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버려진 부서진 의자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66번째 사진은 공원에 버려진 의자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 버려진 의자. (이한 기자 2021.7.16)/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 버려진 의자. (이한 기자 2021.7.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놀이터 겸 공원이다.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기사에 이미 몇 차례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을 촬영한 시간은 평일 오전 6시 43분, 기자가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오던 중에 찍었다. 부서진 의자가 왜 저기 놓여 있을까.

기자는 지금까지 60여장 이상의 쓰레기 사진을 찍었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는 곳에, 규정에서 정한 방법대로가 아니라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이다. 일회용컵이나 마스크가 아무데나 버려진 모습도 봤고 버려진 프린터도 봤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종종 목격했고 이날은 부서진 의자를 봤다.

쓰레기는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정해진 곳에, 정해진 방법대로, 거기에 맞는 것들만 모아서 버려야 ‘자원순환’이 잘 된다. 걸리적거리거나 더럽다고 내 눈 앞에서만 치워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이들에게 옮겨간다. 그러니까 그러지 말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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