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대신 전자책...생산과 배송 단계 탄소배출 줄여볼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49회차는 제품 제작과 배송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취지로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종이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적인 소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하게 마구 사용해도 되는 건 아니다. 재료를 얻는 과정,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소비한 다음 버리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받는 종이책 대신 파일을 받는 전자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 기준을 생각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종이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적인 소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하게 마구 사용해도 되는 건 아니다. 재료를 얻는 과정,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소비한 다음 버리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받는 종이책 대신 파일을 받는 전자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 기준을 생각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가을에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늘 있었으니 맞는 얘기고, 실제로 출판 시장에서 책이 잘 팔리는 계절은 여름 시즌임을 고려하면 맞지 않는 얘기다.

기자는 영상보다 텍스트가 익숙한 세대다. 요즘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지만 예전에는 포털에서 검색했고 그 이전에는 도서관에 갔다. 기자는 도서관과 포털 사이 중간즈음 세대다. 그래서 글자로 된 정보에 익숙하다.

하지만 책을 사지 않은지 2년 가까이 됐다. 읽는 양이 줄어든 건 아니다. 어제도 밤 11시까지 책을 읽다 잤다. 달라진 건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을 읽는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책을 파일로 다운 받아 태블릿 PC로 읽는다.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입사하고 나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이유는 하나다. 종이를 아끼고 배송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린포스트가 지난 2018년 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천연펄프로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나무 24그루, 에너지 9671kWh, 물 8만 6503 리터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2541kg, 폐기물 872kg이 나온다.

최근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었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시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이 법은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 및 서면요건을 명확하게 하고 종이문서 폐기 근거를 마련하며 온라인 등기우편 활성화를 위한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제도 개선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과기부는 당시 해당 내용을 알린 보도자료를 통해 “종이 없는 사회 실현을 촉진시킴으로써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오는 2023년까지 종이문서 보관량 약 52억장 및 유통량 약 43억장 감소로 약 1.1조원의 비용이 절감되고, 약 2.1조원 규모의 전자문서 신규시장 창출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종이를 만들고 폐기하는 비용을 줄임으로서 환경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효과를 누린다는 설명이다.

물론 종이는 상대적으로 환경적인 소재다. 재활용 등을 통해 순환이 가능한 소재이기도 하다. 종이는 나무를 가공한 펄프를 가지고 만들지만, 이 펄프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따로 만든 인공 조림지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제지회사들은 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공간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을 베어내는 것 과는 다르고, 종이를 만들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게다가 전자문서 역시 IT관련 제품이 필요하고 전기를 계속 사용한므로 탄소배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자는 책을 제작하는데 드는 종이와 에너지, 책이 유통되고 구매 후 배송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 등을 줄이기 위해 전자책 사용을 늘렸다. 예전에는 한 달에 2번 정도 서점에서 책을 배송 받았지만 최근에는 모두 태블릿 PC로 본다. 전자책으로 읽은 환경 관련 도서를 엮어 ‘e북으로 읽는 환경일기’를 연재했던 적도 있다. 참고로, 그린포스트 편집국 기자들은 ‘종이 없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한 내용은 사전에 파일로 공유하고 각자 노트북으로 자료를 보는 형식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환경운동연합 등이 진행한 대담에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소재는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발언의 맥락을 고려하면, 종이라고 해서 편하게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를 얻는 과정,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소비한 다음 버리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받는 종이책 대신 파일을 받는 전자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 기준을 생각해서다. (물론, 전자책이 무조건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진 매력은 여전하다. 그린포스트 사무실에는 신간 도서과 보도자료들과 함께 종종 배송되는데 그 중에서는 환경 관련 좋은 책들도 많다. 동영상 사이트 이용이 보편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책이 가진 힘은 있다. 앞으로 그린포스트는 ‘책으로 읽는 환경’ 제목의 연재 기사도 2주에 1번씩 보도할 예정이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