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지는 글로벌 친환경 섬유시장
버려진 페트병, 폐어구로 섬유 만든다
페트병 재활용, 효율적인 자원이지만...
섬유를 재활용하려는 세계의 노력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서른 여덟 번째는 재활용 섬유입니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가 산업계 전반의 새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업계에서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소재로 옷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로 옷이나 가방 등을 제작하는 사례도 늘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가 산업계 전반의 새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업계에서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소재로 옷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로 옷이나 가방 등을 제작하는 사례도 늘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가 산업계 전반의 새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업계에서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소재로 옷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로 옷이나 가방 등을 제작하는 사례도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원순환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옷에도 플라스틱이 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이라는 단어에서 일회용 용기나 수저,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 등을 주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입고 있는 셔츠에도 ‘플라스틱’ 성분이 있다. 단단하고 딱딱한 제품이나 일회용 비닐 등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겨레가 올해 1월 캐나다 해양보존협회 연구팀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극 바닷물에는 평균 1㎥당 4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이 가운데 합성섬유가 92.3%를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폴리에스테르가 가장 큰 비중(73.3%)을 차지했다. 당시 한겨레는 “줄여서 ‘폴리’라고도 부르는 폴리에스터는 원재료가 플라스틱 생수병과 같은 페트(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이다. 내구성은 나일론만큼 뛰어나면서 신축성이 훨씬 좋아 셔츠나 블라우스 등을 만드는 섬유로 널리 쓰인다”라고 보도했다.

◇ 규모 커지는 글로벌 친환경 섬유시장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에 따르면 합성섬유는 “인조섬유 중 석유·석탄·공기·물 등을 출발원료로 하여 섬유를 형성하는 일련의 긴 분자를 화학적으로 함성해 섬유로 만든 고분자물질”이다. 두산백과는 “합성섬유와 플라스틱은 분자구조상 엄격한 구별이 없으며,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이 섬유의 형태로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 모양이 아닌 분자로 구성되는 플라스틱은 섬유화가 곤란하다”고 정의했다.

글로벌 리서치·컨설팅사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가 지난 2019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0%씩 성장 중이며 오는 2025년에는 약 700억 달러(한화 약 8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패션업계 및 소재 관련 업계에서도 친환경 섬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투명 PET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가 여러 곳에 활용되고 있다.

주요 사례를 보자. 지난해 4월, 효성티앤씨와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친환경 프로젝트 ‘다시 태어나기 위한 되돌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제주지역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체결됐다. 삼다수 페트병을 수거해 리사이클 섬유를 만들고 그 섬유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제주도개발공사가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하고 리사이클 섬유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효성티앤씨가 페트병을 재활용한 칩을 이용해 리사이클 섬유인 ‘리젠제주’를 만들면,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이 해당 섬유를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 구조였다. 500ml 페트병 기준 16개면 친환경 가방 1개를 만들 수 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섬유로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색이 있거나 이물질 등의 문제로 의류보다 포장재 등으로 재활용돼왔다. 효성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의류용 섬유는 고순도로 길게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원재료인 재활용PET 칩에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의류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이 때문에 의류용으로 쓰이는 재활용(PET) 원료는 리사이클 체계가 잘 구축된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왔다”고 밝혔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해당 제품이 공식 출시된 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하면서 “우리 기업도 환경을 소비하고 이용하는 구성원인 만큼 환경을 유지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환경 소재 및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 버려진 페트병, 폐어구로 섬유 만든다

효성티앤씨는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정하고 재활용 섬유 개발을 계속해 2008년 국내 최초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터 리젠을 개발했다. 2020년에는 불순물 세척 공정을 추가·강화하는 등 고품질 섬유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최초 제주 폐페트병을 사용해 재활용 섬유 ‘리젠제주’를 만들었다. 리젠제주는 일반 재활용 섬유에 비해 염색성이 좋아 컬러발색이 선명하게 되는 등 일반 재활용 섬유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

올해 1월에는 리젠 제주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 역시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를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시 효성티앤씨는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친환경 제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업무협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스페이스는 올해 말까지 해당 섬유를 활용해 자켓,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명 페트병 100톤이 재활용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로도 이어졌다. 효성티앤씨는 올해 초 서울시 및 금천·영등포·강남구와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 수거해 재활용 섬유로 생산하는 ‘리젠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자체에서 투명 폐페트병 별도 배출을 유인하고 분리수거하면 효성티앤시가 이를 양질의 플레이크(분쇄된 페트병 조각)로 만들어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를 생산하고 이 섬유를 가지고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이 제품을 출시하는 형식이다.

효성티앤씨는 부산시 등과 함께 국내 폐어망을 재활용한 섬유도 출시하기로 했다. 부산광역시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버려진 어망을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넷스파가 수거된 어망들을 파쇄·세척하는 전처리 과정을 담당하며 효성티앤씨가 전처리가 완료된 어망을 재활용해 나일론 섬유인 ‘마이판 리젠오션’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효성티앤씨 친환경 섬유로 만든 카카오프렌즈 굿즈가 출시된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보냉백을 만들고 제품은 친환경 비닐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재사용 가능한 용기 등도 출시된다. (효성티앤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사진은 효성티앤씨 친환경 섬유로 만든 카카오프렌즈 굿즈가 출시된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보냉백을 만들고 제품은 친환경 비닐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효성티앤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페트병 재활용, 효율적인 자원이지만...

한편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옷으로 만드는 기술의 취지와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자원순환구조 전체에서 보면 비판적인 시선으로 짚어볼만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섬유 재활용 문제 : 페트병 재활용 섬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홍 소장은 블로그에서 “페트병 재생섬유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를 감추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옷을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한 번 재활용하는 것만으로 순환의 고리는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합성섬유는 순환이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홍 소장은 게시글을 통해 “석유로 바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만들어 옷을 만드는 것보다는 페트병으로 한 번 쓰고 나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옷을 만드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합성수지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이지만 합성섬유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합성섬유는 주요 미세플라스틱 배출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홍 소장은 “페트병 재생섬유가 의류산업의 문제나 합성섬유 순환의 문제를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술적으로 당장 합성섬유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도 화학섬유 업계나 의류산업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필요한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환 경제로 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 섬유를 재활용하려는 세계의 노력들

그러면 섬유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블로그를 통해 이 내용을 다룬 바 있다. 당시 과기부는 ‘섬유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해외 여러 곳의 사례를 소개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 톤의 직물 폐기물이 발생한다. 2017년 기준 미국에서 버려진 직물이 약 1,300만 톤에 달했는데 그중 85% 가량이 매립되거나 소각됐다. 옷은 봉제실이나 단추, 지퍼, 염료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일일이 재활용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과기부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버려지는 옷 중 단 1% 미만의 재료만이 새 옷으로 재활용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재활용 비율이 낮은 이유는 섬유질이라고 언급했다. 과기부는 “면티셔츠를 찢는다고 해서 새 면티셔츠로 만들 수는 없다. 기계적으로 찢는 파쇄는 짧고 약한 섬유를 만들어내서 옷으로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과기부는 우유 유청을 제거하고 남은 코티지 치즈를 물과 함께 반죽해 미세 섬유를 만드는 독일의 한 기업 사례, 효소를 활용해 낡은 양모 의류를 레진이나 접착제 소재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오스트리아 연구진 사례 등을 소개했다. 면화를 셀룰로오스 탄산 섬유로 재활용하는 핀란드 관련 사례 등도 소개했다.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재활용과 섬유 사이의 교집합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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