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68번째 사진은 온갖 것들이 버려진 수도꼭지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수박맛이 나는 아이스크림과 또 다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 물을 담을 수 있는 풍선, 그리고 생수까지...온갖 것들이 버려진 수도꼭지다. 풍선에 수돗물을 채워 신나게 놀고 군것질을 한 다음 그냥 버리고 갔나보다. (이한 기자. 2021.7.25)/그린포스트코리아
수박맛이 나는 아이스크림과 또 다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 물을 담을 수 있는 풍선, 그리고 생수까지...온갖 것들이 버려진 수도꼭지다. 풍선에 수돗물을 채워 신나게 놀고 군것질을 한 다음 그냥 버리고 갔나보다. (이한 기자. 2021.7.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수박맛이 나는 아이스크림과 또 다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 물을 담을 수 있는 풍선, 그리고 생수까지...온갖 것들이 버려진 수도꼭지다. 풍선에 수돗물을 채워 신나게 놀고 군것질을 한 다음 그냥 버리고 갔나보다.

본인이 사는 집 주방 싱크대에도, 욕실 세면대에도 저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까?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귀찮아서 그냥 버렸거나, 성격이 이기적이어서 내 공간이 아니라 남과 공유하는 공간에 버렸거나. 둘 중 어떤 경우든, 옳지 않다.

물건을 살 때는 신났을터다. 먹을 생각에, 마실 생각에, 가지고 놀 생각에 기분이 좋았겠다. 그렇게 알맹이를 쏙 빼서 스스로의 욕심만 채우고 껍데기는 아무데나 버렸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지구한테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다 자신에게 돌아올텐데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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