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 서로 달라...“기준 논의 필요”
중견·중소기업 “중요성 인식하지만 대응 어려워”
“기업, 명확한 목표 설정해 실천 역량 강화해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모범 규준 개정

ESG가 산업계와 재계 전반의 화두입니다.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가치를 기업 경영 활동에 깊이 고려해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겠다는 경향입니다.

기업은 과거에도 ‘친환경’이나 ‘사회공헌’ 또는 ‘투명한 지배구조’ 같은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ESG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았어도 위와 같은 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요즘 기업은 과거의 기업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요.

짚어 볼 질문이 많습니다. 이런 가치가 왜 중요한지, 기업들은 관련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무슨 기준으로 그걸 평가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ESG 관련 조직을 만들었다고 선언한 기업이 많은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린포스트가 18회 분량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지속가능 경영을 둘러싼 최근 흐름과 향후 전망을 꼼꼼하게 짚어봅니다. 본지가 국내 34개 기업에 보낸 ESG 위원회 관련 질의서와 그에 따른 기업들의 답변도 공개합니다. 오수길 도시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취재에 협조했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ESG 평가 기준에 대한 의견과 소식입니다. [편집자 주]

ESG 평가는 기관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평가 기관도 많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기업이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평가 기관들은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SG 평가는 기관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평가 기관도 많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기업이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평가 기관들은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ESG 평가는 기관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평가 기관도 많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기업이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평가 기관들은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할까?

기업이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건 쉽다. 그게 쉬운 일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집계하고 계산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결과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업의 환경 관련 활동이나 사회 활동, 또는 투명한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내용들은 구체적인 점수를 매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문제는, 관련 내용을 집계해 평가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매기는 공통된 기준이 없고 어딘가에 그런 기준이 있더라도 나라마다, 업종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ESG 평가를 둘러싸고도 이런 지적이 이어진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등에서도 기준이 서로 다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 평가 기준 서로 달라...“기준 논의 필요”

ESG 평가는 기관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평가하는 곳도 한군데로 통일돼있는 게 아니다. 해외 평가 기관으로는 투자 정보기관인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등 여러 기관이 있다. 국내에도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여러 기관에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ESG 정보 유용성 제고를 위한 기업공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위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기준제정기구별 보고기준이 상이해 기업의 정보생산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정보의 비교가능성·신뢰성은 낮아, ESG 기업공시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중심으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ESG 평가항목과 기준 등이 상이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당시 전경련이 발표한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간 평가등급 격차가 총 7단계 중 최대 5단계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이처럼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평가항목·기준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SG 평가 기관마다 분야별 평가 카테고리와 체계, 내용 등에 차이가 존재한다. 환경(E)평가를 예로 들면, MSCI의 평가 카테고리는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인 반면, KCGS는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전경련은 “ESG 평가는 가점과 감점(부정적 이슈 발생) 방식을 적용하는 틀은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점수 산정, 가중치 부여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각 기관이 ESG 평가결과를 제공하거나 활용하는 곳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각 기업이 왜 ESG를 추구하는지, 투자 유치인지, 연기금 대응인지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벤치마크지표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견·중소기업 “중요성 인식하지만 대응 어려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ESG 경영에 대한 중견기업계의 의견을 조사했을 때도 기관별로 다른 평가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이 관측됐다. 연합회가 지난 5월 4일부터 14일까지 101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인데, 국내 중견기업 상당수가 ESG의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직접 대응하는데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모호한 ESG 개념 및 범위’(19.8%), ‘기관별 상이한 평가 방식’(17.8%)을 고른 사람이 각각 2·3번째로 많았다. ESG 경영 확산을 위한 방안으로는 불필요한 혼란과 기업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ESG 평가·공시 기준’을 세워야 한다(32.7%)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지난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 ESG 경영 대응 동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ESG 경영 도입·실천 시 애로사항에 대해 비용부담(37.0%)과 인력부족(22.7%)을 가장 많은 어려움으로 꼽은 바 있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이 ESG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재(16.3%),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ESG 평가기준(6.7%) 등이었다.

해당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의 58%가 ‘ESG 경영 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나, ‘ESG 경영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5.7%에 그쳤다. 당시 공단은 “ESG 경영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기업 대상 진단· 컨설팅, 가이드라인 등 정보제공, 역량강화 교육 등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20일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지속가능발전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 인사이트 포럼에서 고려사이버대학교 오수길 교수는 'ESG 평가 기준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민선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은 ESG 실천에 있어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와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 그리고 우선순위에 걸맞는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4월 본지와 지속가능발전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 인사이트 포럼에서 오수길 교수가 'ESG 평가 기준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던 당시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기업, 명확한 목표 설정해 실천 역량 강화해야”

그러면 기업들에게는 어떤 평가기준이 필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도시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는 지난 4월 본지와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가 주최한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 포럼에서 'ESG 평가 기준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당시 오 교수는 기업을 향해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와 과정에 대한 공유, 우선순위에 걸맞는 재정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시 오 교수는 “ESG 평가 기준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보다 명확하고 단계적인 지속가능발전목표 설정으로 실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우선순위에 걸맞는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가 이 목표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지역 지수로서 기업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ESG 경영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조금 더 참여하고, 나아가 기업이나 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수립하는 등 목표치를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관련 목표를 위한 기업의 로드맵도 제시했다.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와 보고가 이뤄져야 하며, 우선순위에 걸맞는 재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발표에서 “실제로 SDGs 달성을 위해 목표치를 제시한 기업은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기본으로 연간 프로세스를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해 취한 조치와 그 효과, 차년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와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모범 규준 개정

이런 가운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ESG 모범 규준을 개정·공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KCGS)은 지난 8월 5일 개정된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KCGS는 “ESG정보공개와 책임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국내기업의 ESG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자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했다”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환경 모범규준에서는 전사적 위험관리 프로세스에 환경경영 통합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대분류 체계를 개편했다. KCGS는 대분류 체계를 전사적 환경경영 관점 확대를 위해 리더십과 거버넌스, 위험 관리,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 소통으로 개편했다. 또한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반영했다. 참고로 기존에는 환경경영계획, 환경경영실행, 환경성과 관리 및 보고, 이해관계자 대응으로 분류됐다.

사회 모범규준 부문에서는 리더십과 거버넌스, 위험 관리, 이해관계자 소통 등의 대분류를 신설했다. 사회책임경영과 기존 경영전략의 통합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또한 기존 이해관계자 중심 대분류를 ‘운영 및 성과’로 통합하고, 사회책임경영 주요 이슈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배구조 모범규준 부문에서는 지속가능성 추구, 주주 이익 보호, 최고경영자 승계, 기업 집단 소속 이사회의 역할 등 보다 적극적인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제안했다. 또한 경영전략, 위험 관리, 보상체계 등에서 지속가능성 검토를 추가했다. KCGS는 개정된 모범규준을 2022년 ESG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ESG 긴급진단’ 3편에서는 본지가 국내 34개 기업을 대상으로 취재한 ESG 위원회 활동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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