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 폴란드 1년 전력 사용량과 맞먹어
작업증명 활용하는 '비트코인' 폭락할 때 지분증명 사용하는 '에이다' 치솟아
전세계 2위 채굴 국가로 자리잡은 미국, 신재생 에너지 이용한 채굴 비율 높아

대표적인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 비트코인은 최근 환경파괴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 비트코인은 최근 환경파괴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대표적인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이 최근 환경파괴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로 인한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했다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지적하면서다.

테슬라는 올해 초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차를 구매하도록 허용했지만, 지난 5월 비트코인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논란으로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2014년부터 가상화폐를 통해 기부를 받는 최초의 NGO단체였던 그린피스도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부금 수령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을 이용해 채굴한다.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고도의 연산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나 이 장부(블록)을 훼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컴퓨터 연산 방식으로 보안시스템을 쳐 놓는데, 보안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비트코인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 한다.

채굴에서 필요한 연산 과정은 매우 복잡해서 빠른 연산을 할 수 있는 고성능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필요로 한다. 고성능의 GPU를 탑재한 컴퓨터가 많을 수록 비트코인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컴퓨터 1대로 1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약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채굴장에서는 보통 수천대 이상의 컴퓨터를 설치해 채굴한다. 이 컴퓨터 가동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되고, GPU 가동으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서큘레이터도 전력 소모의 주원인이다.  

이 같은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한 나라가 1년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센터(CCAF)가 지난 1년간 전 세계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데 사용된 전력을 143.85테라와트시(TWh)로 추정했는데, 이 양은 2019년 한 해 폴란드(148TWh)의 1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러한 전력 소모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막대한 양이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채굴 시 사용되는 전력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200만톤에서 2290만톤에 이른다. 일반 승용차 한 대가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4.7톤인 것을 감안하면 약 480만대의 자동차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다. 

◇ 전력 사용 논란, 신재생 에너지로 잠재우나

한편,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거세지면서 비트코인 시세도 급격히 떨어졌다. 머스크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의 시세는 당일 7% 이상 급락해 5860만원까지 떨어졌고, 이 여파로 인해 5000만원 대에 머물면서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에이다는 가격이 치솟았다. 5월 초 개당 1달러 초반대에 머물던 에이다는 같은 달 16일 2.42달러를 기록했다. 지분증명 방식은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따라 새로운 장부를 제작하는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각 노드마다 식별자(ID)를 만들어 합의 시 지분의 양을 계산하는 데 활용하는데, 누구나 해당 네트워크의 암호화폐만 있다면 ID를 만들 수 있다. 블록을 생성할 권한(블록 보상을 획득할 권한)은 자신의 ID에 연결된 지분의 양으로 결정된다. 즉, 갖고 있는 화폐가 많을수록 더 높은 확률로 더 짧은 시간 안에 블록을 생성할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 보상을 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분을 잘게 나누기보다는 하나의 ID에 모든 지분을 연결하여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암호화폐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거짓 장부를 등록해 시장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에 바탕을 둔 방식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시도도 있다. 중국이 과도한 전력 사용을 이유로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중지시키면서 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로 떠나고 있는데, 미국은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받기 용이해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기준으로 1년전 9월 대비 151% 늘어나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17%를 담당하며 전세계 2위 채굴 국가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어 화석연료보다 신재생 에너지를 채굴 작업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주요 채굴자들인 디지털 자산 업계 주요 기업인 스퀘어, 아르고, 아커 등도 친환경 채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최근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좋게 평가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50% 이상이 되고 계속 높아지는 추세가 확인된다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채굴업계가 친환경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면 테슬라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minseonle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