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본의 움직임
정치권에서도 ESG 이슈...관련 요구 계속되나

ESG가 산업계와 재계 전반의 화두입니다.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가치를 기업 경영 활동에 깊이 고려해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겠다는 경향입니다. 

기업은 과거에도 ‘친환경’이나 ‘사회공헌’ 또는 ‘투명한 지배구조’ 같은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ESG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았어도 위와 같은 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요즘 기업은 과거의 기업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요.

짚어 볼 질문이 많습니다. 이런 가치가 왜 중요한지, 기업들은 관련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무슨 기준으로 그걸 평가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ESG 관련 조직을 만들었다고 선언한 기업이 많은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린포스트가 18회 분량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지속가능 경영을 둘러싼 최근 흐름과 향후 전망을 꼼꼼하게 짚어봅니다. 본지가 국내 34개 기업에 보낸 ESG 위원회 관련 질의서와 그에 따른 기업들의 답변도 공개합니다. 오수길 도시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취재에 협조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ESG 기본 개념과 최근 산업계 등에서 주목하고 있는 관련 흐름입니다. [편집자 주]

ESG가 이슈다.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시장도 기후위기 등에 주목하면서 ESG를 향한 요구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매출이나 이익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 경영 활동과 평가 등에 깊이 고려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SG가 이슈다.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시장도 기후위기 등에 주목하면서 ESG를 향한 요구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매출이나 이익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 경영 활동과 평가 등에 깊이 고려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ESG 바람이 분다.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시장도 기후위기 등에 주목하면서 ESG를 향한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매출이나 이익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 경영 활동과 평가 등에 깊이 고려하라는 목소리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록된 두산백과에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ESG 경영은 매출이나 이익 등 돈과 관련된 방식뿐 아니라 기후변화나 환경에 대한 영향, 사회적인 요소 등을 고려해 기업을 평가하는 경향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돈을 많이 버는지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지,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인지 따져보자는 의미다.

국내 시장에서 ESG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부터 사용됐지만,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이미 15~20년 정도 됐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기업은 ‘환경경영’을 내세웠고 ‘사회적 책임’을 언급했다.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기업의 선언이나 사회적 요구도 꾸준했다. 예전에도 기업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이 환경적이고 사회공헌에 힘쓴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ESG 키워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그 배경에는 ‘돈의 흐름’이 있다.

◇ 기후위기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본의 움직임

돈과 환경 사이의 흐름은 크게 두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금융권이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ESG가 환경에만 가중치를 두는 건 아니다. 기후위기나 환경 관련 이슈는 ESG의 3가지 기둥 중 하나다. 다만 기후변화가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근의 분명한 경향 중 하나다.

본지가 지난 7월 ‘그린스완’ 관련 기사에서 짚어본 바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후변화를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준하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비에 나섰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금융 시스템에도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다.

당시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보험사는 자연재해 등으로 총 83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32% 늘어난 규모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발생한 커다란 산불 등으로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 청구가 있었다. 올해 2월에는 한파가 몰아치면서 정유설비나 반도체 등 생산설비가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에 연준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안정기후위원회(FSCC)'를 출범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이 지난 5월 31일 발간한 보고서(ESG-이제 새로운 고민을 할 차례)에 따르면 세계 37개국 114개 금융기관이 적도원칙을 채택했다. 적도원칙은 대형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 경우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행동협약이다. 지난 6월 11일에는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적도원칙 이행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환경부 등은 올해 1월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지원비중을 현재 6.5%에서, 오는 2030년 약 13% 수준으로 확충하기 위한 기관별 투자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범위에 환경 등 ESG 요소가 포함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기로 했다.

◇ 정치권에서도 ESG 이슈...관련 요구 계속되나

정치권에서도 ESG 관련 내용이 이슈였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후보가 국가재정법, 국민연금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에 ESG 투자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ESG 4법’을 내놨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연기금을 운용할 때 반드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ESG4법에 대해 “시대적읶 흐름과 맞물려 정책적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를 강조한만큼, 향후 ESG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국내기업들의 ESG 평가, 그리고 주요 연기금의 ESG를 고려한 투자규모는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적은 수준이지만, 향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지속가능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 역시 큰 상황이어서 ESG는 당분간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의 시선에서 보면 ESG가 일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가치 판단이 시대적 요구와 부합한다는 시선도 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이 지난 8월 5일자 보고서에서 위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안 연구원은 “당위성과 바람직함과는 달리 시장 경제 옹호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ESG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도된 목적(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을 달성하기 위해 비용이 자연상태보다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도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연구원 역시 ESG가 시대적 트렌드라는 점은 강조했다. 그는 “이런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는 이유는 ESG ‘가치 판단’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면서 “원가 상승, 추가 비용 부담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에도 관련 투자와 표준화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긴급진단’ 2편에서는 ESG 평가 기준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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