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종이컵 대책 마련 절실
재활용 어려운 일회용컵...보증금제 해결책 될까?
PE코팅된 종이컵...“종이 선별 인프라 필요해”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일곱번째 시리즈는 일회용컵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플라스틱컵을 33억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게로 따지면 약 4만 6천여 톤에 달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내년 도입될 예정이고 자발적으로 사용을 줄이려는 음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회용컵을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쓰레기 꼭꼭 눌러담아 곱게(?)버려두고 간 일회용컵 두잔의 모습. (이한 기자 2021.5.2)/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은 약 33억개 내외로 추정된다. 사진은 도로에 함부로 버려진 일회용컵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일회용컵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국내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은 약 33억개 내외로 추정된다. 일회용컵 사용의 환경 영향과 이를 줄이려는 노력 등을 4회차에 걸쳐 소개한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과 함께 플라스틱 3가지 품목의 소비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연간 65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게로 따지면 약 0.9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내용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수록됐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82만여명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일회용컵 33억 7천만개를 사용하고 그 무게가 4만 6천여톤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무게는 8톤 트럭 기준 약 5,800여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났던 경향을 고려하면 최근 일회용컵 사용이 과거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은 전년 대비 택배 19.8%, 폐플라스틱, 14.6% 폐비닐 11%가 각각 늘었다. 

◇ 재활용 어려운 일회용컵...보증금제 해결책 될까?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1회용품은 같은 용도에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흔히 ‘일회용 비닐’ 또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는 말을 쓰지만 소재가 그렇다고 해서 모두 (법적으로) 1회용품으로 구분되는 건 아니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회용품은 크게 10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중 1번 항목에서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게 바로 일회용컵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33억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종이컵은 사용량이 230억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등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사무실 등에서 간단하게 음료를 마실 때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종이컵은 재활용이 잘 될까? 

한국일보가 지난 3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컵의 재활용이 잘 이뤄지려면 컵 겉면에 인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PET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당시 한국일보는 ‘커피전문점 등 10곳의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모아 재활용이 가능한지 평가했는데 1곳만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시도되고는 있다. 정부는 일회용컵에 대해 2022년 6월부터 보증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플라스틱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위 내용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매장에서 제품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의 컵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개념으로, 환경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올해(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PE코팅된 종이컵...“종이 선별 인프라 필요해”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는 어떨까.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지난 2018년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연간 230억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전 세계 숲이 점점 줄어드는데 한몫 하고 있다”며 종이컵의 환경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김 이사장(당시 사무총장)은 칼럼에서 “종이컵 생산을 위해 25만 3000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종이컵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섞이면 안 된다. 안쪽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어서다. 환경부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종이컵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다음 압착해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어서 버려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9년 2월 27일자 논평에서 “1회용 종이컵의 사용은 230억개에 육박하지만 내부에 음식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고자 폴리에틸렌으로 코팅을 하여 재활용률이 낮고 대부분 폐기되어 소각된다”라며 정부가 보증금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종이를 재활용 하려면 셀룰로스 섬유를 푼 다음 다시 결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물에 풀어야 하는데 코팅된 종이는 일반 종이에 비해 이 시간이 길다. 과정이 하나 더 있어서다. 그래서 환경부는 종이컵을 일반 종이와 따로 모아서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종이컵만 따로 모으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곳들도 많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종이 선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코팅된 종이를 종류별로 나눌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 소장은 지난 3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코팅된 종이용기를 (소비자 등이) 한꺼번에 배출하면 그걸 특성에 따라 살균팩, 멸균팩, 그리고 종이컵류 등으로 선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라스틱 선별장이나 유리용기 선별장처럼 코팅된 종이용기를 종류별로 나눌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이 효과적으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룬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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