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떼는 생수...PB 상품도 예외 없어
채식 인구 잡아라...편의점에서도 대체육에 주목
PB에 새롭게 적용된 환경적인 관점

홈플러스 무라벨 생수 판매 모습. (홈플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홈플러스 무라벨 생수 판매 모습. (홈플러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초부터 생수 업계에서 라벨 떼기가 릴레이처럼 이어진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PB생수에서 라벨 떼기에 발 빠르게 착수했다. 기존에 PB 생수의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라벨에 별도의 절취선을 설치하고 접착력 낮은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비닐 사용을 감축한 것. 

◇ 라벨 떼는 생수...PB 상품도 예외 없어

무라벨 생수는 개별 페트병에 비닐 라벨을 부착하지 않기 때문에, 비닐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또, 소비자가 라벨을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노브랜드 생수를 무라벨로 전환해 지난 5일부터 점포별로 순차 판매에 돌입했다. 라벨이 붙어 있던 기존 제품은 재고 소진 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트레이더스 역시 올 7월 중 ‘T스탠다드 마이워터’를 무라벨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기준 피코크 트루워터, 노브랜드 미네랄워터가 합쳐서 약 5000만병이 판매되고 T스탠다드 마이워터가 약 4500만병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연간 약 1억병 생수에 라벨로 사용돼 왔던 플라스틱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홈플러스도 지난 4월 페트병 자체에 브랜드나 상표 등을 전혀 표기하지 않는 무라벨 생수 PB 제품인 ‘시그니처 무라벨 맑은샘물’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한 달 새 134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홈플러스는 이 제품을 통해 연간 최대 약 23톤의 플라스틱 사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현재 홈플러스 시그니처 스파클링 워터 및 콜라 등 총 25종에 적용하고 있는 이지필 라벨을 향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무라벨 생수부터 무라벨 과일용기까지 잇따라 선보였다. 1월에는 무라벨 생수를, 4월에는 무라벨 새벽 대추방울토마토를, 5월에는 무라벨 탄산수를 출시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무라벨 생수 출시 후 3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0%가량 신장했으며 무라벨로 선보인 새벽 대추방울토마토 역시 오전부터 입고 시간 문의가 이어질 만큼 관심이 뜨꺼웠다. 무라벨 탄산수를 통해서는 연간 약 3천600kg의 포장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 채식 인구 잡아라...편의점에서도 대체육에 주목

CU 채식 간편식 시리즈. (BGF리테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CU 채식 간편식 시리즈. (BGF리테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동물 보호 등 신념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유통업계 PB 제품도 변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롯데마트는 유통업계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 인증을 받은 비건 마요네즈 시리즈 PB 상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순식물성 원료로 달걀 대신 기능성 대두를 사용해 만든 ‘해빗 건강한 마요’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80% 신장했다. 인기에 힘입어 롯데마트는 올해 6월 후속작으로 또 다른 마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간편식의 바로미터인 편의점에서도 채식 시리즈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식품개발 전문기업이나 연구소와 협업해 접근하는 분위기다. 

CU는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대체육을 활용한 채식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저탄소 생활 실천을 위해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로 구성됐으며 100% 곡물로 만든 식물성 고기,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 등 대체육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상품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와 협업해 만들었다. 

특히 내용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해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 PLA 용기를 활용한 것도 했다. CU는 올해 초부터 사각 샌드위치 전 품목에 PLA 소재로 만든 패키지를 적용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출시한 채식주의 도시락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40만개가량 판매돼 전년 대비 3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이는 환경과 건강을 고려하는 채식 인구가 늘면서 그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채식 인구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편의점 채널에서도 관련 상품의 저변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PB에 새롭게 적용된 환경적인 관점

이마트에서 과일·채소 상품에 도입한 재생 플라스틱 용기. (이마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마트에서 과일·채소 상품에 도입한 재생 플라스틱 용기. (이마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업계에서는 무라벨 생수나 비건식 외에도 PB 상품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고 재활용이 수월한 단일소재나 재활용 소재로 용기를 교체하고 있다. 

CU는 올해 초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주컵, 종이컵, 접시류 등 일회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판매 제품은 재고 소진 시까지만 판매 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CU의 친환경 일회용품은 처음부터 HEYROO PB 상품으로 기획됐다고 알려진다. 종이컵은 100% 미표백 펄프로 만들어 재활용이 용이하고 접시류는 특수 발포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기존 일반 제품 보다 원료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다. 제품을 밀봉, 압축 포장해 비닐 사용량도 줄였다. 

담당 MD는 “최대한 환경을 다치지 않게 생산했지만 일회용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환경에 이롭지 못하기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회용품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 CU는 업계 최초로 PB 상품에 포장재 재활용 등급 표기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조 및 유통을 맡고 있는 PB상품에 대해 생산 시점부터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정보제공 의무를 적극 이행해 환경보호를 돕기 위해 올해 안에 전체 PB상품에 등급 표시를 100% 적용한다는 것. 특히 일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의 상품에 대해서는 포장 재질 변경 등을 추진하고 제품 특성상 포장 변경이 불가한 경우 해당 상품들의 단계적인 퇴출까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대형마트에서도 용기 변화가 눈에 띈다. 이마트는 지난 6월부터 과일·채소 상품에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도입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000톤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1만배 수준이다. 이마트가 선보인 재생 플라스틱 용기는 분리수거 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료로 만든 것이다. 

이마트는 구매 후 바로 먹는 조각 과일을 제외한 과일 플라스틱 팩 전 상품에 재생 PET 50%를 사용한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도입한다. 채소 팩 상품의 경우 선제적으로 전체 플라스틱 팩 사용량 중 27%가량을 재생 원료를 사용한 플라스틱 팩으로 전환, 순차적으로 재생 PET 사용 비중을 5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용기 경량화’ 상품을 확대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바꿨다. 몸체와 마개, 라벨 등이 동일한 단일 소재의 상품군을도 늘리고 있다. 홈플러스 시그니처 토탈케어 핸드워시 등 펌프 상품에서는 금속 스프링 펌프를 뺀 ‘메탈 제로 펌프’를 도입했다. 

마트에서 무라벨 PB 생수를 구매하고 있다는 직장인 박 모씨(36)는 “마트 PB 상품이 다른 제품 라인에 비해서 저렴해서 자주 찾곤 하는데 최근 라벨을 제거한 생수가 많이 보여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앞으로 더 많은 상품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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