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도전기 ㊶] 과거의 절약에서 내일의 친환경을 읽다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㊶] 과거의 절약에서 내일의 친환경을 읽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1.07.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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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ESG 화두 시대에 다시 떠올릴 조언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41회차는 앞선 세대의 ‘절약 정신’에서 찾는 친환경 아이디어입니다. [편집자 주]

필환경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널리 통용되는 단어다. 네이버 어학사전 오픈사전에는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없는' 칫솔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버리지 않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버리는 걸 줄이려던 선배 세대의 습관에서 '친환경'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989년 연말, 기자는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한 옷가게에서 두툼한 겉옷을 샀다. 요즘 말로 하면 숏패딩이고 그 시절에는 ‘오리털 파카’라고 불렀다. 겉은 빨간색에 안쪽은 체크무늬였는데 그걸 뒤집으면 체크무늬로 입을 수 있는 신기한 옷이었다.

기자는 그 옷을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중학교때까지 입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입지 않았다. 매우 큰 사이즈를 샀기 때문에 몸이 커져도 입을 수 있었지만 유행지난 낡은 옷을 입고 싶지 않아서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온력도 떨어진 것 같았다.

그 옷이 지금 부모님 집 옷장에 있다. 32년째다. 손목 부분이 일부 틑어지고 두툼하던 부피도 얇아져 이제는 ‘파카’인지 ‘잠바’인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옷장에 걸려있다. 아버지가 겨울에 집에서 청소나 정리정돈을 할 때 가끔 입으신다고 했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그것 좀 이제 버려”했지만 부모님은 꿈쩍도 하지 않으신다. 물건 버리는 걸 무엇보다 어려워(또는 싫어)하시는 분들이어서다. 얼마 전에는 구멍이 숭숭 뚤려 걸레로 쓰기도 어려울 것 같은 삼베 조각이 있기에 ‘이건 뭐냐’고 여쭤봤더니 오이지를 짤 때 쓰신다고 했다.

◇ 탄소중립·ESG 화두 시대에 다시 떠올릴 조언

부모님 댁에는 1977년에 사셨다는 머리빗, 1978년에 커튼봉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등을 두드릴 때 쓰신다는 정체 모를 나무 막대기. 어머니가 갓난아기때도 있었다는 딸기 무늬 베개, 심지어 외할머니가 처녀 시절에도 쓰셨다는 거북이 모양 꽃병도 있다.

장롱 속에는 원앙 한쌓이 수놓아진 반짓고리가 있는데 그것도 외할머니가 결혼할 때 가지고 오신 물건이라고 했다. 70년 가까이 된 물건이라는 얘기다. 기자는 그런 걸 볼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제 그거 좀 버리고 새로 사’라고 했고 부모님은 그때마다 ‘멀쩡한걸 왜 버리냐’하셨다. 멀쩡함의 기준이 너무 달라서 헛웃음이 나온 적도 많았다.

그 물건들에 대한 기자의 관점이 달라진 건 환경 매체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버려지는 것의 환경 영향을 생각하고, 자연을 훼손하며 자원을 낭비하는 인류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오래된 물건’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버리는 걸 아깝게 생각하는 마음은 환경적인 고려보다 경제적인 고려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시절을 사신 분들이니 물건을 대하는 마음이 지금과는 다르다. 물건 살 돈은 아껴서 은행에 넣어두고 가진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고 고쳐 쓰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아마, 그런 부모님들이 다른 집에도 많으실 것 같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건 환경적인 시선에서 좋은 일이다.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자고 권하는 이유도, 에코백을 131번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보다 더 환경적이라고 알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세상 모든 물건은 생산되고 유통하고 버려지는 단계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한다. 짧게 쓰고 버리는 제품보다 두고두고 오래쓰는 물건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부모님 세대 어른들은 우리에게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했고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라’고 했고 ‘고장난 것들은 고쳐쓰라’고 했다. 탄소중립과 ESG가 경제와 산업의 화두가 된 시기에 한번쯤 곱씹어 볼 조언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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