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보다 친환경 습관이 더 중요하다
쓰레기 줄이려면, 사는 물건 바꾸거나 줄여야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0회차는 쓰레기를 버리려면 제품 구매 단계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물건을 사면 ‘예비 쓰레기’를 같이 산다. 유통 과정에서 안전 등을 고려하면 포장은 꼭 필요하지만 사자마자 곧바로 버려져야 하는 물건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는 물건을 사면 ‘예비 쓰레기’를 같이 산다. 유통 과정에서 안전 등을 고려하면 포장은 꼭 필요하지만 사자마자 곧바로 버려져야 하는 물건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지난 10월부터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연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40여가지의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시행해봤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계속 사용하고, 식당에 용기를 가져가 포장해오고,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재사용하며 다회용 빨대를 썼다. 고체치약으로 이를 닦고 고장 난 물건은 고쳐서 썼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첫 도전은 지난해 2월이었다. 주말 이틀 동안 쓰레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억지로 결과를 만들 생각은 없었으므로 평소와 똑같이 생활했다. 결국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데 실패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났더니 포장재가 잔뜩 쌓였다.

그 동안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서울환경연합 등에서 주관하는 쓰레기 관련 온라인 세미나도 매주 수강하고 있다. 자원순환 전문가, 플로깅을 실천하는 소비자, 청년 환경운동가, 쓰레기 관련 책을 출간한 저자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는 물건을 줄이거나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 친환경 제품보다 친환경 습관이 더 중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제품과 쓰레기의 관계도 그렇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무엇이냐고 자꾸 묻는다. 좋은 취지의 질문이겠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그리고 그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고 언제 버리느냐에 따라 쓰레기의 양과 질이 결정되기도 해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일회용 비닐봉투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에코백은 환경적일까? 에코백이 환경적이려면 131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9년, “면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에코백을 131회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닐과 더불어 환경 문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소재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인류의 습관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는 평균 6개월 이하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소비량 가운데 이러한 포장재가 가장 많다는 것이 플라스틱 위기의 근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쓰레기 줄이려면, 사는 물건 바꾸거나 줄여야

쓰레기를 줄이려면 사는 물건을 바꾸거나 줄여야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 ‘예비 쓰레기’를 같이 산다. 유통 과정에서 안전 등을 고려하면 포장은 꼭 필요하지만 사자마자 곧바로 버려져야 하는 물건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포장재 뿐만 아니라 물건을 고를 때도 중요한 게 있다.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고 실제로 오래 사용하는 일이다. 친환경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해서 자주 버리는 것 보다 평범한 물건을 하나 사서 오래 쓰는 게 오히려 더 환경적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연재하면서 깨진 노트북을 수리해 다시 사용했고 민소매 티셔츠가 필요할 때는 안 입는 옷 소매를 잘랐다. 연비 좋은 새 차를 사려던 계획을 1년 후로 미루고 가지고 있는 차를 고쳐서 계속 타기로 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게 좋다. 물론, 기업들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물건을 쓰레기 최대한 줄이는 포장으로 만들어 파는 게 더 좋지만 말이다.

다음주 일요일부터는 ‘책으로 읽는 환경’ 연재를 새로 시작한다.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는 기존 주 1회에서 앞으로는 2주 1회로 바꿔 연재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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