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공병 회수함' 설치해 자원순환 체계 구축
공병 반납 비율 높이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혜택 마련
브랜드 간 공병 교차 수거는 안 돼

화장품 업계가 버려지는 빈 화장품 용기 회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키엘의 온라인 공병 픽업 서비스 모습. (키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 업계가 화장품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와 재활용률 향상을 위해 버려지는 빈 화장품 용기 회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키엘의 온라인 공병 픽업 서비스 모습. (키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인 데다 분리배출이 어렵다는 환경문제로 지속적으로 지적받아왔다. 입구가 좁아 용기 내부를 깨끗하게 씻어내기 어려운 데다 화장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펌프형은 내부가 스프링 등 복합구조로 되어 있어서 분리배출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에 업계에서 직접 버려지는 빈 화장품 용기 회수에 나서고 있다. 

업계가 직접 화장품 공병 회수를 하는 이유는 화장품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와 재활용률 향상을 위해서다. 수거한 용기를 재활용이나 새활용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참여를 위해 다양한 혜택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용기 수거함을 설치함으로써 해당 매장 자체가 재활용 플랫폼으로서 역할하며 자원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면 소비자가 보다 손쉽게 화장품 용기를 반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자원순환 비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의 ESG 역량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공병 반납 비율 높이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혜택 마련

일찍이 공병 수거를 시작한 곳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3년부터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포함해 다양한 공병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난해까지 전국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장에서 수거한 공병은 2200톤, 누적 참여인원은 1400만명에 달한다. 수거한 화장품 공병은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리사이클링하거나 예술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해왔다. 

화장품 공병을 업사이클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종합선물세트 ‘도담 9호’ 내부 지지대에 공병 재활용 원료(PP) 약 1.3톤을 투입해 제작하는가 하면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아모레퍼시픽 매장 바닥재와 집기용 상판에 적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를 통해 공병 1652개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고 화장품 공병을 활용해 만든 벤치를 다양한 장소에 기증·설치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도 매장에서 수거한 공병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포레스트 포맨 헤어 왁스’는 용기의 30%를 수거한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 원료(PCR, PP)로 대체하고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의 캡과 숄더에도 10%를 적용했다.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용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캠페인에 동참하는 고객들에게 뷰티 포인트 등을 적립해 주는 ‘공병수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공병수거에 동참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공병 프리퀀시’ 이벤트를 통해 포인트 적립은 물론 누적 스티커 개수에 따라 리워드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는 지난 3월부터 홍대중앙점, 서교점, 관악점, 광진화양점 4곳에 화장품 공병 회수함을 설치했다. 랄라블라에서 회수하는 공병은 기초화장용, 눈화장용, 색조화장용, 손톱·발톱용, 방향용, 채취방지용 제품류다. 

랄라블라에서는 구매 후 용도를 다 한 화장품 공병을 회수함에 반납하면 구매 금액의 2%를 할인해준다. 할인혜택은 반납하는 공병 1개당 1회 적용되며 일 5회까지 가능하다. 모아진 공병은 재활용 업체에 전달해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한다. 

키엘은 ‘퓨처 메이드 베터’ 캠페인 일환으로 공병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다 쓴 키엘 공병을 반납하면 공정을 거쳐 100% 모두 재활용하는 한편 공병을 반납한 고객들에게는 반납 개수에 따라 정품 기프트를 제공해 공병 재활용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해왔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만 총 7.3톤의 키엘 공병을 수거해 모두 재활용했다. 

◇ 브랜드 간 공병 교차 수거는 안 돼

공병 회수함을 설치한 기업에선 적용 매장을 점차 확대해 해당 매장을 재활용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을 통해 공병 수거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키엘은 지난 4월부터 집으로 찾아가는 ‘온라인 공병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손쉽게 공병 반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공병 픽업 서비스는 키엘 공병 10개 이상부터 신청 가능하며 키엘 공식몰과 공식 멤버십 서비스 포털인 마이뷰티박스 어플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도 최근 공병수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공병수거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고객들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서다. 다 사용한 이니스프리 공병을 모은 후 공식 온라인 몰에서 수거 신청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1회 당 수거 가능한 공병 수량은 10개다. 공병수거 가능 품목은 공식 온라인 몰에서 ‘#공병수거’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랄라블라의 경우 현재 매장 4곳에 설치한 공병 회수함을 전국적으로 확산 적용해 전국 매장을 재활용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자사 브랜드 공병만 회수한다는 기준이 있다. 아무 화장품 용기나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자사의 다양한 브랜드 간에도 공병 반납 호환이 되지 않는다. 

관련 기업에서는 이같은 기준이 기존에 정한 원칙임을 강조하는 한편 비용 및 재질 분석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수거한 공병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비용부터 반납하고 업사이클링하는 비용까지 모든 비용을 자사에서 100% 부담하고 있다”며 “여기에 다른 브랜드까지 추가되면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어 자사 브랜드에서 판매한 제품으로만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는 재질 분석 등의 이유로 타 브랜드 공병은 회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수거된 공병은 비슷한 크기, 소재 별로 분류하고 재생 공정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켜 자원순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타 브랜드 공병의 경우 이러한 재질 분석 등이 어렵고 해당 제도 자체가 포인트 적립 등 이니스프리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이니스프리 공병에 한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현재 타 브랜드 공병 회수 확대 계획은 없으며 최근에 새롭게 도입한 ‘공병 프리퀀시’와 ‘온라인 공병수거 서비스’ 등 환경을 위해 공병 수거에 동참해 준 고객을 위한 혜택과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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