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소고기보다 푸드 마일리지 더 높을 때도 있어 
유통거리 줄이기 위한 유통기업의 노력 증가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내 모든 학교에 월 2회 채식 급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육식 위주의 식단이 탄소 배출을 늘려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식습관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식탁을 작게나마 바꾼 것입니다.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학생들에게 채식을 권할 만큼 밥상 위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꽤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육식 대신 채식을 하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될까요?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앞으로 매주 총 4회에 걸쳐 밥상 위의 탄소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회차에서는 로컬 푸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편집자주]

식탁에 오르는 식품은 제각각 환경적으로 다른 책임을 안고 있다. 흔히 고기보다 채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탄소발자국을 기준으로 보면 이 논리가 뒤집힐 때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탁에 오르는 식품은 제각각 환경적으로 다른 책임을 안고 있다. 흔히 고기보다 채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탄소발자국을 기준으로 보면 이 논리가 뒤집힐 때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식탁을 한 번 살펴보자.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품은 제각각 환경적으로 다른 책임을 안고 있다. 흔히 고기보다 채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탄소발자국을 기준으로 보면 이 논리가 뒤집힐 때가 있다. 

환경교육포털 자료에 따르면 똑같은 소고기라 할지라도 횡성에서 오는 소고기와 호주산 소고기의 푸드 마일리지는 다르다. 소고기 10톤 기준 횡성산 소고기는 1110t·km, 호주산 소고기는 8만3000t·km로 약 75배 차이가 난다. 바나나도 지역에 따라 푸드 마일리지 차이가 생긴다. 10톤 기준 제주도산 바나나는 4640t·km, 필리핀산 바나나는 2만8220t·km로 약 6배 차이가 난다. 이 푸드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보면 바나나가 소고기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일반적인 결론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평소 알고 있던 ‘고기는 비환경적이고 채소와 과일은 친환경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늘 옳은 것은 아닌 셈이다. 여기에서는 푸드 마일리지, 즉 수송거리가 친환경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수입제품보다 로컬푸드가 더 친환경적이라고 얘기되는 기준이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뜻한다. 보통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소비되는 곳과 생산지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를 말한다. 

식품을 수송하는 거리가 짧아지면 가장 먼저 신선도라는 강점을 얻게 된다. 배나 비행기를 통해 식품을 운송하게 되면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왁스나 방부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되는데 가까운 거리의 식품이라면 이 과정이 필요 없게된다. 

보관과 운송에 사용하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푸드 마일리지가 낮아지고 온실가스 배출 양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수송 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발생하는 수많은 중간 거점, 운송업자·수출업체·수입업체·도매업체·소매업체 등이 사라지면서 지역 농가가 적절한 보상을 받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즉, 로컬푸드의 장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신선한 먹거리, 온실가스 배출 저감, 지역경제 활성화다. 국내 유통업체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국산 품종 농산물 육성을 늘려가고 있다. 

◇ 유통거리 줄이기 위한 유통기업 노력 증가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농가직송’, ‘푸드 마일리지’ 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유통 거리를 줄인 제품 라인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성장한 온라인몰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신선식품 라인 강화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로컬 농산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에서 로컬 농산물 공급을 시작한 것인데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방식을 통해 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전문 로컬 MD를 선발해 운영하며 지역 농가 상생을 진행, 현재 전국 100여개 점포 230여개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배송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신선함에 대한 고객 수요를 고려해 ‘초신선 신선식품’이라는 테마로 신선식품 경쟁력 극대화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이 이커머스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제품의 ‘신선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 수요도 높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새벽에 수확해 오후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벽딸기’의 경우 전년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는 전체 채소 중 30%가량을 차지하는 잎채소도 당일 수확, 당일 매장 입고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다양한 셀러가 제품을 선보이고 택배사를 거쳐 고객에게 배송되는 온라인 몰의 기본 유통 구조상 당일 수확한 제품을 당일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반면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근처 농가로부터 직접 신선식품을 받아 판매할 수 있어 농가의 신선함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국산 품종 농산물 판매 확대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업무제휴를 체결, 연내 마늘·옥수수 등 20여종의 농산물을 선보인다고 했다. 외국산 품종 로열티를 줄임으로써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국산 품종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지원하고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신선식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늘·옥수수·고구마·양파의 경우 외국산 품종이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농촌진흥청과 협업해 고품질의 국산 품종 농산물을 발굴해 국내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농산물을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초록마을의 경우는 지난 17일 강원도와 강원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판로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강원도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생산 및 잠재력 있는 상품 개발을 지원, 강원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 및 공급에 협력, 초록마을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홍보 및 판매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초록마을은 “강원도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 확대 및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농가 소득 제고에 도움을 주고자 협약을 하게 됐다”면서 “강원도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판매를 통해 소비자 만족과 지역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체는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고객에게는 고품질의 신선한 지역 식품을,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식품 유통 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을 저감하고 있다. 

국내에서 로컬푸드 장려를 위한 기업의 움직임 뒤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도 있다. 이와 관련한 제도와 캠페인 등에 대해서는 4회차에서 알아보겠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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