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잉크 들어가면 순환 가치 떨어져
잉크 색 바꾸고 크기 줄이는 건 소용 없어...코팅 안료가 문제
재활용 종류에 따라 잉크 치명적인 방해 요소
홍수열 소장 “시대 바뀌고 있어...유색 잉크 로고 구식 마케팅”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들 대부분은 내용물의 안전성과 유통 편의성을 위해 포장된 상태로 판매된다.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다양한 포장재에는 해당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설명하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인쇄돼 있다. 기업에서는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 형형색색의 잉크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해왔다. 

최근 들어 잉크 역시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인쇄 과정에서의 환경적 문제와 잉크로 인한 재활용률 저하 등이 문제라는 것. 라벨도 없애는 시대에 현란한 인쇄를 뺀 포장재는 사용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해진다. 인쇄의 영향을 짚어보고 환경을 위해 개선돼야 할 지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편집자주]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급증하는 데 반해 재활용률은 턱없이 떨어진다. 재질 문제도 있지만 각각의 컵에 잉크로 인쇄되는 로고 때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급증하는 데 반해 재활용률은 턱없이 떨어진다. 재질 문제도 있지만 각각의 컵에 잉크로 인쇄되는 로고 때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실 때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재활용률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 재질 문제도 있지만 각각의 컵에 잉크로 인쇄되는 로고 때문이다. 심지어 잉크가 1cm만 들어가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 플라스틱 컵에 잉크 들어가면 순환 가치 떨어져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린다.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개인 카페까지 골목골목 가게가 즐비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정보공개서가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87개, 가맹점수는 1만5895개에 이른다. 이는 단순 카페 카테고리에 한정한 것으로 패스트푸드점, 음료를 파는 제과점, 기타 음료 제조업체까지 더하면 숫자는 큰 폭으로 증가한다.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에서 연간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최대 33억 개로 재활용률은 5%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역시 추산치일 뿐 정확한 사용량과 재활용률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일회용 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이 아니기에 생산량과 재활용량을 집계할 의무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재활용률은 턱없이 떨어진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여러 면에서 재활용 가능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그 중 하나가 잉크로 인한 문제다. 

한국일보는 지난 3월 3일자 ‘일회용 컵 ‘잉크 로고’ 1cm만 새겨도 재활용 물건너가요’ 기사를 통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10곳의 플라스틱 컵을 분석한 결과 잉크 로고를 쓰지 않은 1곳만 재활용 가능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브랜드는 파리바게뜨로 플라스틱을 변형시킨 양각으로 로고를 표현했으며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잉크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자문을 맡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기사를 통해 “잉크가 1cm만 들어가도 재활용품 품질이 시장 경쟁력을 갖지 못할 정도로 떨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색에 다른 화학물질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로고 잉크가 들어가게 되면 재활용을 방해하게 돼 순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국내 식음료·유통 업계에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수 십년간 고집해온 유색 페트를 투명 페트로 전환하고 라벨을 떼는 추세와도 연결된다. 용기를 투명 페트로 전환하고 라벨을 뗀 기업들은 제품명이나 로고를 페트에 표기해야 할 경우 잉크 사용 대신 플라스틱을 변형시켜 음각이나 양각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잉크가 섞이게 되면 유색을 무색으로 변경한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잉크 색 바꾸고 크기 줄이는 건 소용 없어...코팅 안료가 문제

그렇다면 일회용 컵에는 잉크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일까. 이를테면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해 아이스 일회용 컵에 들어가는 로고 크기를 줄이고 잉크 색을 기존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잉크 최소화 노력은 재활용 가치로 따져봤을 때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까.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단순 색상만 변경한 상황이라면 재활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이유는 인쇄를 할 때 UV코팅을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안료가 향후 재활용 과정에서 세척 시 세척수까지 오염시킬 수 있어서다. 즉, 색상의 문제가 아니라 코팅의 문제라는 것. 

마찬가지 이유로 로고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재활용률 개선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투명은 투명끼리, 유색은 유색끼리 분류해야 하는데 전부 무색이 아니면 선별 과정에서 혼선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회사 로고가 바래거나 손상될 것을 염려해 코팅을 하게 되는데 코팅 안료가 문제”라며 “이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한 염색 방식이나 제품이 나온다면 세척 시 잉크 제거 공정을 거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잉크가 없는 무지컵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공감한다”며 “내년 6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되는데 의무사항은 아니고 권장사항으로 내부적으로 표준용기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재활용 종류에 따라 잉크 치명적인 방해 요소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들어간 잉크는 재활용 종류에 따라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섬유를 뽑겠다면 괜찮지만 다시 컵으로 재활용하겠다면 잉크를 아예 안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인쇄라는 것 자체가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것인데 처음엔 용기 겉면에 인쇄를 하니까 관계 없지만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에서 화학성분도 같이 들어가 식품과 접촉하는 용기를 만든다면 처음부터 인쇄를 최소화하거나 안 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컵 표면에 들어가는 직접 인쇄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 설명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별도로 회수해 재활용한다는 것에는 다시 컵으로 업사이클링하자는 의도가 있기에 제품을 만들 때부터 식품 용기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 로고를 통해 브랜드 노출을 하고 싶다면 인쇄를 하지 않는 선에서 노출시킬 수 있는 대안, 이를테면 음각이나 양각 등 기술적인 접근법을 연구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잉크 색을 바꾸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도 이어졌다. 홍 소장은 “부분적으로 색이나 크기를 조금씩 변형하면서 그동안의 마케팅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고집을 아예 버려야 한다”라며 “업체들이 잉크 사용을 놓지 못하는 것은 결국 로고 때문인데 재활용이 안 되는 디자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서 옛날 마케팅 방법을 지속할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잉크 사용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그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일단 생산할 때 단일 재질을 선택하고 잉크 사용을 통한 인쇄를 자제하는 대신 프레스기로 눌러서 로고를 표기하거나 겉면에 띠를 두르는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이 아무 곳에나 버려지지 않도록 깨끗하게 수거해 재활용하는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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