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환경부가 실시한 상수원 안전성 의문”
녹조 근본 원인 ‘정체수역’, 보 수문 개방해야
보 수문 개방 문제, 산 넘어 산...“보 처리방안 마련 시급”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낙동강 창녕 함안 구간 모습.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낙동강과 금강에서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다량 검출됐다. 최대 검출량은 미국 레저활동(물놀이) 금지 기준치보다 2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녹조에서 나오는 박테리아가 독성물질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해 보 처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8월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낙동강 창녕함안 구간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낙동강과 금강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다량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최대 검출량은 미국 레저활동(물놀이) 금지 기준치보다 245배 높은 수준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녹조에서 나오는 박테리아가 독성물질을 발생시켰고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해 보 처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환경운동연합, 뉴스타파, MBC PD수첩 등이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남세균을 10여년 동안 연구해온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의학과 교수가 총괄했다.

남세균은 녹조를 유발하고 마이크로시스틴을 내뿜는 세균으로 남조류라고도 불린다. 미국 오하이오주 음용수 기준 마이크로시스틴은 성인 1.6ppb, 미취학아동 0.3ppb이고 레저활동(수상스키, 낚시 등) 기준은 20ppb이다. 1ppb는 리터당 1ug(마이크로 그램·100만분의 1g)으로 10억분의 1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미국 기준치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을 조사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미국은 세포 농도로 독성을 확인한다. 반면 국내 환경부는 남세균 세포수를 기준으로 하는 '조류경보제'를 운영한다. 조류경보제는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 발생 수준에 따라 경보를 발령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김종영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는 “국민 건강측면에서 세포수보다 독성이 어느정도인지 측정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미국 기준치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25개 지점에서 14곳, 금강 하굿둑 3개 지점 모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하천 등에서 물을 수로로 끌어 들이는 설비) 부근이 4914.39ppb로 가장 높았다. 미국 레저활동 기준치(20ppb)보다 245.7배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김종영 활동가는 “우리는 독성이 높은 강물로 레저활동, 조업 등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레저활동을 하면 독성물질을 직접 먹을 가능성이 크다. 하물며 독성이 짙은 강물로 음용수를 만든다면 더 엄격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미국의 레저활동 기준치와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 "환경부 방식으로는 제대로 평가 어려워...보 수문 개방해야"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 방식이 마이크로시스틴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환경단체는 낙동강에서 실제 식수원인 취수구 부근의 물을 채취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조류경보제 채수지점을 강 한복판으로 정했다.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 차이는 최대 1500배 이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행한 ‘조류경보제 운영매뉴얼(2020)에 따르면 조류경보제 채수지점은 ’바람의 방향이나 물의 흐름방향을 따라 남조류가 몰리는 곳은 피한다‘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남세균은 바람 등에 의해 강과 하천 가장자리에서 고농도화된다고 주장했다. 취수구와 레저활동도 주로 강과 하천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는 주장이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상수원수의 독성물질로부터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 한다는 뜻”이라며 “조류경보제를 운영하는 이유는 상수원에 대한 안전성 확보다. 환경부의 조류경보제 취수지점은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다. 낙동강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은 다른 문제와도 연결된다/ 환경단체 등은 정체된 수역에서 활발히 번식하는 남세균으로 인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뿐만 아니라 녹조현상도 빈번히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남세균을 억제하기 위해 보 수문 개방 등의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는 하천에서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저수시설이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이 서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대강 유역은 특히 보로 인해 물길이 막혀있다. 물이 정체된 상태에서 녹조 제거는 근본적으로 남세균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체수역이라도 비가 많이 내리면 녹조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종원 활동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언제까지 장마나 태풍에 기댈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때 심한 녹조로 인해 식수공급이 중단될 뻔한 곳도 있었다”라며 “당시 태풍 덕분에 극복했다. 하지만 앞으로 올 여름처럼 폭염과 마른장마가 빈번히 생길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 수문을 개방하거나 제거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8년 부산의 상수원인 덕산정수장이 녹조로 인해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었다.

◇ 보 수문 개방 문제 산 넘어 산, “보 처리방안 마련 시급” 

현재 보 수문 개방만으로는 정체수역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보 수문 개방은 수위를 낮춰 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까닭이다. 이에 환경단체는 정부의 보 처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4대강 ‘보 처리방안 마련’은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현 정부가 식수, 공업 및 농업용수로 쓰이는 낙동강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보 수문 개방만으로는 정체수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낙동강 창녕함안보의 경우 수문을 개방할 수 있는 보 폭이 전체 보 폭의 3분의1 수준이다. 즉 보를 개방해도 나머지 3분의2 이상은 정체수역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 수문 개방문제에 앞서 취‧양수장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보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 보 수문 개방하면 물 이용 어렵다”며 “보 수문이 개방될 때도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취‧양수구는 보 수문이 닫혀있을 때의 수위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라며 “즉 수문이 열리면 수위가 낮아져 물을 빨아들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농업 및 공업용 등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장 개선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환경부 "정수장 유입되는 물은 하천 표층 아닌 중·하층"

환경부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물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매우 낮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물은 하천의 표층이 아닌 중·하층의 물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취수구는 대부분 중층 이하에 있다. 게다가 환경부는 취수구 앞에 조류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어 정수장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매우 적거나 불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부는 1555ppb가 검출된 창원 본포취수장을 이용하는 반송정수장 원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최대 2ppb이고, 435ppb가 검출된 대국 매곡취수장을 이용하는 정수장 원수에는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정수장 정수에서는 불검출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내 가장 많은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4914ppb)이 나온 대구 국가산업단지 취수장에 대해 환경부는 해당 취수장을 이용하는 정수장은 없다고 밝혔다.

hkoh@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