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천억벌...그 많은 옷은 어디로 갈까
옷을 사지 말라고 요구하는 옷 브랜드?
옷장 속 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한 조언들
환경친화적인 옷 만들기 나선 패션기업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열 아홉번째는 우리 모두의 수납장에 걸려있는 ‘옷’입니다. 제목의 티셔츠는 상징적인 단어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패션산업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새로운 질문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여러 관점에서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개선 노력도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패션산업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새로운 질문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여러 관점에서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개선 노력도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패션산업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새로운 질문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여러 관점에서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개선 노력도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 입은 옷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이 기사를 잘 읽어보자.

인류는 누구나 옷을 입는다. 자연에서 옷을 얻는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대부분의 패션 상품은 적잖은 에너지와 원료를 가지고 만든다. 뉴스펭귄은 지난해 8월, 미국의 한 보고서를 인용해 “면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필요한 목화를 재배하려고 티스푼 17개 정도의 합성화학비료가 필요하며 순면을 얻기 위해 전 세계의 농약 중 10%, 살충제 중 25%가 목화재배에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옷만 특별히 ‘비환경적인’ 제품이라고 지적하는 건 무리다. 세상 모든 제품이 원료와 에너지를 가지고 생산되며 그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버려지면 폐기물이 된다는 점에서도 같은 운명이다. 하지만 옷을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지적은 늘 제기되어 왔다.

◇ 1년에 1천억벌?...그 많은 옷은 어디로 갈까

맥킨지 보고서와 패션매거진 ‘엘르’ 보도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벌 이상의 의류가 만들어진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4년 소비자들은 2000년에 구매했던 것보다 60% 이상 많은 옷을 구매했다. 조선일보의 지난해 보도에 의하면, 매년 옷과 신발이 6000만톤 넘게 만들어지고 이 중 70%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쓰레기매립장으로 간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물 수천리터가 사용된다. 1만리터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천을 짜고 염료를 빼면서 나온 물질 중 일부는 하수도로 흘러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티셔츠의 주재료인 면화를 재배하는데 전 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옷이 생산되고 소비자가 구매하면 그래도 수년 이상 사용된다. 하지만 모든 옷이 팔리는 건 아니다.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땅에 묻히거나 불태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지구를 더럽히며 만들어진 다음 소비자가 구입한 옷은 그래도 수년간 사용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옷은 땅에 묻히거나 불태워진다. 옷장에 들어간 옷이 모두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보장도 없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았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불평 속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수많은 옷과 신발, 가방들이 옷장에 잠시 스쳤다가 이내 쓰레기가 되어간다.

옷을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다. 2015년 <뉴스위크>는 ‘독성 패션’(Toxic fashion)이라는 제목의 표지 사진으로 패션의 환경 영향을 언급했다. 지난해 1월 뉴욕에서는 패션업계의 환경친화적 앞날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컨퍼런스도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패션에서의 '기후긍정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논의됐다.

◇ 옷을 사지 말라고 요구하는 옷 브랜드?

패션 산업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과 그에 대한 개선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지 옷을 세탁하면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봉제공장 등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등 문제제기의 시선도 여러 방면에서 이뤄졌다.

패션업계 자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주관한 ‘어제 산 내 옷이 지구를 파괴한다고요?’ 강연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물의 20%,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0%가 패션산업에 사용된다. 옷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폐기물도 늘어난다. 강연에서는 값싼 임금으로 많은 옷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노동착취 문제도 언급했다.

해당 강연을 직접 진행한 파타고니아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재생소재 옷이나 품질 좋은 옷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옷을 수선해 입으라고 권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과거 트럭을 개조해 전국을 돌며 수선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른바 ‘플랙프라이데이’ 시즌 즈음에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라는 이름의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했다.

덜 사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파타고니아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 바 있다. 해당 광고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연중 가장 소비량이 많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게재됐다. 파타고니아는 자사 제품을 비롯한 모든 의류 브랜드의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여야 지구를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적은 소비를 통해 새 옷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각종 폐기물, 물 사용량을 줄이자는 얘기다.

국내 최초 K-rPET 재생섬유로 만든 나우 티셔츠 (블랙야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패션 기업들도 여러 방법을 고안했다. 사진은 국내 최초 K-rPET 재생섬유로 만든 티셔츠. (블랙야크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옷장 속 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한 조언들

파타고니아가 주장한 ‘더 많이 요구하라’의 의미는 소비자가 기업에게 재활용 제품 생산 및 유기농 원단 사용, 공정 무역 봉제 제품 생산 등을 요구하라는 뜻이다.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을 바꾸자는 취지다.

파타고니아는 “캠페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2025년까지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재활용 소재, 혹은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현재 제품군의 83%에 적용되고 있는 공정 무역 봉제 비율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통해 ‘더 적은 소비(Buy Less)’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원웨어 캠페인은 의류 수선 서비스와 온라인 중고 보상 판매 프로그램, 수명이 다한 제품을 모아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리크래프트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파타고니아는 원웨어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해당 년더에만 7만 1천 점, 2013년부터 당시까지 모두 10만 점이 넘는 의류를 수선했다. 라이언 겔러트 파타고니아 CEO는 “패션 산업과 블랙 프라이데이가 초래한 기후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새 옷이 아닌 헌 옷을 사게 되면 그 옷의 평균 수명이 2.2년 연장되어 탄소, 페기물, 물 사용 발자국을 73%나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우혁 파타고니아 코리아 지사장은 당시 “현재의 의류 산업은 매년 1,120만 톤의 의류 폐기물을 발생시키며,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오염원 중 10%를 배출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세계적으로 의류 생산 노동자들은 가장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환경친화적인 옷 만들기 나선 패션기업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패션 기업들도 여러 방법을 고안했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면 소재에 사용하는 원료를 100%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다. 유기능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 파타고니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는 목화 비율은 1%이내다. 이들은 지난 1993년,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했다. 올해에는 전체 사용 원단 중 68%가 리사이클 소재다. 전 세계 섬유 시장에서 생산하는 원단 중 리사이클 소재 비율은 10% 이하다.

라코스테는 최근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통해 “면 생산, 공급 업체를 위한 사회적, 환경적 우수성의 기준 100%를 달성하고, 천연자원의 사용을 최적화하며 생산 체인 전체의 오염을 줄여 판매되는 의류의 환경 영향을 15% 감소(시키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폴로 셔츠의 수명을 두 배로 늘리고, 섬유 폐기물과 판매되지 않은 제품에 제 2의 생명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효성티앤씨는 올해 1월부터 서울특별시 지자체들과 함께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배출해 리사이클 섬유 ‘리젠서울’로 생산하는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협업해 ‘리젠서울’로 만든 의류 및 가방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랙야크는 국내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섬유에 아웃도어 기술력을 더한 ‘플러스틱 컬렉션’을 출시했다. 플러스틱은 비와이엔블랙야크가 국내에서 사용된 페트병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발한 친환경 소재 이름이다. 이 소재를 사용한 블랙야크의 플러스틱 컬렉션은 종류에 따라 500ml 기준으로 최소 15개의 페트병이 재활용된다.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섬유패션산업이 고부가가치·스마트·친환경산업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클린팩토리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사이클 섬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및 컨설팅 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팩토리는 제조 공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을 사전에 제거해 유해물질 배출량을 줄인 사업장을 뜻한다.

산업계와 사회 전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저감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산업계도 소재혁신 등을 통한 환경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