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길 도시지속가능연구소 소장·신윤관 생활ESG행동 기획단장 인터뷰
“기후위기 절박함과 소비자 의식 변화가 ESG 배경”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지속가능기업, 홍보나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것 아냐”
“제도 마련보다 저변 확산과 인식 개선이 먼저다”

ESG가 산업계와 재계 전반의 화두입니다.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가치를 기업 경영 활동에 깊이 고려해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겠다는 경향입니다.

기업은 과거에도 ‘친환경’이나 ‘사회공헌’ 또는 ‘투명한 지배구조’ 같은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ESG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았어도 위와 같은 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요즘 기업은 과거의 기업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요.

짚어 볼 질문이 많습니다. 이런 가치가 왜 중요한지, 기업들은 관련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무슨 기준으로 그걸 평가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ESG 관련 조직을 만들었다고 선언한 기업이 많은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린포스트가 18회 분량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지속가능 경영을 둘러싼 최근 흐름과 향후 전망을 꼼꼼하게 짚어봅니다. 본지가 국내 34개 기업에 보낸 ESG 위원회 관련 질의서와 그에 따른 기업들의 답변도 공개합니다. 오수길 도시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취재에 협조했습니다. 열 여덟 번째 기사는 ESG 문화 확산의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한 관련 분야 전문가 의견입니다. 

‘ESG 긴급진단’ 시리즈 연재는 18회로 종료합니다. 본지는 국내 기업의 ESG 위원회 관련 활동을 추가 취재하고, 재계와 산업계 등의 관련 동향과 소식을 계속 보도하며 해당 분야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를 꾸준히 기사화 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20일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지속가능발전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 인사이트 포럼에서 고려사이버대학교 오수길 교수는 'ESG 평가 기준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지난 4월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지속가능발전학회가 공동 개최한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 인사이트 포럼에서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교수가 'ESG 평가 기준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임호동 기자] 지금의 기업들은 정말 과거와 비교해 달라졌을까? 그런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과거의 여러 기업들도 공정한경영, 착한기업, 사회공헌, 친환경 등의 키워드를 경영 화두로 삼겠다고 공언해왔다. ESG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과거의 그런 행보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결과다.

물론 차이는 있다. 날로 심해지는 기후위기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 그리고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ESG 문화는 어떻게 뿌리를 내렸고 앞으로는 어떻게 확산되어야 할까.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겸 도시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그리고 신윤관 생활ESG행동 기획단장과 나눈 문답을 아래 소개한다. 굵은 글씨가 질문이고 신 소장과 오 교수의 답변은 각각 구분해 표기했다.

 

“기후위기 절박함과 소비자 의식 변화가 ESG 배경”

전문가들은 기후와 소비시장의 변화가 ESG 흐름을 이끌고, 그 흐름이 기업의 자기 점검과 체질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 등 이른바 ‘자본’의 움직임이 그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도 내다보았다.

과거 기업들도 정도경영, 착한기업, 사회공헌, 친환경 등의 키워드를 경영의 화두로 삼은 적이 있습니다. 2021년의 ESG가 (과거에 비해) 기업 경영에서 더 중요해진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윤관) 기후위기의 절박함이 훨씬 심화되고 있는 것과 소비자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하던 시대에서 기업이 생산하는 가치에 주목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넘어 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이 환경적·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져보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ESG가 기업의 자기 점검과 체질 전환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근본적 전환이 아니라 소위 그린워싱에 그치려는 기업도 있겠지만, 주요 글로벌 투자 회사들이 인식,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문제입니다.

공신력 있는 ESG 기준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여러 곳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기준으로 여러 기업을 일괄 평가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런 양쪽의 의견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이 필요할까요

(신윤관) 공신력 있는 ESG 기준을 억지로 통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결과를 공표하는 것을 인정하되, 어느 평가가 권위와 신뢰를 얻느냐는 것은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업이 ESG 평가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그 기준에 따라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의 인식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 모두가 ESG 기준으로 혁신하고 전환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ESG는 결국 ‘지속가능’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공존하며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요

(신윤관) 최근 생활ESG행동이라는 단체에 참여하면서 생활ESG는 개인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자기행동의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따져보고 고쳐나가는 운동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은 현재 환경적·사회적 책임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단위입니다. 사회나 환경으로부터 떨어져서 기업이 생존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기업이 지구와 공동체와 공존할수 있는 책임을 찾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ESG가 안내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경영자가 아닌 소비자 또는 일반 주주 입장에서 한번 보자면, 그런 사람들은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신윤관) ESG를 단순한 규제나 행동의 제한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ESG를 통해 기업의 경영방식 혁신하고 전환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ESG에 대한 고려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를 세워 실질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ESG에 대한 고려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를 세워 실질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ESG에 대한 고려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를 세워 실질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는 기업의 숙제지만, 사회 구성원과 지역사회 등이 기업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좋은 그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나 구성원 등이 기업 ESG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신윤관) 물론 기업 분야에서 ESG가 각광받고 있지만, ESG는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은 정치적 선택을 하는 유권자로서 ESG 친화적인 정책과 지도자를 선택하고, 소비자로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ESG를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하며,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ESG를 통해 집합적인 의사결정능력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어야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본지가 진행한 ESG 포럼에서 설명하신 펭귄(PENGUIN)지수 7가지 항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현재 그런 요소를 잘 활용해 지속가능 관련 목표를 세운 기업들이 있다면 그건 어디인가요

(오수길) 펭귄지수는 뉴스펭귄에서 펭귄글자를 발견한 것이기도 하고, 마케팅에서의 펭귄효과에 착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다들 주저하고 있을 때 어떤 펭귄이 그냥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이 따라서 뛰어든다는 것입니다.

ESG가 막연하게 느껴지고 겁이 나기도 할 수 있지만, 환경봉사단 운영(Participation), 환경경영세미나 개최(Education), 지자체와 환경협약을 맺기(Networking), 기업 차원에서 RE100의 일정한 목표를 세워보기(Goal-Setting), 낮은 차원이더라도 환경 목표를 성과관리에 반영해 성과관리와 통합성 확보해 보기(Unity), 제품 성분 공개(Information), 사내 일회용품 줄이기 등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직접 실천해 보는 것(Nudge)과 같은 일들은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ESG경영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기업 사례는 너무 크게 보일 수 있어 공공기관 사례를 들어보면, 인천공항공사는 각 부서 업무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몇 번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인지를 연결하여 업무 옆에 그 이미지를 붙여놓기도 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관여했던 ODA 사업이 각각 SDGs 어떤 목표와 관련이 있는지를 연결해 보기도 했습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일정한 사명감도 얻을 수 있고,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그 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여러 기업이 이사회나 경영 관련 조직내에 ESG위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행보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형식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CSR이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기존 조직의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고요 이 지적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오수길) 기업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 갖춰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형식적으로 구성하는 것으로도 해당 점수는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겠지만, 각 지표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형식적으로 구성, 운영되는 데 그친다면 다른 지표들이 개선될 수 없을 것입니다. CSR에 대해서도 초기에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만, 관련 활동이 지속될수록 해당 부서는 물론 전사적인 차원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붙이게 되었고, 지속가능경영이든 윤리경영이든 일정한 지향점들이 생기게 되었다고 봅니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ESG위원회 위원장이 기업 경영이나 지속가능 활동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수길) 가령 사외이사들이 현실적으로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에 많은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기업은 그 자체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고, 그 차원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여러 관행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ESG위원회가 크고 작은 성과들을 가시화한다면 CSR의 부가 활동으로든 기업의 생존 차원으로든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평가에 반영되는 ESG 모범규준을 개정해 발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번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글로벌 ESG 트랜드를 반영하고, 기업의 리더십과 소통 등을 강조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지속가능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기업의 홍보나 어떤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하면서 경영 전반의 영역에서 ESG 요소가 드러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기업 ESG위원회나 관련 조직이 자사 업무영역과 업무구조 전반을 ESG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지속가능기업, 홍보나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것 아냐”

오수길 교수는 지속가능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기업의 홍보나 어떤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하면서 경영 전반의 영역에서 ESG 요소가 드러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 ESG위원회나 관련 조직이 자사 업무영역과 업무구조 전반을 ESG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또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SG위원회가 전문성, 또는 구체적인 실행력 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오수길) 기업 내외에서 이미 갖춰진 인사들로만 ESG위원회를 구성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방향을 정립하고 내용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분을 제외하고는 내부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함께 목표를 세워보고 같이 할 수 있을 찾아가면서 전문성도 실행력도 확보하고 축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기준에서부터 하향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업 내부의 상황과 조건에서부터 상향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홍보나 평가를 위한 ESG가 아니라 정말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ESG 행보를 보이려면 위원회나 관련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오수길) 최근 소위 MZ세대들이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가 많이 있었는데요, 이미 모든 것을 갖춘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홍보나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업무영역과 관련된 ESG 경영의 요소가 보일 수 있어야 고객 감동에도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전 지구적 전 사회적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SG위원회나 관련 조직은 자사의 업무영역과 업무구조를 ESG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들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있어 어떤 전략들을 필수적으로 마련하면 좋을까요

(오수길) ESG 관련 조직이나 부서만의 새로운 업무를 추가한다는 생각보다는 기업 내 여러 업무들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뒤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요소 간의 연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Nexus approach라고 합니다. 그러면 핵심적인 요소(node)가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요소에 함께 기여할 부서나 업무들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몇 가지 전략을 도출하거나 부서 간 협업요소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에 비해 중소 또는 중견기업 등은 아직 ESG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일부 대기업이 아닌 산업계 전반으로 ESG 경영이 확산되려면 누가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좋을까요

(오수길)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곳에서도 ESG경영을 고려하면서 지원책을 마련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업은 구체적인 실물경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ESG경영도 그 현장과 연계될수록 인식 확산도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상공회의소들이 지자체나 지역 내 ESG 관련 단체나 민관협의체들과 기업을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서부터 작은 요소들을 발견할 기회를 만드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나 요소를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고, 나아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도 마련보다 저변 확산과 인식 개선이 먼저다”

정부의 역할, 그리고 시민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있다. 정부가 스스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기업과의 연계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조언, 그리고 ESG 경영의 저변을 확산시키기 위한 인식 개선과 시민과의 보폭 맞추기 등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할까요

(오수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2015년 유엔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여 2030년까지 공동으로 달성해가기로 한 인류 보편의 가치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도 2018년 12월에 발표되어 계속 다듬어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현재 환경부가 총괄하다 보니 전 부처 차원의 실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상하여 전 부처가 국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 스스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노력을 보여야 기업과의 연계지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기업도 ESG 경영에 관심을 두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기업의 ESG 경영을 규제하거나 지원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입니다.

기업의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소수주주에게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주주제안제도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새롭게 논의해 볼 만한 아이디어들은 뭐가 있을까요

(오수길)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기보다는 ESG 경영의 저변을 확산시키기 위한 인식 개선과 같은 일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 주주의 인식이 높아져야 제안의 내용도 달라질 것입니다.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제도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칫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오히려 ESG 경영을 위한 작은 걸음이라도 내디뎠다면 주주들에게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질문 하겠습니다. 2022년 기업들의 ESG행보가 2021년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지금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신윤관) 생활ESG행동을 기획한 이유와도 맥을 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SG가 일시적인 유행이나 어려운 과업으로만 여겨지지 않게 하려면 생활 속에 정착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과 소비자, 기업과 시민은 보폭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ESG 요소들을 적절히 발견하고 실천한다면 그와 관련된 ESG 활동이 기업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기업이 자사의 비즈니스나 활동을 어떻게 시민에게 뿌리내리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선진국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사의 업무영역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하나씩 작은 목표를 설정해보고 모든 부서와 전 직원의 인식을 높여가면서 성과관리에도 반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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