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마흔 번 째는 일회용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려는 노력 과정에서 들었던 아쉬운 마음에 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포장해 온 감자탕. 배달이나 포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았을 하얀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에 담아왔다. (이한 기자 2020.3.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3월. 기자가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포장해 온 감자탕. 배달이나 포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았을 하얀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에 담아왔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용기내 프로젝트’라는 말이 SNS에서 화제였던 적이 있다. 1회용 비닐 등에 제품을 담아오지 말고 직접 다회용기를 가져가 거기에 담아오는 일을 뜻하는 단어다. 배우 류준열 등이 직접 실천후 SNS에 인증해 화제가 됐고, 기자가 활동 중인 단체메신저 대화방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 에서도 ‘오늘 용기냈어요’ 하는 인증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기자도 종종 용기를 낸다. 냄비를 식당에 가져가 감자탕을 포장해 온 적도 있고 김밥을 주문할때도 그릇을 가져가 그곳에 담아달라고 한 적이 있다. 기자 입장에서는 (귀찮지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서 종종 실천한다. 그 모습을 본 기자의 지인은 “그러면 설거지를 해야 되잖아”라고 말했지만, 플라스틱 그릇을 분리배출할 때도 씻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배달음식이나 테이크아웃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 날이 더우니 몇시간씩 불 앞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먹고 나면 그릇을 모두 모아 따듯한 물에 씻는 과정이 기자 역시 귀찮게 느껴져서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그릇을 종종 사용하는데, 가능하면 용기를 가져가서 직접 담아오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데 1회용 용기만 문제가 아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건 물론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용기’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그리고 그 용기들은 대개 수명이 길지 않다.

작년만 해도 기자 집 욕실에는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워시, 폼클렌저, 클렌징오일, 핸드워시 등이 줄줄이 세워져있었다.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고 몇 달에 한번씩 버려졌다.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치약을 플라스틱 칫솔에 짜서 이를 닦은 다음 그 칫솔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살균기에 넣었다. 양치컵도 플라스틱이었고 욕실 앞에 놓인 휴지통 역시 디자인은 모던했으나 결국 플라스틱이었다. 무언가를 담기 위해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고체치약을 사용하고 고체비누로 손과 얼굴을 닦으며 샴푸바나 린스바도 사용해봤다. 대나무 빨대 두 개를 돌려가며 사용하고 텀블러에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닌다. 텀블러에 물이 남아있을 때 커피를 먹고 싶으면 일회용컵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그 텀블러에 커피를 담으려고 노력도 한다.

용기를 더 줄일 수 없을까? 쉽지는 않다. 용기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이른바 ‘리필숍’은 주변에 많지가 않다. 가까운 곳에 있는 규모 크고 가격 저렴한 상점에는 환경적인 고려보다 경제적인 고려가 더 많이 투영된 제품이 상대적으로 눈에 더 띈다.

기업들은 MZ세대 소비자가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다짐도 산업계 곳곳에서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위해 애쓰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강화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런 목소리처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지금보다 더 환경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품을 어디에 담아야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고 매출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되는지가 지금까지의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디에 담긴 제품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지도 더 많이 고려되면 좋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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