에 대한 퍼 프리(FUR FREE) 적용은 물론, 리사이클링 소재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F/W 시즌 최초로 리사이클링 소재 친환경 플리스 제품을 선보이며 에너지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가 주관한 ‘2019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 상품’을 수상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물량을 2배 이상 늘리고 주력 제품들의 페트병 재활용 비율을 높여 플리스 단일 품목으로만 연간 약 1,335만개의 페트병(500ml 환산 기준)을 재활용했다. 올해는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원단을 적용하는 등 첫 도입 이후 플리스 한 품목에서만 약 3,000만개 이상의 페트병(500ml 환산 기준)을 재활용하며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환경 영향 줄이려는 협업도 활발

소재 관련 분야에서도 친환경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행보는 패션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효성티앤씨는 지난 9월, 광양만권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만든 ‘리젠’을 지역 기업과 업체들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는 포스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8월 31일 ‘광양만권 자원순환 프로젝트’에 대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활성화하고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취지다.

업무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내의 폐페트병을,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항만 내의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효성티앤씨가 수거된 폐페트병을 리사이클 섬유 ‘리젠’으로 생산한다. 리젠은 효성티앤씨가 100%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로, 최근 많은 패션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다.

당시 효성티앤씨는 “이번에 생산되는 리젠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근무복, 안전조끼와 같은 필수제품으로 제작된다. 또한, 지역 내 사회적 기업을 통해 다양한 굿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함께 폐어망을 재활용해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인 ‘마이판 리젠오션’을 생산하는 MOU도 체결한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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