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담장에 꽂힌 일회용품 쓰레기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64번째 사진은 초등학교 담장에 억지로 구겨넣어진 쓰레기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초등학교 담장에 꽂혀있는 일회용 컵(과 빨대와 봉투). 꼭 저렇게 버려야만 했을까? (이한 기자. 2021.7.4)/그린포스트코리아
초등학교 담장에 꽂혀있는 일회용 컵(과 빨대와 봉투). 꼭 저렇게 버려야만 했을까? (이한 기자. 2021.7.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다. 정문 옆 담장 사이에 일회용 컵과 빨대가 비닐봉투에 담긴 채 버려져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렇게나 버려진 게 아니라 틈새에 ‘꽂혀’있다. 누군가 일부러 꽂아 넣지 않고서는 저런 모습으로 버려지기가 어렵다.

일회용 컵과 일회용 빨대, 그리고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한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 다회용품을 쓰면 더 좋았겠지만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사람이 모두 다회용을 쓸 수는 없으니까. 일회용품을 써도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하면 된다. 하지만 저 사람은 버리는 방법이 잘못됐다.

저 담장은 정문 바로 옆, 아이들의 등하굣길이 있는 이면도로와 맞닿아 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저기 꽂힌 일회용품 3종세트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 아이들은 그날 뭘 배웠을까? 컵을 버리는게 그렇게 귀찮고 싫었을까?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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