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에조차 외모 기준으로 이름 붙여
유통업체 기준 벗어난 농산물이지만 만족도 높아
농산물 외모 아닌 영양과 맛 기준 판매 채널 증가
다양한 소비 확대 위해 유통채널 확대할 필요

유통업체에서 상품화를 위해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난 농산물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로를 잃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개성 있는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판매처가 증가하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업체에서 상품화를 위해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난 농산물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로를 잃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개성 있는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판매처가 증가하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기에 모양이 제각각인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유통업체에서 상품화를 위해 정해놓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로를 잃게 된다. 시중에서는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뒤틀리고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이러한 농산물을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농산물에조차 외모를 기준으로 이름 붙인 것이다. 

프레시어글리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농산물이 유통되면서 관리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규격화가 진행, 농산물에 모양을 기준으로 매긴 등급이 붙게 됐다. 유통업체에서 정한 납품기준과 검품기준에 어긋하면 판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가공용이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지난 7월 7일 한국일보는 <농산물도 ‘예쁜 외모’ 따져...비닐 입혀 키우는 애호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큐 비닐 애호박이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농산물에조차 외모를 요구하는 왜곡된 유통구조 문제를 짚은 바 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에 딱 맞게 포장돼 판매되고 있는 단단한 애호박이 사실은 다 자란 후 포장을 하는 것이 아닌 키울 때부터 비닐 성형틀에 맞게 성장시켜 판매한다는 것. 해당 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는 흠집이나 짓무름 등 상처 발생을 예방하고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인큐 비닐 애호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성형틀을 만들어 농산물을 키우는 것은 유통업체에서 이러한 농산물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원하지 않는 농산물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어글리어스 자료에 따르면 상처가 있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은 전체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돈으로 환산하면 최대 5조원에 이른다.

◇ 유통업체 기준 벗어난 농산물이지만 만족도 높아

그러나 겉모양만 보고 지어진 별명과는 달리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만족도는 높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분석한 결과 해당 농산물의 맛과 식감, 가격 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응답자의 60.5%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95.5%가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농산물보다 개성 있는 모양을 가진 이러한 농산물이 갖고 있는 매력은 생각보다 더 많다. 그들의 매력은 소비자의 선택 이유가 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소비자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해서’이다. 이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고’, ‘즙, 주스 등 외관이 중요하지 않은 요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해당 농산물을 산다. 

주로 구입하는 농산물의 종류는 과실류가 가장 많았고 감자나 고구마 등 서류와 채소류가 그 뒤를 이었다. 구매하는 장소는 대형마트, 재래시장, 온라인 순이었다. 요즘은 특히 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으로 할인된 가격의 농산물을 구매하거나 정기구독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 농산물 외모 아닌 영양과 맛 기준 판매 채널 증가

못난이 농산물이나 과잉생산 농산물 정기배송하는 서비스에는 ‘어글리어스’가 있다. 어글리어스는 가구 형태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채소 박스와 배송주기를 선택해 집에서 채소를 정기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할 때 구독을 중단할 수 있고 집을 비울 때는 최대 4주까지 배송을 미룰 수 있다. 채소 구성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  

어글리어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못생겨도 맛있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글리어스는 시중 친환경 농산물을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출고 2~3일 전에 수확한 채소와 함께 추천 레시피와 채소의 사연을 담은 레시피 페이퍼를 함께 배송한다.

못난이 농산물 전용 도매관인 ‘어떤못난이’도 있다. 못난이 농산물 재배 농가와 식품가공업체를 직접 연결해주는 ‘파머스페이스’가 운영하고 있다. ‘세상에 버려져야 하는 것은 없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못난이’ 코너를 따로 마련해 우엉, 사과, 당근, 쥬스용 감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적게는 19%에서 많게는 71%까지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프레시어글리’도 있다. 전세계 농산물의 20~25%가량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상황에 주목, 유통업체 기준이 아닌 ‘자연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매를 하고 있다. 농산물 모양이나 외모가 어떻든 신선함, 영양가, 맛과 향 등 품종 고유의 특성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해 농민에게는 제값을 쳐주고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있는 맛있는 농산물을 소개한다. 

11번가는 지난해 ‘어글리러블리’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농가와 협력해 겉모양만 다를 뿐 과육 품질은 우수한 농산물을 대형마트 대비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제품 상세 페이지를 통해 농산물의 흠집과 갈변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이유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 다양한 소비 확대 위해 유통채널 확대할 필요

이러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버려질 뻔한 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저감했다는 사실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더 다양한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이러한 농산물에 대한 홍보가 더욱 확대되고 유통이 개선될 필요성은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맛과 식감, 가격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 접근성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제로 조사 당시 못난이 농산물을 모르고 있던 집단에게 해당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결과 65.3%가 구매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못난이 농산물이 시장에서 더욱 알려지고 활성화되려면 지속적인 홍보와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은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 확대될 수 있도록 유통채널 확대 및 품질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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