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폐열 회수 및 재활용, 디지털 염색 등 탄소감축 방안 발표
지류 경량화, 건조공정 에너지 전환 등에 주목하는 제지업계

기업 경영 방침이나 목표가 이윤 창출에만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환경·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에만 몰두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ESG 경영’입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세 가지 항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ESG 혁신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 내부 계열사 간의 혁신은 물론 관련 기업이나 경쟁사간의 협업까지 도모하며 ESG 경영을 시도합니다.

ESG 경영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보다 따듯한 협력을 선택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ESG를 위해 힘을 모으는 기업들은 누구고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열 두번째 순서는 섬유산업과 제지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모색하고, 실천 과제 도출 및 해결을 위해 뭉친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위원회'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25일 발족한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협의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3월 25일 발족한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협의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섬유업계와 제지업계가 2050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뭉쳤다. 두 산업의 대표 기업(효성티앤씨, 삼일방, 한솔제지, 태림페이퍼, 전주페이퍼)과 산업통상자원부, 섬유산업연합회, 제지연합회는 지난 3월 25일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양 산업의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발표했으며, 최근 R&D 추진을 위한 2차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옷과 종이가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잘 인식은 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있다. 바로 섬유와 제지 산업이다. 의류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는 섬유산업과 각종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산업은 우리가 너무 쉽게 사용해서 잘 모르지만 두 산업이 경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천연, 축산,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료를 얻고 가공·생산하는 섬유산업과 목재를 통해 종이를 가공·생산하는 제지산업은 생산부터 소비, 사용, 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꼽힌다.

섬유산업은 2018년 기준으로 약 61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 전체배출량의 0.9%, 산업부문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지산업은 2018년 기준 약 550만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 전체배출량의 0.8%, 산업부문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양 산업계는 ‘2050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민-관 소통을 통해 실천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했다.

효성티앤씨, 삼일방, 한솔제지, 태림페이퍼, 전주페이퍼 등 섬유·제지 대표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섬유산업연합회, 제지연합회, 탄소산업진흥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는 양 산업의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모색·검토하고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구성됐다.

출범 당시 섬유산업연합회 김기준 부회장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화학섬유분야에서 폐열 회수‧재활용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고, 염색‧가공분야에서 디지털염색 기술개발 및 보급‧확산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섬유산업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제지연합회 권오근 전무는 단기적으로 탈수공정의 효율 향상 기술개발, 경량 고강도 골판지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기반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제지산업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섬유·제지산업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통해 단기적으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생산공정 개선, 자원 재활용 및 친환경 제품 개발,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또한 협의회는 지속적인 과제 발굴과 논의를 통해 상호협력 체계를 강화해 정부의 R&D, 기반 구축, 생산구조 전환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을 천명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섬유‧제지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건의사항을 최대한 반영하여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고, 제조공정 개선 및 자원순환형 리사이클 제품 연구개발 등에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친환경 소재, 공정과정 전환 R&D 추진

지난 8월 11일 협의회는 출범 이후 두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이 날 회의는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 R&D 전략(안)’에 대한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최됐다.

이날 윤석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섬유PD는 섬유·제지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R&D 전략(안)을 각각 발표했다. 

윤 PD의 발표에 따르면 섬유산업은 바이오매스 유래 원료 대체 확대, 섬유 제조공정 혁신, 재생자원 재활용 등을 통해 에너지사용량 및 탄소배출을 저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석유계 원료를 이용한 바이오 PET·나일론·폴리우레탄 섬유를 개발하고,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가공, 친환경 탄소섬유 제조공정 개발, 화학재생 자원순환형 섬유소재 개발 등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섬유산업계는 재활용, 바이오 섬유 비중을 확대해 2050년까지 화학섬유 탄소배출량의 60% 이상을 저감한다는 계획이다.

제지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골판지의 지류(무게나 부피 등)가 무거운 점을 감안해 지류 경량화를 통해 생산 공정이나 운송 시 탄소배출을 저감할 계획이며, 공정 부산물 활용 자원화, 건조공정 에너지 전환(스팀→전기)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저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류 경량구조화 기술개발, 제지공정 폐자원 및 부산물 원료화·에너지화 기술개발, 전기 드라이어 시스템 설계 및 전력 공급장치 개발 등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중립협의회 및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섬유·제지산업 탄소중립 R&D 전략을 보완하고, 개발된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실증까지 지원함으로써 업계의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해 섬유ㆍ제지산업의 탄소중립을 차질없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제지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지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산림 벌채 문제가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지업계가 종이를 만들 때 천연림을 벌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많은 제지업계가 인공조림으로 나무를 생산해 활용해 천연림을 벌채하는 일은 없다”며 “또한 제지업계들은 약 85%의 펄프를 수입해 활용하는데, FSC 인증 등 산림관리 기구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재료만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무림, 한솔 등 제지업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인공림을 조성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 베어서 활용하는 양보다 많은 양의 나무를 식재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함으로써 탄소중립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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