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감소·짧은 시간 분해...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주목
CU, “PLA 용기 등 상품 카테고리 확대 적용 계획”
SK종합화학 “PBAT 생산규모 연산 5만톤 이상 확보 계획”
폐플라스틱 이슈 속, 바이오플라스틱 관심 증가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서른 아홉 번째는 최근 환경 관련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PLA나 PBAT 또는 생분해같은 단어들입니다. 생분해 소재라고 소개되는데, 이것들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바이오 플라스틱 PLA는 생태적 유해성을 안고 있는 석유계 플라스틱의 대체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BGF에코바이오의 친환경 브랜드 리버트의 PLA 제품. (BGF에코바이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 소재나 생분해 플라스틱을 다룬 기사에서 PLA나 PHA 또는 PBAT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작물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PLA’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나머지 단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고 최근 산업계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사진은 BGF에코바이오 친환경 브랜드 리버트의 PLA 제품. (BGF에코바이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친환경 소재나 생분해 플라스틱을 다룬 기사에서 PLA나 PHA 또는 PBAT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작물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PLA’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나머지 단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고 최근 산업계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멸종위기 전문매체 뉴스펭귄이 지난 6월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옥수수 전분 등 식물 원료로 만드는 PLA는 제작 단가가 싸고 환경 호르몬이나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식품 용기 등에 쓰인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수분 70% 이상, 기온 섭씨 58도 이상)에서만 생분해된다.

뉴스펭귄에 따르면 PBS, PBAT는 석유 원료 중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부탄디올 등의 물질을 합성해 만든다. 특별한 조건 없이 토양에서 생분해되는 장점이 있다. PLA보다 비싸지만, 열에 더 강하고 유연하다. PHA는 해양을 포함한 모든 자연 조건에서 생분해되지만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국내 CJ제일제당, 미국 다니머, 일본 카네카 등 일부 기업에서만 제작하고 있다.

◇ 탄소배출 감소·짧은 시간 분해...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주목

생분해 플라스틱 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만드는 과정과 버려진 이후에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납분해성 석유기반 플라스틱인 PP를 1Kg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2.4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하지만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PLA를 같은 양만큼 생산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1.2Kg 발생한다. 약 절반 정도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닐은 20년, 페트병은 450년이 걸려야 분해되고 분해되어도 미세입자로 남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한다. 하지만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매립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비교적 짧은 시간 내(6개월~5년)에 분해가 가능하다. 다만, 소재나 제품마다 분해시간은 다르다.

당시 정부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해 “물성 한계로 물리적 재활용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고추장 사용 등으로 인한) 오염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식재료 용기, 어망·어구 등 환경유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사용 시 친환경성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생활계 폐플라스틱 분리배출이 45%에 불과하며 분리배출된 것 중에서도 재활용은 5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점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분리배출 및 재활용 관련 통계도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 따른 것임) 그러면 이런 플라스틱은 어떤 종류가 있고 최근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 CU “PLA 용기 등 상품 카테고리 확대 적용 계획”

네이버 지식백과 쇼핑용어사전에 따르면 PLA(Poly Lactic Acid)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다. 사전은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아기가 입으로 물거나 빨아도 환경호르몬은 물론,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용 중에는 일반 플라스틱과 동등한 특징을 가지지만 폐기 시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는 재질”이라고도 설명했다.

본지가 지난 6월 15일 생분해 그물 관련 취재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식물 유래 천연물계 생분해 플라스틱(PLA, PHA 등)과 석유 유래 원료를 중합한 석유계 생분해 플라스틱(PBS, PBAT 등)으로 나뉜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PLA관련 사례를 보자. CU는 지난해 8월 PLA로 만든 용기를 업계 최초로 간편식 상품에 적용, 김밥을 시작으로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 적용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그리고 지난 2월, CU는 “친환경 용기를 활용한 간편식 상품을 선 보인지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CU는 PLA 용기를 다른 상품 카테고리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PLA 용기 적용 품목에 샐러드를 추가시키고 2월 23일부터 BGF푸드 등 자체 식품제조센터에서 생산되는 탑실링, 즉 용기형 샌드위치 전 품목을 100% PLA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분기부터 모든 식품제조센터에서 생산되는 샌드위치 신상품에 PLA 용기를 적용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처음부터 천덕꾸러기로 취급됐던 것은 아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납분해성 석유기반 플라스틱인 PP를 1Kg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2.4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하지만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PLA를 같은 양만큼 생산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1.2Kg 발생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SK종합화학 “PBAT 생산규모 연산 5만톤 이상 확보 계획”

PLA만 주목받고 있는 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PHA(Polyhydroxyl alkanoate)’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TUV 생분해 인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놓는 고분자 물질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소재이자 바다에서 분해되는 유일한 생분해 소재다. CJ제일제당이 독보적 PHA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PHA로 산업·가정·토양·해양 네 가지 인증을 취득했다. 이 중 해양 생분해 인증은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기준으로도 극소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J제일제당은 “PHA는 미생물 발효 기반 친환경 생산과정과 토양과 바다 등 대부분의 환경에서 90% 이상 분해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종합화학은 지난 4월, 양사가 협업해 올해 3분기에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PBAT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양사는 PBAT에 대해 “자연에서 산소, 열, 빛과 효소 반응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종합화학은 각자 오랜 기간 쌓아온 플라스틱 제품 제조 공정기술을 결집해 올해 3분기 내 고품질의 PBAT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PBAT 제품의 생분해성 인증 및 국내외 특허출원,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양사는 오는 2023년까지 PBAT 생산규모를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5만톤 이상 확보해 폐플라스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생분해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 폐플라스틱 이슈 속, 바이오플라스틱 관심 증가

두 가지 이상 소재를 함께 사용한 경우도 있다. LG화학 자회사 팜한농은 지난 2월, 100% 생분해 멀칭 필름 '팜스비오'를 본격 출시한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팜스비오는 100% 생분해되는 PBAT(생분해성 고분자)와 PLA(옥수수 전분 성분 친환경 수지)로 구성된 친환경 멀칭 필름이다. 멀칭 후 햇빛에 의해 산화가 시작되며, 수확 후에는 비닐을 걷지 않고 2~3회 로터리 작업해 땅속에 매립하면 토양 속 물, 미생물에 의해 물(H2O), 이산화탄소(CO2), 부엽토로 100% 분해된다.

팜한농에 따르면, 일반 멀칭 필름과 달리 '팜스비오'는 따로 수거할 필요가 없어 노동력과 비용이 절감되고, 토양에 남지 않아 환경오염도 없다. 또한 기존 생분해 멀칭 필름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강도 및 신축성을 강화해 일반 멀칭 필름과 동일한 강도로 트랙터 멀칭 작업을 해도 끊어짐이 없다. '팜스비오'는 또 작물 생육기간에 맞춰 적절한 속도로 분해돼 멀칭 효과가 안정적으로 발휘된다.

최근 폐플라스틱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까지 겹쳐 생분해 멀칭 필름이 주목받고 있다. 매년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 32만톤 가운데 19%인 6만톤가량이 수거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소각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바이오플라스틱을 활용한 농업용 멀칭 필름에 대한 지원 확대를 포함해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사 서두에서 거론한 관계부처 합동 전략이 바로 당시에 공개된 내용이다.

생분해 소재의 효용성 등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의견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제작비 문제나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가 이뤄지는 소재에 대한 비판, 소비자들이 제품마다 무슨 소재로 이뤄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등 다양한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생분해 소재를 둘러싼 기업들의 행보는 꾸준히 넓어지는 추세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