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기 편리한 페트병...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무라벨 제품, 섬유 재활용...PET둘러싼 여러 노력들
페트병 섬유로 바꾸면...재활용 순환 고리 끊어진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3번째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입니다. 요즘 페트병을 둘러싸고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PET는 어떻게 재활용되는 게 가장 좋을까요. [편집자 주]

한국인은 1인당 연간 96개의 생수 PET(페트)병을 사용한다. 페트 소재 플라스틱 전체가 아니라 생수병만 그렇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고, 실제로 기업에서도 페트를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페트병을 비롯한 페트는 현재 재활용이 아주 잘 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96개의 생수 PET(페트)병을 사용한다. 페트 소재 플라스틱 전체가 아니라 생수병만 그렇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고, 실제로 기업에서도 페트를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페트병을 비롯한 페트는 현재 재활용이 아주 잘 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국인은 1인당 연간 96개의 생수 PET(페트)병을 사용한다. 페트 소재 플라스틱 전체가 아니라 생수병만 그렇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고, 실제로 기업에서도 페트를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페트병을 비롯한 페트는 현재 재활용이 아주 잘 되고 있을까? 페트병 관련 환경 이슈를 하나씩 짚어보자.

페트병은 쉽게 말하면 ‘페트’로 만든 병이다. 페트(PET)의 풀네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플라스틱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쇼핑용어사전에 따르면 페트는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유리병을 대신해서 탄산음료 등 식음료 용기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생수병이나 음료병 등이 페트 소재다.

페트병은 얼마나 많이 사용할까.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장용철 충남대 교수팀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생수 PET병 96개를 사용한다. 국내 전체로 따지면 연간 49억개로 무게가 7만 1400여톤에 달한다. 생수병 평균 지름을 10Cm라고 가정하면 지구를 10.6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이는 PET병 전체 사용량이 아니라 생수병만 조사한 숫자다. 그린피스는 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를 통해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며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주장했다.

◇ 사용하기 편리한 페트병...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페트병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펀리해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10월 블로그에 게재한 페트병 재활용 관련 게시물에서 “페트병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고 탄산가스나 산소차단성이 높고, 투명하기 때문에 음료병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페트병은 어떻게 버리는게 좋을까. 환경부 등이 운영하는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PET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해야 한다. 앱은 부착상표,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면 마개와 고리를 모두 다 떼어야 할까?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관련 규정을 바꿨다. 투명페트병(과 폐비닐)은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날짜에 봉투에 따로 담아 배출하는 내용이다. 당시 서울시와 각 구청 등이 주민에게 홍보한 바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한 다음) 압착해서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안내 내용이 왜 달라졌을까? 재활용 자체를 생각하면 분리하는게 맞다. 서울시 역시 “페트병의 가장 좋은 분리배출 방법은 라벨지와 뚜껑 등 페트와 다른 재질은 모두 제거한 후 재질별로 분리배출 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고려해 홍보 내용을 바꿨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관련 내용을 알리면서 “개인이 뚜껑 고리까지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고, 뚜껑과 뚜껑 고리는 페트병 파쇄, 세척 등의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쉽게 분리 가능하므로, 라벨지만 제거 후 압착하여 뚜껑을 닫아 같이 배출하라”고 안내했다.

비중 차이로 인한 분리는 버려진 페트병을 잘게 부순 다음 액체에 담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리한다는 의미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국장은 지난해 이 부분에 대해 “과거에는 설비 등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예년 대비 개선됐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전부 파쇄한 다음 액체에 두면 뚜껑 재질은 뜨고 페트는 가라앉는다. 그 과정을 통해 페트 뚜껑을 닫아서 버려도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페트병을 둘러싸고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거나 의류 등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시도되는 등 여러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선 업체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에는 페트병을 둘러싸고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거나 의류 등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시도되는 등 여러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선 업체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무라벨 제품, 섬유 재활용...PET둘러싼 여러 노력들

최근에는 페트병을 둘러싸고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거나 의류 등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시도되는 등 여러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선 업체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국내 폐플라스틱 적체해소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PET 등을 포함한 일부 품목 폐플라스틱 수입제한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적체가 심한 폐플라스틱 품목의 수입을 제한해 국내 적체 상황을 해소하고 오염된 저급 폐플라스틱의 수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유가하락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폐 페트 및 재생원료 국내 적체가 심화됐고 이런 가운데 매년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꾸준히 늘어 국내 재활용품 수거체계의 불안전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이 밖에도 재생페트를 의류, 가방, 신발 등 고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업계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후 환경부는 재활용이 쉬운 투명페트병 생산을 늘리기 위해 10개 먹는샘물 제조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상표띠(라벨) 없는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먹는샘물 제품 중 20% 이상을 해당 제품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선언하는 협약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이상 가나다순) 농심·동원에프엔비·로터스·롯데칠성음료·산수음료·스파클·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코카콜라음료·풀무원샘물·하이트진로음료 등과 함께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0개 먹는샘물 제조업체는 상표띠(라벨) 없는 제품을 출시한다. 제품들은 묶음 포장용으로 우선 출시하며 향후 개별 포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상표띠 없는 페트병을 2만 톤 이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시중에 출시되는 먹는샘물 페트병 생산량 10.4만 톤의 20%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0개 업체는 먹는샘물 생산량 전체 시장에서 74%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 페트병을 섬유로 바꾸면...재활용 순환 고리 끊어진다?

최근에는 페트병을 활용한 섬유로 의류를 만드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패션 기업이나 소재 관련 기업에서 관련 내용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모아 효율적으로 재활용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는 관점도 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옷으로 만드는 기술의 취지와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자원순환구조 전체에서 보면 비판적인 시선으로 짚어볼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섬유 재활용 문제 : 페트병 재활용 섬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홍 소장은 블로그에서 “페트병 재생섬유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를 감추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옷을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한 번 재활용하는 것만으로 순환의 고리는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합성섬유는 순환이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홍 소장은 게시글을 통해 “석유로 바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만들어 옷을 만드는 것보다는 페트병으로 한 번 쓰고 나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옷을 만드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합성수지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이지만 합성섬유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합성섬유는 주요 미세플라스틱 배출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홍 소장은 “페트병 재생섬유가 의류산업의 문제나 합성섬유 순환의 문제를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술적으로 당장 합성섬유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도 화학섬유 업계나 의류산업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필요한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환 경제로 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홍수열 소장은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관한 ‘대담한 쓰레기대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홍 소장은 지난 8월 27일 진행한 3회차 대담에서 “의류를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하고 섬유는 섬유로 다시 재활용되지 않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드는 걸 칭찬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섬유 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해 언급하는 가운데 관련 내용을 함께 언급한 것.

이날 홍 소장은 “현재 한국은 생수병을 생수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위생 등 오염 문제를 고려해) 현재 금지하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 허용된다”라고 말하면서 “아마 2023년 정도 되면 보틀(bottle)을 다시 보틀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와 활동들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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