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진 지구...에어컨 없으면 못 산다?
기후변화와 폭염...취약층에 더 영향
여름 기온에 민감하게 증가하는 주택용 전력 수요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22번째는 더운 여름의 필수품 중 하나인 에어컨입니다. 더워지는 지구에서 에어컨의 역할, 에어컨 키워드를 통해 들여다보는 폭염과 기후변화 관련 소식입니다. [편집자 주]

날씨가 더워질수록 에어컨 켜는 시간이 늘어난다. 기후변화 흐름 속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다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더워질수록 에어컨 켜는 시간이 늘어난다. 기후변화 흐름 속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다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날씨가 더워질수록 에어컨 켜는 시간이 늘어난다. 기후변화 흐름 속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다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울수록 손이 가는 에어컨을 소재로 폭염과 기후변화 관련 소식을 짚어본다.

기록에 의하면 1994년과 2018년에 각각 기록적인 폭염이 왔다. 공교롭게도, 기자는 1994년에 에어컨을 샀고 2018년에 에어컨을 바꿨다. 어린 시절 선풍기와 수박만으로 여름을 버틴 세대였지만 수험생 생활을 앞둔 94년에는 에어컨이 없으면 안 된다고 부모님을 졸랐고 2018년은 집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너무 더워서 성능 좋은 새 에어컨이 절실했다.

에어컨은 쓸모가 많다. 온도와 습도를 적당하게 유지해주므로 ‘불쾌지수’를 낮춰준다. 더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데도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여름에 에어컨을 한번 켜면 마치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계절이 바뀌기 전까지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내는 날이 없을 정도다. 평소 ‘에어컨 없었으면 정말 어떻게 할 뻔 했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에어컨 없으면 못사는 지구?

더워지는 지구에서 에어컨은 필수품이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네터리 헬스’에는 기후변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세기말 지구 땅의 45~70%에서는 에어컨 없이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실렸다. 경향신문은 지난 7월 11일자 보도에서 관련 자료를 인용하며 “수십년 내에 지구가 사실상 에어컨 행성이 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여름에는 좀 더워야지’ 하면서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펴낸 ‘2020 폭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 빈도 및 강도가 증가 추세로 지난 2018년 폭염은 자연재난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폭염은 직·간접적으로 건강, 농·축·수산업, 에너지, 교통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늘린다

더위는 짜증만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온열질환자는 4만 4094명,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48명이다. 2014년에는 질환자 1만 8004명, 사망자가 6명이었는데 이후 크게 늘어난 숫자다. 폭염일수는 2014년 7.4일에서 2018년 31.5일로 늘었다.

폭염으로 인한 육체적 피해는 경제 문제와 관련이 있다. 보고서는 소득 계층별 만명당 온열질환 발생률은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자) 13.8명, 고소득층(상위 5분위) 4.8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에어컨은 더운 날씨의 구세주일까? 반드시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다. 폭염에 대응하겠다고 에어컨을 계속 켜는 것도 문제여서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고 이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변화 폭염...사회·경제적 취약층에 더 영향

보고서는 신문기사 텍스트를 활용한 폭염 영향의 인과지도를 확인한 결과 폭염 발생 시 건강, 농·축·수산업 등 부문별 영향이 확인됐으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건강 부문과 상호 연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건강부문에서는 폭염이 저소득층,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과 열사병, 탈진, 탈수 등 온열질환과 연계된다”고 밝혔다.

소득 계층에 따라 온열질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냉방기기 등을 포함한 관련 인프라의 차이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7월 10일 해당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냉방기기가 갖춰지지 않은 장소에서 사는 주거 취약계층, 에어컨이 없는 빈곤 가구 또한 폭염으로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아시아경제는 한국 전력거래소가 2013년 발표한 가구당 에어컨 보유대수 자료를 근거로 상당수 빈곤 계층이 에에컨 없는 여름을 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홀몸 어르신 등 기후변화 취약계층 3천여 가구 및 시설물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홀몸어르신 등 320가구에 창문형 냉방기기 설치를 지원하고, 833곳 건물 옥상 및 외벽 등에 차열도장(쿨루프 등)을 지원하는 등 전국 37개 지자체의 1,141개 가구 및 시설에 맞춤형 기후변화 적응시설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당시 이병화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현장중심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 여름 기온에 민감하게 증가하는 주택용 전력 수요

에어컨은 더운 날씨의 구세주일까? 반드시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다. 폭염에 대응하겠다고 에어컨을 계속 켜는 것도 문제여서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고 이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전기의 상당수가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도 대기오염 배출량 증가가 대기질 악화뿐만 아니라 심혈관 및 호흡기계 질환 및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공공부문이나 산업계 등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 에어컨은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슬기로운 냉방요령’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산업부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6℃로 제안하면서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문을 닫되 2시간 마다 1회 이상 환기하고 권했다.

참고로 산업부는 지난 7월 1일, 오는 8월 둘째주가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 기간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여름철 전력수요 절감을 위하여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여름철 휴가 분산 및 냉방기 순차운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요청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용 전력 수요는 산업용, 일반용 전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름철 기온 상승에 더 민감하게 증가한다. 더워진 날씨에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가정 등에서의 냉방 수요 등이 전력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날씨를 더 더워지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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