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흐름 속 위기의 정유업계...공통 대안은 '수소'
정유 줄이고 수소 키우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협업으로 수소벨류체인 강화하는 GS칼텍스
정유와 수소 함께 노리는 에쓰-오일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꼽힙니다. 현재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산업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화석에너지원을 대체할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원은 '수소(H2)'입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연소하더라도 소량의 물과 아주 적은 양의 질소산화물만 발생시키는 청정에너지로 불립니다. 또한 질량 1g당 발열량이 석유보다 3배 이상 높은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을 해소해줄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정부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 에너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수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수소 사업을 이끌기 위해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홉 번째 순서는 탄소중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수소 산업에 주목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개 국내 정유사입니다. [편집자 주]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꼽히는 정유산업이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수소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정유사는 정유산업 규모를 줄이고 수소 등 친환경 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수소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꼽히는 정유산업이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수소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정유사는 정유산업 규모를 줄이고 수소 등 친환경 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수소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고, 부산물로 석유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정유기업들이 수소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정유산업은 세계 5위 수준의 정제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수출 산업에서 6위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정유산업은 탄소배출이 많은 ‘굴뚝 산업’으로도 지적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 흐름과 함께 국내에서도 탄소중립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유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 정유산업이 선택한 것은 청정에너지 수소다.

◇ 정유 부문 줄이고 수소 강화하는 SK이노베이션

수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지난 7월 1일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를 열고, 기존 석유화학 산업을 그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의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정유산업 부문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5년간 총 30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사업 비중도 현재 30% 수준에서 7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수소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3년부터 연 3만 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부생수소는 SK E&S가 고순도 액화수소로 정제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은 수도권에 인접한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활용, 액화시킨 뒤 수도권 인근에 바로 공급할 계획으로 수송 비용에서 타기업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SK E&S가 보유한 천연가스의 생산-유통-소비에 걸친 벨류 체인을 완성한 경험과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수소생태계 초기단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본원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5년 간 약 18조 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걸친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 전략으로 ‘블루수소 벨류체인 완성’ 노리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의 생산·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벨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에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있다.

같은 달 현대오일뱅크는 '비전 2030'을 통해 현재 85% 수준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고, 블루 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등을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 톤을 생산 및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수소생산 업체인 에어프로덕츠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어프로덕츠는 액화수소 원료인 천연가스를 비롯해 정유 부산물 등 다양한 원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과 액화수소 저장·운송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액화수소 생산과 수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수소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 수소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부산물과 천연가스를 통해 액화수소인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자동차 발전용 연료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별도의 설비를 통해 친환경 건축자재인 탄산칼슘과 드라이아이스, 비료 등으로 자원화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전량을 회수 활용하기 위해 액체 탄산 제조기업 신비오케미컬과 협업해 액체 탄산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지난 6월 14일 충남 대죽 일반산업단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신비오케미컬은 내년 상반기까지 800억원을 투자해 액화 탄산 생산공장을 완공해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와 드라아이스를 생산할 예정이며,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내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20만 톤/년을 제품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외에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판매 인프라 확충과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전국 180개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남동발전과 협업해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수소료전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를 대산공장에 구축하고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까지 구축, 수소벨류체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최근 태양광 패널 소재 생산, 온실가스 자원화, 바이오 항공유 등 친환경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3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시, 한국동서발전과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GS칼텍스. 해당 협약으로 GS칼텍스는 한국동서발전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여수시는 이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진행한다.(GS칼텍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여수시, 한국동서발전과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GS칼텍스. 해당 협약으로 GS칼텍스는 한국동서발전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여수시는 이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진행한다.(GS칼텍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협업으로 수소 산업 완성해 나가는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미래비전으로 수소를 선택하고 수소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면, GS칼텍스는 소리 없이 다양한 협업으로 수소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자체, 공공기관, 발전공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수소 벨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소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날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는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추출설비 구축, 탄소·포집 활용(CCU) 기술 실증 및 상용화 등을 목표로 협업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한국가스공사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수도권과 중부권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생산과 공급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또한 CCU 기술 상용화를 통해 수소 추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제품 원료나 차량 연료로 전환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지난 6월 17일 여수시, 한국동서발전과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협약으로 GS칼텍스는 동서발전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하고, CCU 기술 실증 및 상용화에 나서는 한편, 여수시는 양사의 사업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GS칼텍스와 한국동서발전은 2023년 완공 목표로 1000억 원을 투자, 여수시 소재 한국동서발전 호남화력발전소 유휴부지에 15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한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산소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부생수소를 사용한 발전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 생산된다.

이와 더불어 양사는 CCU 기술 상용화 사업을 통해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친환경 수소 벨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이번 동서발전, 여수시와의 투자협약으로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향후에도 수소 관련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유 산업과 수소 병행 선택한 에쓰-오일

에쓰-오일 역시 글로벌 탄소중립 강화 추세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그린·블루 수소 등 친환경 수소 생산 등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2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성장전략 체계인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2030년까지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제시했다.

특히 에쓰-오일은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전략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수립했다. 기존 사업분야인 정유·석유화학·윤활 사업을 지속 강화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해 지속성장을 견인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는 “신사업 분야에서도 전략적 검토를 지속하면서 성장 기회를 모색해 비전 2030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 에쓰-오일은 지난 3월 5일 연료전지 기반의 청정에너지 솔루션 회사 FCI와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수소 산업 추진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FCI에 초기투자로 지분 20%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으며, 수소산업 진입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를 시작으로 에쓰-오일은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소산업 전반에 걸친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다. 특히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 참여해 수소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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