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불러온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

오늘은 ‘빨간 날’입니다. 달력에 붉은색 숫자가 표시된 날,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서 신나는 날이죠. 여러분도 혹시 새 달력 받으면 빨간색이 몇 개인지 먼저 세어 보나요?

강렬한 레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습니다. 신호의 붉은빛은 멈추자는 약속입니다. 우리도 달력 빨간 숫자를 볼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한 걸음 멈추면 어떨까요? 어떤 위기감이냐고요? 그린포스트가 공휴일 아침마다 기후변화 뉴스를 송고합니다. 두 번째는 폭염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편집자 주]

폭염은 사회와 경제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폭염은 사회와 경제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무더위가 이어졌습니다. 근래 가장 뜨거웠던 여름으로 기억되던 2018년만큼이나 더웠네요. 기자의 기억 속 가장 더운 여름은 1994년과 2018년이었는데 어쩌면 올해 그 기억을 ‘덮어쓰기’ 할 것 같습니다. 94년에는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었고 2018년은 그나마 올해보다 3살 더 젊어서 그랬을 수더 있습니다. 나이랑 더위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잠시후에 설명하겠습니다.

더우면 힘들고 짜증이 납니다. 일하기나 공부하기도 싫죠 능률이 오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개인적인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뜨거운 날씨, 즉 폭염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주거든요. 실제로 지난 2018년 폭염은 ‘자연재난’으로도 지정된 바 있습니다. 그저 더워서 문제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재난’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폭염은 직·간접적으로 건강, 농·축·수산업, 에너지, 교통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기후변화리스크연구단’ 명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폭염 현황과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작년 보고서여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2021년 여름 얘기는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 보는데는 좋은 자료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계속 더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습니다. 폭염 일수가 평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역대 가장 길었고 서울과 수원, 춘천, 대전 등에서는 지역 내 최고기온이 관측됐죠.

◇ 뜨거운 날씨가 불러온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

뜨거운 날씨와 무더위는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가 4만 4천여명 발생했습니다. 1만 8천여명 수준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대나 야외작업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온열질환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자가 날씨 얘기를 하면서 나이를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온열질환만 문제가 아닙니다. 폭염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더워지면 에어컨 수요 등이 늘어나는 탓에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탄소배출도 늘어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겠죠. 어디 그뿐일까요. 30℃이상 고온 추세로 농작물 피해 발생 건수도 늘었습니다. 온습도지수(THI) 상승으로 인한 가축 폐사 발생일도 늘어났죠. 땅에만 영향을 준 것도 아닙니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오르는 바람에 어류 폐사 피해도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이런 피해들은 현지 농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농산물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들의 가계 지출도 늘어났습니다. 건강은 물론이고 사회구조, 그리고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날씨가 좀 뜨거워야 여름답지’ 하면서 무신경하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꼼꼼하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2018년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하고 범정부 폭염종합대책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 대책에 대해 “수산, 교통 인프라 등 부문별 대응대책 수행 및 관계 부처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하여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추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날씨변화와 기후위기가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우리나라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닙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도 아닙니다. 해외 경제학자들도 입을 모아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해당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 했습니다.

뜨거운 날씨는 건강과 지갑, 그리고 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더워지는 지구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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