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약 60%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
물질·에너지·화학적 재활용으로 순환
재활용 잘 된다는 건 ‘순환 잘 된다’는 것

플라스틱은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찬사 받았지만 이제는 인류의 재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환경이 경제발전못지 않게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플라스틱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 것인데요. 편리한 것보다 지켜야 할 것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탈 플라스틱’,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도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거나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들입니다.

플라스틱 한바퀴는 ‘플라스틱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은 남용되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와 재활용 가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플라스틱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서 플라스틱이 나아가야 할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플라스틱은 버려진 후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플라스틱에 따라서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재활용이 잘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은 버려진 후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플라스틱에 따라서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재활용이 잘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어떤 플라스틱이 보이는가. 기자 주변으로는 에어컨 리모콘, 안경 테와 안경집, 물통, 지퍼백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자판과 상판, 마우스, 충전기도 모두 플라스틱 구성품으로 이뤄져 있다. 

플라스틱이 활용되는 영역은 다양하다. 비닐봉지, 음료수병, 식품용기, 의류 등 생활 영역뿐만 아니라 반도체, 주사기, 인공피부 등 각종 산업군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그 편리성과 안전성을 무기로 산업을 발달시키며 일상 곳곳에서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폐기 시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투기하면 분해가 되지 않는 난분해성 물질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사용량은 1950년 150만톤에서 2002년 2억만톤으로 50년 사이 130배 넘게 증가했다. 2050년에는 11억2400만톤 사용이 예상되면서 100년 만에 그 사용량이 750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플라스틱은 버려진 후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플라스틱에 따라서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재활용이 잘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 플라스틱 약 60%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

플라스틱은 장점도 확실하지만 단점도 확실한 물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플라스틱 누적 생산량은 8억톤 이상이다. 이 가운데 60%에 달하는 플라스틱은 한 번만 사용되고 매립되거나 폐기됐다고 한다. 이 말은 곧 땅과 바다 속에서 몇 백년 동안이나 썩지 않고 유해성을 가진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환경에 투기된 플라스틱은 분해가 되지 않고 작은 입자로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의 모습으로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국 인간에게까지 유입돼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몇 백년은 썩지 않는 모습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자연계를 교란시킬 모습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말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잘’ 재활용하는 방법을 늘려야 한다. 

다행히 플라스틱은 재활용 구조가 마련돼 있다. 환경에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순환구조다. 

◇ 물질·에너지·화학적 재활용으로 순환

플라스틱 재활용은 열을 가해 재가공할 수 있는 열가소성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플라스틱은 열가소성 수지와 열경화성 수지로 구분되는데 열가소성은 열을 가해 성형이 가능하고 열경화성은 열을 가하면 딱딱해져 성형이 어려운 성질을 갖고 있어 대부분 태워진다.

먼저 소비자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재질별, 종류별로 선별된다. PET, PE, PP, PS, 스티로폼, 비닐류 등으로 선별돼 각각의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재활용된다. 재활용 방법은 물질재활용, 에너지재활용, 화학적재활용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물질재활용은 물질회수로도 불린다. 폐플라스틱 자체를 원료로 사용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폐플라스틱을 파쇄해 세척하고 다시 녹여서 재활용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활용되고 있는 재활용 방법이다. 기업에서 폐페트병을 활용해 옷이나 가방을 만들거나 페트병 뚜껑을 모아서 치약짜개로 재탄생시키는 것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를테면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폐플라스틱 용기를 업사이클링해 수납 의자로 만들기로 했다. 락앤락이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수거해 밀폐용기의 주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활용해 에코백을 제작한 것도 물질재활용의 한 예다. 

플라스틱은 단일재질이냐 복합재질이냐에 따라서 달리 활용되는데 복합재질 플라스틱은 파이프, 정화조, 단열재, 건축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기존 플라스틱을 재가공해 다른 물질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에너지재활용은 말 그대로 폐플라스틱을 연료화해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선별하기 어렵거나 오염물질로 물질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플라스틱 자체가 석유로 만들어진 물질이라 태우면 열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플라스틱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가연성 쓰레기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철소, 공장, 발전소 등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를 활용한다. 

화학적재활용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려진 플라스틱까지 화학적으로 분해해 활용하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의 고분자 구조를 분해해 다양한 케미칼로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해 선진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오일로 재탄생시켜 난방유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에 있어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령 물질재활용의 경우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도는 좋지만 제품에 따라서 순환고리가 끊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에너지재활용의 경우 일회성으로 열을 내고 사라진다는 점과 결국 소각의 변형된 형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것보다 다른 형태로 재활용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잘 된다는 것은 결국 ‘순환이 잘 된다’라는 의미다. 플라스틱 순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은 재활용이 쉬운 재질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보다 깨끗한 상태로 플라스틱이 회수될 수 있도록 분리배출 단계에서부터 오염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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