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둘러싼 두 가지 환경 지적
탄소배출·우주에 놓이는 쓰레기 문제 해결해야
우주 비행에 대해 과세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서른 다섯번째 주제는 최근 해외 등에서 화제가 됐던 ‘우주여행’입니다. 우주여행이 환경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일부 외신 등에서는 우주 여행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했습니다. 우주에 ‘쓸모 없는 것들’이 쌓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부호들의 ‘우주여행’ 관련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다. 지구 밖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진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주여행이 또 다른 탄소배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우주에도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부호들의 ‘우주여행’ 관련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다. 지구 밖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진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주여행이 또 다른 탄소배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우주에도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부호들의 ‘우주여행’ 관련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다. 지구 밖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진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주여행이 또 다른 탄소배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우주에도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주여행은 기자 세대 어린이의 꿈이었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기자는 스타워즈를 보면서 ‘우주선’을 동경했고 레고로 우주기지를 만들며 자랐다. 지구인이 달에 다녀왔다는 얘기야 어려서부터 들었고 온갖 영화와 만화에서 지구밖 세상을 보면서 컸다. 하지만 우주여행은 늘 먼 꿈처럼 느꼈다.

하지만 우주여행은 이제 SF영화나 소설이 아니라 ‘뉴스’ 속 얘기가 됐다. 최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유명인들이 연이어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인류는 조만간 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소식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환경적인 지적도 제기된다. 우주로 쏘아 올려진 로켓에서 적잖은 양의 탄소배출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 우주 다녀온 로켓...화학물질 배출 많다?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7월 20일(현지시각)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앞서 7월 11일에는 리처드 브랜슨이 우주관광기업 버진갤럭틱 우주선을 타고 고도 86km까지 올라간 후 복귀했다.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우주여행이 현실로 한 발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주여행 행보가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우주여행에 대한 환경적인 지적을 요약하면 이렇다. 로켓 추진 연료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지면 대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신 등에서 관련 내용이 이미 보도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7월 19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엘로이즈 머레이스 교수를 인용해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려면 많은 양의 추진연료가 필요하고 이 연료들이 여러 화학물질을 대기 중에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내용은 한겨레가 인용 보도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알려졌다.

한겨레는 관련 내용을 보도한 7월 22일자 기사에서 “블루오리진의 경우 연소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했지만, 버진갤럭틱은 고체 탄소기반 연료와 아산화질소 등이 혼합된 추진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머레이스 교수가 가디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 항공기 1대는 탑승객 1명이 1~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승객을 4명 태운 로켓을 한번 발사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00~300톤에 달한다.

한겨레는 당시 기사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7월 10일자 보도를 함께 인용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승객 1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마일 당 0.2㎏ 수준이지만 브랜슨이 이용한 버진갤럭틱 로켓의 경우 1마일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버진갤럭틱은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로켓 탄소발자국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즈니스석 비행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류가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 간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면 우주는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 간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면 우주는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우주 비행에 대해 과세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우주비행과 탄소발자국에 대한 언급은 이전에도 있었다. 비즈니스플러스는 앞서 지난 7월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을 인용해 “퇴역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스페이스셔틀)은 우주까지 가는 데 72만㎏의 액체연료와 50만㎏의 고체로켓연료를 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그을음과 이산화탄소 등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우주 비행에 대해 과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주장은 정치권에서 제기됐는데, ‘우주여행에 따른 환경 영향을 걱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연합뉴스는 지난 7월 21일 해외 경제매체 폭스 비즈니스와 야후파이낸스 등을 인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얼 블루머나워 하원 의원은 7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비연구 목적 우주 비행에 과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탄소배출에 대한 안전 확보 과세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루머나워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우주가 부유층을 위한 면세 휴가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항공권에도 세금을 물리듯이 아무런 과학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억만장자들의 우주 비행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반대하는 것은 공익이 아닌 유흥 목적 우주여행이라고 지적하면서 우주여행에 따른 환경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블루머나워 의원은 “우주 비행은 탑승객 1인당 탄소배출이 대서양 횡단 비행보다 60배나 많고, 자동차로 지구 한 바퀴를 돌 때 나오는 배출량에 맞먹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주여행 고도에 따른 세금 차별화 의사도 밝혔다. 다만 보도 당시 기준으로 그는 구체적인 입법안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 우주로 향한 인류, 쓰레기 놓아두고 온다?

인류의 우주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가지 더 짚어볼만한 지적도 있다.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 등을 통해 인류가 우주에 쓰레기를 남기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주에는 지구에서 올려보낸(?) ‘(지금은) 쓸모 없는 물체’들이 떠다니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지난 7월 23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진행자 윤재선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여행의 탄소배출 등에 대한 세간의 지적을 소개한 다음 우주 쓰레기(잔해물)에 대해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우주공간에 발사한 물체들은 인공위성에서부터 우주 정거장 그리고 로켓까지 파편과 부속품 등을 양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항공우주국을 인용해 2만 7000여개의 ‘쓸모없는 물체’들이 우주 공간에 떠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주쓰레기가 지구를 떨어지고 하고, 유엔에서 우주 장애물을 줄이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강제 적용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쓰레기책> 저자이자 쓰레기센터 대표 이동학씨는 “인류가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따라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말을 우주에 적용해보면 우주에도 언젠가는 쓰레기가 쌓일 위험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우주로 나아가는 과정도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류가 앞으로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 중 하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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