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계 "과도한 감축 목표 설정, 현실성에 의문"
전경련, 정부와 경제·경영계 감축 수치 함께 만들어야
탄소중립위원회, 지속적인 논의와 소통 이어갈 것

 
지난 8월 5일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제·경영계와 환경단체 등은 각기 다른 주장의 논평을 통해 탄소중립시나리오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8월 5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제·경영계와 환경단체 등은 각기 다른 주장의 논평을 통해 탄소중립시나리오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탄소중립위원회는 지속적인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시나리오를 갱신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총 3안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 TF는 기업인이나 경영인 등이 빠진 채 정부, 전문가, 환경단체 중심으로 구성되는 등 시나리오에 기업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은?

지난 8월 5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시나리오는 석탄(화석) 발전 유무, 전기 수소차 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축산 관리, CCUS(탄소 포집 저장 기술)·흡수원 확보량, 수소 공급방식 등 핵심 탄소 감축 수단을 달리 적용해 총 세 가지 안건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안은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원·연료 전환 등을 고려하는 내용이며, 2안은 1안과 함께 화석연료 감축과 생활양식 변화를 통한 추가 감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 3안은 화석연료를 더욱 과감히 줄이고, 수소 공급을 전량 그린 수소로 전환하는 등의 획기적인 감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토대로 위원회는 탄소의 순 배출량을 1안에서 2540만 톤, 2안에서 1870만톤, 3안에서 0(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흡수원, CCUS, 수소, 탈루 등 부문별 감축안과 정책 제언을 함께 발표했다.

 
경제·경영·산업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탄소 감축안이 과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환경단체는 시나리오의 탄소 감축안이 너무 빈약하다는 상반된 의견으로 시나리오를 지적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경제·경영·산업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탄소 감축안이 과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환경단체는 시나리오의 탄소 감축안이 너무 빈약하다는 상반된 의견으로 시나리오를 지적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경련 "산업 부문 감축 목표 지나치게 높다" 

이러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시나리오 상에서 규제의 대상으로 꼽히는 경제·경영계는 시나리오의 현실성에 대한 지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시나리오 발표 이후 바로 논평을 통해 시나리오 중 세 가지안 모두에서 산업 부문은 205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약 80%를 감축해야 하는데,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경제계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역시 지난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브리핑을 발표했다. 경총역시 시나리오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감축수단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 친환경 기술들이 2050년까지 상용화할 수 있을지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경총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석탄화석 발전 의존도가 매우 높은 특성상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김녹영 지속가능경영센터장도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기업들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업종별·규모별로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과 여건이 달라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기업 의견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3안을 제외하면 1·2안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라며 위원회가 발표한 세 안의 시나리오의 탄소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경제·경영·산업계에서는 감축안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경제·경영·산업계의 설명이다.

전경련 산업전략팀 관계자는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 TF는 기업인이나 경영인 등이 빠진 채 정부, 전문가, 환경단체 중심으로 구성되는 등 시나리오에 기업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에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 기업이나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최선 과제로 삼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목표가 기업들의 입장에선 이행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였다"며 “이 이상의 감축은 현실상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은 철강, 시멘트, 제조업, 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기술이 2050년까지 상용화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 역시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기준을 잣대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탄소감축 기준을 고려해 국내 탄소중립의 부족한 부분을 충당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업의 현실과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명확한 감축 수치를 함께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경련 외 경제·경영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전경련과 경총, 대한상의 등 경제·경영인 단체 역시 “앞으로 의견 수렴 및 논의 과정에서 기업이나 산업계의 의견이 면밀히 검토되고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 탄소중립위원회 "지속적인 의견수렴과 논의 거칠 것" 

이에 대해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예측과 검토에 따른 것으로 단정적인 가이드라인이 아니며, 기술 개발 상황이나 법 제도 마련 등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예측 안”이라며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필요시에 시나리오를 갱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시나리오 초안을 토대로 9월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산업계, 노동계, 청년, 시민사회, 지자체 등 각 분야별 의견수렴을 비롯해 지역, 성별, 연령, 직업, 학력 등을 고려한 500여 명의 시민(15세 이상 청소년 포함)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를 8월 7일에 출범해 전국민 대상의 의견수렴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의견수렴 기간 동안 부처 간 추가 논의도 병행해서 시나리오를 통해서 제안된 감축수단과 정책제언의 파급효과 등에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러한 논의 결과를 종합 반영한 뒤 위원회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정부 최종안을 확정하고,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실제 윤순진 민간공동위원장은 지난 8월 5일 e-브리핑을 통해 “시나리오는 미래상과 부문별 목표를 예상한 것으로, 로드맵이 아니다”라며 “법 제도의 마련, 사업자들의 의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 향후 시나리오는 언제든지 다시 갱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원회 관계자는 “시나리오 갱신이 바로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갱신 주기에 따라 갱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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