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을 이루는 PCR 플라스틱
PCR 플라스틱 도입 확대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

플라스틱은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찬사 받았지만 이제는 인류의 재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환경이 경제발전못지 않게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플라스틱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 것인데요. 편리한 것보다 지켜야 할 것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탈 플라스틱’,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도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거나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들입니다.

플라스틱 한바퀴는 ‘플라스틱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은 남용되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와 재활용 가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플라스틱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서 플라스틱이 나아가야 할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PCR이 뭐길래 플라스틱도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이는 걸까. 아로마티카 플라스틱 방앗간에 전시된 일반 PET 원료와 PCR-PET 원료.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PCR이 뭐길래 플라스틱도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이는 걸까. 아로마티카 플라스틱 방앗간에 전시된 일반 PET 원료와 PCR-PET 원료.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자가 최근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에 방문했을 때, 관계자는 “브랜드 내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한 페트병과 유리병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 매장 내 벽면에는 지난해 기준 재활용 용기인 PCR(Post-Consumer Recycled material) 플라스틱으로 절감한 일반 플라스틱과 탄소배출량이 표기돼 있었다. 100% PCR 용기를 통해 줄인 플라스틱 양은 81톤, 탄소 배출량은 137톤이었다. PCR이 뭐길래 플라스틱도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이는 걸까. 

◇ 자원순환을 이루는 PCR 플라스틱

플라스틱의 효용성은 해당 플라스틱을 얼마나 제대로 재활용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복합재질보다 단일소재일 때 재활용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투명 페트병 도입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 플라스틱은 단점보다 장점이 큰 소재다. 특히 저렴하고 내구력이 높다는 점은 대량상품을 안전하게 유통해야 하는 기업에는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 또 한가지는 사용하고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만든 재생 플라스틱이다. 이 재생 플라스틱을 PCR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두 플라스틱은 각각 일장일단을 갖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가능한 반면 분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분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PCR 플라스틱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다시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완전한 자원순환을 이루지만 제조 공정 단가가 일반 플라스틱보다 높다.  

PCR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관련 시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통한 순환경제와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마켓샌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PCR 플라스틱 시장은 연평균 6%씩 성장해 2024년 102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PCR 플라스틱은 어떤 과정으로 재탄생할까.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 중에서도 물질재활용을 통해 탄생한다. 성분과 구조 변화 없이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한 플라스틱으로 물리적 형태만 바꾸는 기계적 재활용법이다.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해 플라스틱 원료만 추출해 다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수, 분쇄, 세척, 선별·분리, 혼합이라는 5단계 공정으로 탄생한다. 소비자가 사용하고 분리배출한 폐플라스틱의 ‘회수’해 ‘분쇄’를 통해 알갱이 단위 원료 펠릿을 만든다. 펠릿을 ‘세척’ 후 원심력을 이용해 부유하고 있는 고체를 침전시키는 원심분리나 적외선분광법 등의 방법으로 ‘선별 및 분리’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이 중요한데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리된 재생 원료는 100% 그대로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기도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 원료와 혼합돼 PCR 플라스틱으로 다시 태어난다. 흔히 PCR 100%, PCR 50% 등은 PCR이 들어간 정도를 나타낸다. 

PCR은 합성수지(ABS),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양한 소재 앞에 붙는데 이는 해당 소재를 재활용해 탄생했다는 것을 뜻한다. PCR-ABS는 대체로 가전제품에, PCR-PET나 PCR-PP 등은 식품이나 화장품 용기 등에 활용이 많이 되고 있다. 

◇ PCR 플라스틱 도입 확대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

최근 코카콜라,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은 PCR 플라스틱 원료 도입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화장품 포장재의 최대 50%를 PCR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로레알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패키지를 100% 재사용·재활용 할 수 있거나 퇴비화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패키지에 100% 재활용 재료 또는 바이오 기반 자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로레알은 지난 6월 카비오스의 효소 기술을 이용해 100%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장품 용기를 구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레알에 따르면 이는 기계적 재활용의 대안으로 투명·유색·불투명·다층구조 등 모든 페트 플라스틱 유형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로레알은 2025년 이 기술을 도입한 용기를 처음 생산할 계획이다. 

해양쓰레기 배출 1위라는 오명을 가졌던 코카콜라는 오는 2030년까지 제품 용기 50% 이상을 재생 원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 약 1200억개의 페트를 재활용해 50% 수준의 PCR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며 코카콜라 스웨덴의 경우 100% PCR-PET를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플라스틱은 순환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골칫덩이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소재가 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관점도 있다. 그러나 이 순환고리 구축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일단 모든 폐플라스틱이 PCR 플라스틱으로 활용될 수 없다. 재활용을 하려면 복합적으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을 분류해 순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물성 보강이라는 숙제도 남아 있다. 재활용 업체가 영세하고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순환을 위해 정부가 재활용 정책을 개선하고 기업간 협업을 통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처음부터 재사용을 고려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개발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플라스틱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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