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출범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목표
석유화학산업이 가진 어려움, 지속적인 논의와 투자로 해결한다


기업 경영 방침이나 목표가 이윤 창출에만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환경·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에만 몰두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ESG 경영’입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세 가지 항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ESG 혁신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 내부 계열사 간의 혁신은 물론 관련 기업이나 경쟁사간의 협업까지 도모하며 ESG 경영을 시도합니다.

ESG 경영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보다 따듯한 협력을 선택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ESG를 위해 힘을 모으는 기업들은 누구고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일곱 번째 순서는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 뭉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입니다. [편집자 주]


 
석유화학산업은 '브릿지 산업'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산업에 소재를 제공하는 소재산업이지만 다량의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석유화학산업은 '브릿지 산업'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산업에 소재를 제공하는 소재산업이지만 다량의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국내 각종 산업들의 소재산업이지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산업계가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발족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가 그 주인공이다. 위원회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업계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나 한계를 정부와 연구기관에 건의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석유화학업계, 탄소중립을 위해 손을 잡았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 성분인 탄화수소 등을 합성원료로 사용해 각종 유기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공업이다. 특히 석유를 원료로 납사(Naphtha) 유분을 열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거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Polyester)와 나일론(Nylon) 등 합성섬유 원료, 합성고무 및 각종 기초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은 각종 산업의 주요 소재를 생산하는 소재산업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산업으로 지적받고 있다. 플라스틱 등 폐기물 문제는 물론 화석연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간 약 7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화학산업은 국내 제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다. 특히 원료로 사용하는 납사의 열분해 과정과 메탄 등 부생가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일부 석유화학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조작하거나 유출하는 사례가 적발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석유화학기업들은 환경오염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하고, 온실가스와 탄소를 감축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화학업계 최초로 지난해 7월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전체 사업장의 RE 100을 목표로 하는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 전망치의 60% 이상을 감축할 계획으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또한 SK종합화학은 ‘그린중심의 딥 체인지(Deep Change)’를 목표로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이상으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주제로 해외 기업이나 관련기업과 업무 협약을 이어가는 등 플라스틱 자원순환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1월 ‘203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부문 6조원 규모의 성장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유화학 공정·설비 에너지 효율화와 함께 대체 연료 및 원료 확대기술,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등 다양한 탄소 저감기술 개발과 도입 통해 탄소중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목하는 기술들은 개발이 초기 수준의 단계이며, 비용 문제와 기술 상용화의 불확실성 등의 과제가 뒤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석유화학업계와 학계 및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석유화학분야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민관 소통 강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가 그 주인공이다. SK종합화학,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등 석유화학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화학산업협회, 그리고 석유화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석유화학업계의 탄소중립 성장과 지속가능한 산업을 만들기 위해 논의와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2월 9일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 출범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월 9일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 출범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탄소중립 성장 밑그림 그리다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2월 9일 SK화학연구원에서 출범식을 가지고 본격 출범했다. 이날 위원회는 출범식과 함께 기업별 탄소중립 추진현황을 살펴보고 석유화학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건의 사항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석유화학 탄소중립 추진방안도 발표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한화토탈은 개별 업체별로 탄소중립 추진현황을 발표했으며,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건의사항 제시했다. 특히 업계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인 석유화학 연료 및 원료 확대기술에 대한 선제적 도입을 위해 관련 R&D 지원확대 및 투자세액 공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기업들이 RE 100 추진 등을 위해 재생 에너지 전력을 원활히 도입할 수 있도록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REC) 등 지원 제도를 활성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한 ‘자발적 에너지효율 목표제’에 참여해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배출권 거래제 관련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 수익‘을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활용 및 해외 상쇄 배출권에 대한 국내 사용한도를 확대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박진규 차관은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산업부는 탄소중립 5대 핵심과제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석유화학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수소, 탄소,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폐플라스틱 등을 원료 및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조기술 개발이 시급하므로, 대형 R&D사업을 기획해 이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이진원 교수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단기 방안으로는 설비효율향상, 촉매 등을 활용한 공정개선, 바이오 플라스틱 R&D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또한 중장기적 방안으로는 수소, 탄소, 바이오납사 등으로의 원료대체, 신재생에너지 전기분해로 등 연료대체 및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 등을 제시됐다.

지난 6월 15일 개최된 제2차 석유화학탄소제로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6월 15일 개최된 제2차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지속적인 논의·투자로 업계 문제 해결해 나간다

출범식과 1차 회의를 가진 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제2차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날 회의는 그동안 민·관이 함께 논의해 온 석유화학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 현황과, 대규모 중장기 R&D 기획 현황에 대한 발표와 함께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석유화학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 현황’을 발표했다. 정 본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의 주요 감축방안은 노후 설비의 고효율 설비 교체 등 에너지 효율화,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전기 등을 사용하는 에너지 전환, 납사 등 화석원료를 바이오매스 등으로 대체하는 원료 대체,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등이다.

정 본부장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마련 과정에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를 창구로 석유화학 산업계 애로·건의 등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도록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정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화학공정 PD는 ‘석유화학 탄소중립 대응 기술개발사업’ 기획 현황을 발표했다. 한 PD는 “납사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소재·공정 기술개발의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석유화학 신소재·공정 기술을 선정해 연내 세부기획을 완료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산기평은 지난 3월부터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R&D 기획에 착수했다. 산기평은 지난 5월 R&D 기획위원을 구성하고 위원회와 연계해 산·학·연 전문가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필요한 기술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바이오매스 유래 원료·소재, 석유화학 부생가스 전환, 전기가열 분해공정. 저에너지 혁신공정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산기평은 향후 추가 수요조사와 전문위원 논의를 통해 5개 분야별 세부기술 후보를 도출할 예정이며, 우선순위 평가를 통해 세부기획을 추진할 기술을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은 “석유화학 산업 탄소중립 추진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서 대규모의 민간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 역시 민간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경호 산업부 소재부품장비협력관은 “석유화학 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서 석유계 연·원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 특성상 탄소중립 추진에 근본적인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업계의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를 중심으로 업계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석유계 연·원료 대체를 위한 바이오매스 유래 화학소재 제조 기술, 폐플라스틱 업싸이클링 공정기술 등 석유화학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친환경 소재·공정 기술에 대한 R&D를 올해 기획하고,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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