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보냉백 등 다회용 배송 서비스 증가
재사용 포장재 안 비닐·드라이아이스 문제도 해결해야

헬로네이처에서 선보인 그린배송서비스. (헬로네이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헬로네이처에서 선보인 그린배송서비스. (헬로네이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택배와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포장'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요구도 날로 다양해지는 가운데, 식품업계와 유통기업 등은 친환경 포장을 늘려가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충진재와 스티로폼 등 택배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종이상자는 그나마 재활용이 잘 된다고 하지만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를 모두 제거하지 않고 버리면 역시 쓰레기가 되고 만다. 소비자들은 택배는 편리하지만 지나친 포장재에는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이 새벽배송 서비스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은 것은 ‘과대포장’이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 중인 박모(38)씨는 “빠른 택배 서비스 자체는 편리한 게 사실이지만 같은 날 주문해도 따로 포장돼 오는 제품이 많아 포장재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은 한다”며 “특히 커다란 비닐에 포장돼 오는 경우 택배를 뜯으면서 내용물 크기에 맞춘 배송이 그렇게 어려운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배송에 있어서 속도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환경적 기준에 부합하는 배송 서비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김편규 NS홈쇼핑 SCM팀장은 “ESG 경영이 강조되는 오늘날 배송의 속도와 품질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평가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식품배송의 경우 단순한 새벽배송 등 속도전에서 친환경전으로 조금씩 시장이 커나가고 있는 추세다. 기업에서는 그린배송 등의 콘셉트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으며 이를 선택하는 소비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 재사용 보냉백 등 다회용 배송 서비스 증가

식품배송 업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친환경 배송 서비스의 형태는 재사용 보냉가방이다.

헬로네이처는 업계 최초로 2019년 4월부터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보냉가방인 ‘더그린박스’에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한 번에 담아 전달하는 더그린배송을 선보였다. 헬로네이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친환경 배송 서비스 이용 건수와 가입자 수는 모두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헬로네이처는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 더그린배송에 대한 친환경 만족도와 사용 편의성이 호평을 받았으며 그 결과 이용자의 95% 이상이 서비스 가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환경 보호 필요성에 대한 고객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같은 해 6월부터 친한경 보냉백인 ‘알비백’을 선보였다. 이달까지 보급된 알비백만 10만 개를 넘어서면서 종이박스와 아이스팩 등 일회용품 약 3500만개를 절감했다고 알려진다. 

마켓컬리는 지난 5월 론칭한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를 7월부터 정식 서비스로 오픈했다. 이용 고객 등급을 확대하고 비닐 회수 서비스 등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쿠팡은 새벽배송에 ‘로켓 프레시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도 다회용 배송 박스를 도입했다. NS홈쇼핑은 지난해 환경부 등과 택배 배송 시 일회용 포장재가 아닌 여러 번 사용 가능한 다회용 수송 포장재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3월 관련 포장재를 현장에 적용, 배송시간·품질·고객 편의 등 전반적인 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NS홈쇼핑은 다회용 포장재 적용 시범사업으로만 연간 폐기물 66톤을 감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 업체에서 도입한 재사용 보냉백의 이용 과정은 비슷하다. 온라인 배송을 받은 뒤 물건을 꺼내고 문 밖에 가방을 내놓으면 다음날 배송 기사가 회수해가거나 다시 주문한 식재료를 보냉백에 채워 넣고 가는 식이다. 기존 택배 방식과 비교해보면 종이 박스와 비닐 테이프 등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각 배송 서비스에서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많다는 소비자 지적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35)씨는 “쿠팡 프레시백의 경우 다음 주문 때 가방을 수거해가야 하는데 다음 주문을 해도 자꾸만 가져가지 않아서 결국 다시 종이 박스로 받을 때가 있다“며 “사실 이렇게 수거만 해가는 경우 소독이 된 건지 누가 만진 건지 찜찜할 때가 많아서 전용 보냉백을 주는 곳을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보냉백은 아니지만 친환경 포장 정도를 3단계로 나눠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오아시스 배송의 경우 박스 하나에 상품을 다 담아 최소포장으로 배송을 해주니 더 친환경적으로 느껴진다“면서 “반면 마켓컬리는 배송 시 박스가 너무 많이 온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재사용 포장재 안 비닐·드라이아이스 문제도 해결해야

재사용 포장재 배송 시 식품 신선도를 유지하고 오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사용되는 비닐과 드라이아이스 등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도입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7월 재사용 포장재 공식 서비스 시작과 함께 비닐 회수 서비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냉장·냉동 상품의 경우 오염이나 파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재생 원료를 60% 이상 사용한 비닐에 별도 포장해서 배송하고 있다. 이 비닐을 다음 주문 시 집 앞에 내놓으면 최대 2장까지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 종이 박스 배송 시 제공하는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와 동일한 방식이다.

SSG닷컴도 최근 배송용 비닐을 수거해 자원 재활용에 나섰다.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지난 9일부터 알비백에 안에 사용되는 배송용 비닐과 드라이아이스 등 포장재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그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소비자가 배송용 비닐과 다 쓴 드라이아이스 부직포를 집 앞에 내놓으면 SSG닷컴이 수거, 이를 테라사이클이 원료화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SSG닷컴은 보다 효율적인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테라사이클과 함께 70개의 재활용품 수거함을 제작해 자동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에 설치하기로 했다. 수거함에 비닐 등 포장재가 모이면 매주 월·수·금요일에 테라사이클이 네오를 직접 방문해 회수한 뒤 원료화 과정을 거친다. 향후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실생활에 활용될 굿즈를 만들어 친환경 배송정책과 자원순환에 동참한 고객에게 증정한다는 계획이다. 

신성식 SSG닷컴 브랜드마케팅팀 파트너는 “SSG닷컴은 국내 최초로 미생물 아이스팩을 사용하고 종이주문서를 모바일로 전면 전환하는 등 친환경 배송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그린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 후 쓱배송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온라인 식품 구매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회용 배송 포장재와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환경적 책임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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