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예쁜 쓰레기’
종이나 생분해성 용기 개발부터 스프링 제거 펌프 개발까지
이종업계와 플라스틱 문제 폭 넓게 해결하는 움직임도

복합재질로 만들어지는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 들어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목소리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화장품 업계는 어떻게 화장품 용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을까?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복합재질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 들어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목소리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화장품 업계는 어떻게 화장품 용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을까?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복합재질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 들어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목소리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화장품 업계는 어떻게 화장품 용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을까?

올해 시민들은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두 번의 ‘화장품 어택’을 진행했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2주동안 전국에서 수거한 화장품 공병 약 8000개를 화장품 회사로 보낸 것이다. 환경부가 화장품 용기에만 재활용 등급 표기 예외를 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일자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등급을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요구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업계는 올해 초 탈 플라스틱을 선언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 등이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것. 2030년까지 재활용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 용기 자체 회수 등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과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지난 6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제2차 화장품 어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이 앞장서서 자원순환에 앞장서야 한다며 변화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는 그 동안 내용물의 특성상 친환경 소재 적용이 어려운 데다 광고 효과를 내기 위해 화려한 디자인을 완성할 복합재질로 제작돼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목소리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화장품 업계는 어떠한 노력으로 플라스틱 중심의 화장품 용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을까? 

화장품 용기가 갖고 있는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소비자가 플라스틱으로 열심히 분리배출하더라도 생산 단계에서부터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것. 또 한 가지는 구조상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울 수 없어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내용물의 특성상 재질 변화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리필 문화 활성화 전략과 사용 후 판매됐던 용기를 회수해 리사이클링 하려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용기를 개선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에 더해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대신 단일재질을 활용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 이밖에 석유 기반 플라스틱 대신 종이나 바이오 소재를 개발해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 종이나 생분해성 용기 개발부터 스프링 제거 펌프 개발까지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 개발한 종이튜브. (한국콜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 개발한 종이튜브. (한국콜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 대안 중 하나는 종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한 화장품용 종이튜브를 출시했다. 동원시스템즈와 1년 6개월간 공동개발한 종이소재는 캡을 제외한 본체에 적용됐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안쪽 면을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쳐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80% 절감했다. 

김형상 한국콜마 패키지연구소장은 “화장품 업계는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화장품 용기 중 사용량이 가장 많은 플라스틱 튜브를 종이튜브로 대체함으로써 화장품 업계에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고 환경보존은 물론 고객만족까지 동시에 실천하는 중요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콜마와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 개발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해 기초 화장품, 색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안은 생분해성 용기다. 산수음료 자회사인 에코패키지솔루션(EPS)은 지난 4월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 단점을 보완한 고기능성 내열 PLA 소재의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PLA는 옥수수 전분 추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로 EPS에서 개발한 것은 강도와 내열성 및 내화학성 측면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EPS는 “비분해성 플라스틱 용기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돼 4%만 재활용돼 온실가스와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PLA 용기는 생분해 돼 산업용 퇴비화 처리가 가능하다”며 “특히 산수의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기업인 Wecycle에서 개발한 특수 전처리 기술을 적용하면 바이오메탄가스로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장품 전문기업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화장품 패키지 신제품에서 분리배출이 어려운 금속 스프링을 제거한 ‘스프링리스 펌프’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화장품 펌프는 스프링 등 복합재질 구성품으로 조립돼 있어 분리배출을 어렵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스프링리스 펌프는 재활용 시 분리배출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재활용 정도가 우수하며 기존 일반 펌프에 비해 부품 수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22%로 감소시켜 탄소배출량을 줄였다”며 “기존 펌프보다 약 20% 이상의 단가 경쟁력을 보유한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 이종업계와 플라스틱 문제 폭 넓게 해결하는 움직임도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 문제는 함께 해결할 공동문제라는 시각으로 이종 업계와 적극 협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월에 GS칼텍스와 플라스틱 공병의 체계적인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매년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물질 재활용하고 이를 아모레퍼시픽 제품과 집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적용 비율은 올해 20%, 2025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2200톤의 화장품 공병을 수거했다. 회수된 공병은 캠페인을 통해 리사이클링하거나 업사이클링돼 왔다. 

GS칼텍스와는 이렇게 수거한 화장품 공병의 63%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친환경 원료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에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성능, 품질 향상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 방식에 힘을 모은다고 알려진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며 자동차, 가전 부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GS칼텍스의 복합수지를 아모레퍼시픽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사용해 새롭게 생산하는 방식이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 디비전상무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플라스틱 이슈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사회 문제”라며 “아모레퍼시픽은 GS칼텍스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에 기여하는 기업시민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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