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저탄소 시나리오 가능할까?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온도 상승 줄여야”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여섯번째 시리즈는 국제사회가 입을 모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입니다.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그 정도로 제한하겠다는 노력입니다. 인류에게는 왜 그런 노력이 필요하고, 왜 콕 짚어 1.5℃일까요? [편집자 주]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이내로 낮추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온이 자꾸 올라가면 더워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최근 날씨가 어땠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이내로 낮추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온이 자꾸 올라가면 더워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최근 날씨가 어땠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최근 날씨 먼저 짚어보자. 기상청은 지난 1월,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년 발생한 우리나라 이상기후 현황과 사회적 영향을 모아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국무조정실과 기상청 공동 주관으로 2010년 이후 매년 발간하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2020년에 발생한 장마(집중호우), 이상기온, 태풍 등의 이상기후 발생 원인과 분야별 피해 현황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함께, 8~9월의 연이은 태풍의 영향, 여름·겨울철의 이례적인 이상기온 발생 등으로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철(중부기준 54일)을 겪었고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달라진 날씨는 경제와 일상생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당시 보도자료 등을 통해 “태풍과 호우로 인해 재산피해 1조 2,585억 원, 인명피해 46명으로, 최근 10년 동안의 연평균 피해(재산 3,883억 원, 인명 14명)의 약 3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29만 4,818호에 정전이 발생해 가장 많았던 2019년 태풍 ‘링링’의 2배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저탄소 시나리오 가능할까?

기상청은 지난 1월 18일, IPCC 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기후변화 전망을 발표했다. 당시 기상청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하나는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 그리고 또 하나는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저탄소 시나리오’다.

기상청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 한반도 기온이 현재보다 1.8℃ 상승하고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먼 미래(2081~2100년)에는 연평균기온이 7℃까지도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았다. 극한기후 현상도 21세기 중반 이후 가속화되어 21세기 후반에는 폭염에 해당하는 온난일이 4배(93.4일)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난일은 일 최고기온이 기준기간의 상위 10%를 초과한 날의 연중일수를 뜻한다. 한반도 강수량도 먼 미래(2081~2100년)에는 14%까지 증가하고, 집중호우에 해당하는 극한 강수일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 한반도 기온이 1.6℃ 상승하고 강수량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21세기 중반 이후 기후변화의 추세가 약화되면서 먼 미래(2081~2100년)에는 기온이 2.6℃ 상승하고 강수량은 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극한기후 현상도 21세기 중반 이후에 약화되어 21세기 후반에는 온난일이 2배(37.9일), 극한 강수일은 9% 증가하는 것에 그쳐, 고탄소 시나리오에 비해 기후위기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시점인 미래 중반기(2041~2060년)에는 어떨까.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현재(1995~2014년) 대비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3.3℃ 상승하는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1.8℃ 상승으로 기후변화가 억제된다. 당시 기상청은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 기후위기 극복하고 미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9일인 금요일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나기와 비가 내리겠다.(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우리나라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철(중부기준 54일)을 겪었고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온도상승 줄여야

 

국립기상과학원도 IPCC 자료를 활용한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발간한 ‘IPCC 6차 평가보고서 대응 전 지구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개정판)’에서 IPCC 최신 온실가스 경로(SSP)에 따라 산출된 신규 전 지구 기후변화 시나리오 4종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기상기구(WMO) 발표를 인용해 2015~2019년의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시기(1850~1900년)보다 1.1℃ 상승했고 최근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인용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전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한고온, 호우 및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2020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월, 기상관측 이후 4월 가장 늦은 서울 봄 눈, 역대 가장 긴 장마철 등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1973년 이후 처음으로 6월 평균기온이 7월보다 높았고 1951년 이후 처음으로 7월에 태풍이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은 연 평균기온이 13.2℃로 평년(12.5℃)보다 높았고 1973년 이후로 다섯 번째로 높았으며 연평균 누적강수량은 여섯 번째로 많았다.

그러면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걸까.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고 경고했다.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이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평균기온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관 등의 노력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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