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 제품을 마시는 것의 환경 영향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48회차는 라벨 없는 생수 관련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가 한 해 동안 약 1010만 개 판매됐다.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라벨 없는 생수가 많이 출시됐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PET 문제를 무라벨이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버려지는 것을 줄인다는 의미는 있다. 사진은 롯데칠성음료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 (롯데칠성음료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70년대에 태어났다. 어릴 때는 돈 주고 물 사먹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500미리 생수다.

생수 사먹는 게 꺼려지기 시작한 건 버려지는 PET병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투명 PET는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잘 되지만 매일 한두개씩 생수병을 버리는 게 옳지 않다고 느꼈다. 플라스틱 뚜껑과 고리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신경 쓰였다. (현재 서울시 등에서는 비중차이로 인한 분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생수를 끊은 건 아니다. 수돗물을 정수해서 다회용 물통에 담아 먹고 외출할때는 텀블러에 물을 챙기지만 매일 그렇게만 하는 건 아니다. 기자도 PET병에 담긴 물이나 음료를 사먹는다 밖에서 갑자기 물이 필요할 때, 정수기 필터를 세척중일 때, 모처럼 대형마트를 방문해 평소에 구매하지 못하던 무거운 물건을 살 때 생수를 산다.

사먹는 생수의 환경 영향을 그나마 줄이는 방법이 있다. 비닐 라벨이 없는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PET몸체와 비닐 라벨을 따로 버려야 하는데, 무라벨 제품은 (플라스틱은 똑같이 사용하지만) 비닐 쓰레기라도 줄일 수 있어서다.

물론 이게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근본적인 문제는 라벨이 아니라 PET여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20일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관한 온라인 강의에서 환경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라벨을 안 붙이는 게 환경적이 아니라 페트병을 쓰지 않는게 환경적”이라고 말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맞는 얘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조금 불편해도 다회용 제품을 사용하는게 환경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다. 기자도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전혀 먹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게다가 유리병이나 다회용 병에 담아 파는 물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기자는 가능하면 정수한 물을 마시되, 부득이 생수를 살 일이 있을 때는 무라벨 제품만 사기로 결심했다.

식음료 브랜드에서도 라벨 없앤 제품을 일부 출시했고 유통사 PB제품 중에도 무라벨 생수가 있다. 기자는 보리차를 즐겨 마시는데 최근에는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보리차 제품도 구매했다. PET에 담긴 보리차를 사지 않으면 더 좋았겠지만 환경 때문에 모든 소비를 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중간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게 편해서’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무라벨 생수가 더 편리하다. 버릴 때 라벨을 제거하지 않아도 괜찮아서다. 라벨이 쉽게 떼어지는 제품도 있지만 도구를 사용해야만 깨끗하게 제거되는 제품도 있는데 무라벨 생수는 그 과정이 없어서 편리하다.

물론 비닐도 제대로 모아 버리면 재활용은 된다. 하지만 비닐을 가지고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게 아니라 그걸 태워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수병에서 라벨을 제거하라는 목소리도 그런 시선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은 버려지기에 앞서 재료를 얻고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미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무라벨 생수가 환경적인 제품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중요한건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의 습관이다. 물론,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PET 문제를 무라벨이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버려지는 것을 줄인다는 의미는 있다. 라벨 없는 PET 제품을 구매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는 환경적이다. 그래서 기자는 여전히 무라벨 생수를 사용한다. 수돗물을 정수해 먹는 경우가 물론 더 많지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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