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말고 대나무...칫솔에 부는 혁신 바람
치약, 튜브에서 짜지 말고 씹으세요?
칫솔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5번째는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칫솔과 치약입니다. 이를 닦는 도구들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필환경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널리 통용되는 단어다. 네이버 어학사전 오픈사전에는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없는' 칫솔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과 다른 소재를 혼합해서 만드는 칫솔, 그리고 튜브에 담긴 치약의 사용 습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플라스틱과 다른 소재를 혼합해서 만드는 칫솔, 그리고 튜브에 담긴 치약의 사용 습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플라스틱 칫솔에 플라스틱 튜브에 담겼던 치약을 짜서 이를 닦는다. 플라스틱 물컵으로 입을 헹구고 그 칫솔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살균기나 보관대에 걸어둔다. 하루를 플라스틱과 함께 시작하는 셈이다.

인류는 치약과 칫솔을 얼마나 쓰고 버릴까. 서울 강동구청이 지난해 오랄-비 국내 판매 통계치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연간 4,300톤에 달하는 칫솔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는 지난 9월 16일자 기사에서 약 294억 개. 무게로 치면 60만 톤의 플라스틱 칫솔이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재활용 전문기업 테라사이클과 오랄-비 등에 따르면 칫솔은 약 70%가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하지만 고무와 나일론 등 복합재질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플라스틱 튜브에 담겨 판매되는 칫솔을 고려하면 인류가 이를 닦으면서 지구에 내놓는 플라스틱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플라스틱 말고 대나무...칫솔에 부는 혁신 바람

최근 쓰레기를 줄이거나 없애자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 열풍이 불면서 치약과 칫솔을 둘러싼 시장과 소비문화에 변화가 생겼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대나무 칫솔과 플라스틱 튜브가 아닌 다회용 용기에 담긴 고체치약 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최태원 SK회장이 SNS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던 한 브랜드의 대나무 칫솔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약 100만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랜드의 고체치약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40만개에 이른다. 환경보호 활동으로 유명한 배우 임세미는 최근 뉴스펭귄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며 다 쓴 칫솔은 집에 있는 작은 텃밭에 칫솔모를 빼서 지지대로 쓰거나 강아지 껌 대용으로도 사용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환경 관련 다양한 행보를 보여왔던 배우 박진희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나무 칫솔 사용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플라스틱 대신 다른 소재로 만든 칫솔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지난해 임직원 및 자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다 쓴 플라스틱 칫솔을 친환경 대나무 칫솔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JDC는 발생억제(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 그리고 인식개선(Remind)을 뜻하는 JDC 4R 환경캠페인을 일환으로 해당 이벤트를 진행했다.

◇ 치약, 튜브에서 짜지 말고 씹으세요?

대나무 칫솔과 함께 주목받은 제품도 있다. 고체 치약이다. 이른바 ‘에코소비’에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고체비누가 인기였고 고체 형태의 샴푸바, 린스바 등도 여러 제품이 출시됐다. 설거지바라고 부르는 주방용 고체비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고체치약도 출시됐다. 마치 알약처럼 생긴 알갱이 한 알로 이를 닦을 수 있다. 

고체치약이 환경에 도움 된다는 시선은 사용 후 버려지는 튜브 때문이다. 여성신문이 미국 치약 브랜드 '바이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간 10억개의 플라스틱 치약 튜브가 버려진다. 치약 튜브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섞인 혼합 재질이어서 재활용이 어렵다. 고체치약은 다회용기 등에 담을 수 있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제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자도 대나무 칫솔과 함께 고체 치약을 사용해봤다. 그런데 기자가 처음 사용했던 고체치약은 기존 젤 형태 치약보다 더 환경적이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제품이어서다. 소분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부피도 작아 휴대가 간편하지만 플라스틱 병과 뚜껑에 담겨 있었다. 실제로 고체치약 제품 중에는 플라스틱 케이스와 비닐 등으로 이중 포장된 제품도 있다. 

기자가 최근 사용한 제품은 알루미늄 소재의 작은 캔에 담겨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도 그렇지만) 다회용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한 용기는 따로 모아 작은 물건을 수납하는 용도로 재활용 중이다. 기자가 사용한 고체치약은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 칫솔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들

칫솔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여러 곳에서 이미 있었다.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전문기업 테라사이클과 구강전문 브랜드 오랄-비는 지난 5월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칫솔 업사이클링 카드지갑’을 판매했다. 업사이클링 카드지갑은 테라사이클과 오랄-비가 진행하는 칫솔 재활용 캠페인 ‘블루우체통 캠페인’ 활동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양사는 다 쓴 칫솔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학교, 치과 등을 대상으로 칫솔 수거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올해 5월까지 약 124개의 학교 및 치과에 폐칫솔 수거함을 설치해 약 1,200kg의 폐칫솔을 재활용했다. 수거된 칫솔은 재생 원료화 공정을 거쳐 업사이클링 화분, 줄넘기, 치아 교정 장치를 보관할 수 있는 리테이너 케이스로 재탄생되어 지역 사회에 기부됐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10월 오랄-비와 테라사이클, 그리고 환경단체 ‘쿨시티강동네트워크’와 함께 폐 칫솔 재활용을 위한 ‘블루우체통 캠페인’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강동구는 구청 안에 블루우체통 수거함을 설치하고, 쿨시티강동네트워크와 함께 주민 대상 환경교육과 환경행사에서 블루우체통 캠페인 홍보에 나섰다.

당시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폐기물 제로화 노력이 필요하다. 분리수거가 안 되던 칫솔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블루우체통 캠페인이 나부터, 작은 것부터 저탄소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칫솔과 치약을 둘러싼 작은 실천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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