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자원 순환 신드롬 일으킨 ‘당근마켓’
100% 비대면 온라인 중고거래 ‘헬로마켓’
리셀러 모이는 취향 플랫폼 ‘번개장터’
명품 빈티지와 세컨핸드 거래하는 ‘어플릭시’

중고거래의 이유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당근마켓 ‘친환경 지도’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중고거래의 이유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당근마켓 ‘친환경 지도’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중고거래는 과거처럼 쓸모없어진 물건을 거래함으로써 얻는 재테크 효과와 합리적 소비 경험을 넘어 취향과 환경적 가치를 거래하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고거래의 이유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플랫폼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내 서비스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 동네 자원 순환 신드롬 일으킨 ‘당근마켓’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든 대표적인 플랫폼 중 하나는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동네 중고거래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는 2000만 명으로 월 1400만 이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당근마켓이 지난해 이웃간에 연결시킨 중고거래 거래 건수는 1억2000만 건. 당근마켓에 따르면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2949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다. 

당근마켓은 “자원 순환을 통해 누적 19만1782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절감 효과를 냈으며 이는 서울 남산 숲 식수 효과와 비교 시 1400배에 달하는 효과”라며 “당근마켓은 ESG 경영이라는 말이 회자되기 전부터 자원 재사용과 연결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며 중고거래 시장을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강조했다. 

당근마켓의 키 서비스인 ‘지역 사회 연결’은 로컬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은 물론 지자체와 동네 주민을 연결하는 ‘내근처’ 서비스를 통해 지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소통을 돕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올 상반기 중고 거래 및 나눔을 통해 자원 재사용을 적극적을 실천한 동네를 공개하며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알려 자원 낭비 해소와 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자 GS리테일과 뜻을 모으기도 했다. 당근마켓은 이 같은 노력이 자원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 100% 비대면 온라인 중고거래 ‘헬로마켓’

헬로마켓은 100% 비대면 중고마켓을 표방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대면을 통한 직거래가 아닌 어플리케이션 내 ‘헬로택배’, ‘헬로페이’ 등의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헬로마켓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은 1억7000만 개의 물건을 구비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거래액이 1조 원에 이른다.  

헬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중고거래 플랫폼 선호도가 크게 상승했다. 헬로마켓이 성인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가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특히 온라인 오픈마켓에 대한 선호도가 66%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중고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오픈마켓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답하며 중고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오픈마켓의 강세를 짐작하게 했다. 

헬로마켓은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에 경기 침체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중고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오픈마켓 선호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헬로마켓에 따르면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이 중고거래를 하는 중요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헬로마켓 이용자 49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을 중고거래를 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으면서 향후 환경을 위한 중고거래의 증가를 예고했다. 환경을 고려한 가치소비가 중고거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에 기여하는 중고거래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치 소비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중고거래 시장의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리셀러 모이는 취향 플랫폼 ‘번개장터’

중고거래 플랫폼은 가치소비뿐 아니라 취향소비의 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MZ세대는 한정판 스니커즈나 가방 등 패션 아이템부터 취미생활을 위한 아이템을 찾는 통로로서 중고거래를 즐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처음부터 중고거래를 염두에 두고 다소 값이 나가더라도 나중에 되팔기 편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 옷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셀러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은 번개장터다. 번개장터는 2011년 런칭한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 건수 약 1300만 건, 연간 거래액 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39.6% 증가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스니커즈 리셀 공간으로 통하는 번개장터는 올 2월 더현대서울에 첫 오프라인 공간인 ‘브그즈트 랩’을 오픈, 한정판 스니커즈 컬렉션을 선보이며 취향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실제로 브그즈트 랩에서는 나이키와 디올이 콜라보한 ‘에어 조던’ 시리즈가 1100만 원대 가격에 판매되며 요즘 중고거래 유저들이 추구하는 취향 소비를 반증하기도 했다. 

번개장터는 첫 번째 오프라인 공간에 스니커즈를 채운 이유에 대해 “중고거래의 확장된 개념을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고거래가 더 이상 오래된 것, 쓸모없어진 것을 거래하는 행위가 아닌, 취향을 더 합리적으로 거래하는 행위이자 재고가 적어 구하기 힘든 것을 득템하는 행위로 확장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 명품 빈티지와 세컨핸드 거래하는 ‘어플릭시’

어플릭시(APPLIXY)는 지난해 5월 런칭한 지속 가능한 패션 플랫폼이다. 어플릭시라는 브랜드명에는 여자(XX)와 남자(XY)가 모두 시도할 수 있다(APPLY)의 뜻이 담겨있다. 하이엔드 컬렉션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패션 플랫폼으로 빈티지, 세컨핸드 제품은 물론 매장에 진열됐거나 패션쇼에 사용된 새 제품들을 판매한다. 

어플릭시는 올해 2월부터 약 한 달간 현대백화점 내에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팝업스토어에는 구찌, 샤넬, 루이비통, 톰브라운 등 명품을 비롯한 디자이너 제품 1000여개가 입고돼 판매됐다. 어플릭시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명품이거나 디자이너 브랜드 등 하이엔드 컬렉션으로 정가에서 50~80% 할인이 적용돼 판매되고 있다. 적게는 10만원 대부터 많게는 몇 백 만원 대로 가격대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어플릭시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대부분 명품으로 선별에 공을 들인다. 어플릭시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 디렉터,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가 모여서 제품을 선별해 검수, 관리하는 리크리에이트 작업 과정을 거쳐 제품을 판매한다. 판매 제품은 모두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명품 감정사가 정품 인증을 거쳐 선별해 고유 넘버를 매긴다. 

눈길을 끄는 건 어플릭시에서 제품을 부르는 말이다. 어플릭시는 판매 제품을 ‘보물’을 뜻하는 ‘트레저(Treasure)’라고 부르는데 보물을 발견하는 소비자를 ‘트레저 헌터’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플릭시 홈페이지에도 카테고리 상단에 ‘NEW TREASURE’ 코너가 따로 있다. 빈티지 제품을 남이 쓰던 것이 아닌 보물로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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