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공정한 무역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느냐도 중요하다
“공정무역 기준, 글로벌 환경기준 등 함께 담겨”
국제공정무역기구 “기후 정의 없이 정의로운 사회 없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마흔 네번 째는 수년 전부터 언론 등에서 꾸준히 주목한 가치인 '공정무역'입니다. 공정무역은 기후위기 해결이나 글로벌 경제 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편집자 주]

수년 전부터 커피와 카카오 등 여러 제품을 둘러싸고 ‘공정무역’ 가치가 주목 받았다.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공정무역은 기후변화 대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수년 전부터 커피와 카카오 등 여러 제품을 둘러싸고 ‘공정무역’ 가치가 주목 받았다.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공정무역은 기후변화 대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수년 전부터 커피와 카카오 등 여러 제품을 둘러싸고 ‘공정무역’ 가치가 주목 받았다.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공정무역은 기후변화 대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공정무역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살펴보자.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상호 간의 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무역’이다. 말 그대로 공정한 무역이라는 의미다. 경제와 산업에서 쓰는 공정무역도 이런 의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공정하게 한다는걸까? 두산백과 정의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에게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하는 무역형태’다.

◇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느냐도 중요하다

두산백과에서 소개하는 좀 더 자세한 개념을 보자. 백과는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불공정 무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부의 편중, 환경파괴, 노동력 착취,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무역형태이자 사회운동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다국적기업 등이 자유무역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생산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채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발생한 대안적 형태의 무역”이라고 규정했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양쪽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공정하게 무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공정무역은 커피와 초콜릿 등 여러 제품을 둘러싸고 세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과거 커피농장이나 카카오농장에서 일하는 현지 주민들이 많은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거나 어린이들이 노동에 투입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얻는 이익이 글로벌 대기업의 이익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지적들이 제기되면서 ‘공정무역’ 또는 ‘착한소비’라는 키워드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가성비 뿐만 아니라 제품이 어떤 원료를 사용했고 어떤 환경에서 제작되어 어떻게 유통되는지 신경 쓰겠다는 움직임이다. 아울러 생산농가 등의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이익 등도 충분히 보장하자는 취지다. 

또 다른 소개를 보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이 운영하는 ‘에듀넷’은 사회과목 교과주제별 학습자료 카테고리에 공정무역을 소개하면서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좀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윤리적인 무역”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최근에 공정무역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자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에 제공되고 있는 자료다.

◇ “공정무역 기준, 글로벌 환경기준 등 함께 담겨”

그러면 공정무역이 환경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물론 공정무역을 반드시 환경과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에듀넷도 “약자인 이들에게 지속적인 생산을 보장해주는 최저 가격을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방식 등이 주로 사용된다”고 정의한다. 특별한 한가지 가치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무역을 위한 가치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공정무역은 환경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대표는 지난 5월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서 공정무역 기준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지동훈 대표는 이날 해당 기준에 대해 “단순한 윤리적 기준이 아닌 글로벌 환경기준, 사회기준, 경제기준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기준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금지하고 있는 유해한 화학물질, 사용 안 되는 농약 목록뿐만 아니라 GMO 유전자 조작도 금지하고 수자원, 토양, 폐기물 관리 같은 전반적인 환경보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동훈 대표는 이날 “공정무역 제품 소비는 사람과 지구를 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단순하게 윤리적 소비가 아니고, 소비자와 사람에게는 안전성, 윤리성,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고 지구에게는 환경보호라는 명제 하에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하게 만드는 소비자 여러분들의 행위”라고 정의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정무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 대표가 당시 방송에서 말한 따르면 국제공정무역기구의 규정 중 27%가 환경보호 및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교육과 탄소저감 프로젝트 등도 시행하고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기후정의 없이는 정의로운 사회도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적인 권리 없이는 사회 정의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기후정의 없이는 정의로운 사회도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국제공정무역기구 “기후 정의 없이는 정의로운 사회도 없다”

공정무역과 기후위기 등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지난 6월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 정의 없이는 정의로운 사회도 없다’는 제목의 공정무역 뉴스를 게재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기후 및 환경 선임 고문 후안 파블로 솔리스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후안 선임 고문은 “공정무역기준 팀은 2010년부터 환경 전략을 수립해왔다”고 밝히면서 “환경 권리와 기후 변화는 처음부터 국제공정무역기구의 주요 주제 중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후안 고문은 “환경적 권리 없이는 사회 정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번영하려면 건강한 지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문제가 아니며 전세계의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규모 생산자들의 목소리는 지구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기후 변화의 가장 최전선에 있으며, 동시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는 소비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제품의 생산 방법은 어떤지, 거래 방식은 어떤지,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다. 그리고 환경 관련 질문에 대해 ‘가장 중요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을 통해 세계 시민들이 인간과 자연이 삶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온두라스부터 인도네시아까지 급변하는 기후로 인해 전례 없는 난관에 직면한 많은 소규모 농민들의 취약성을 보았고 그것이 해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것을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후안 고문은 “공정무역운동의 주체들은 이제 우리가 환경문제와 기후문제에도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사회정의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내놓았다.

환경과 경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관계들이 모여서 사회가 구성된다.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공정한 무역이 이뤄지려면 그 과정 전반에 걸쳐 환경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공정무역과 기후위기 사이의 관계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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