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하여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여덟 번 째는 옷을 보는 시선의 변화에 대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전 세계에서 수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일부만 소비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소비된 옷 중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옷들이 있다. 이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에서 수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일부만 소비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소비된 옷 중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옷들이 있다. 이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백하자면, 과거의 기자는 ‘환경적인 소비’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과거 오랫동안 함께 일했으나 최근에는 잘 만나지 못했던 한 후배 기자는 “선배가 환경 기사를 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환경 매체에 입사하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선과 습관이 많이 변해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옷’을 향한 시선이다.

예전의 기자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옷 사는게 취미이자 힐링이었다. 백화점에 한번 가면 6시간은 기본이었고, 해외 여행 가면 반나절만에 옷가게에서 여행 예산을 절반 넘게 썼다. 옷을 너무 많이 사서 그걸 담아오느라 여행용 캐리어를 사야했던 적도 있다. 당시 기자가 발빠르게 구해 입은 ‘신상’을 그 다음주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입고 나왔던 경험도 있다.

옷이 많다고 하루에 여러 벌을 돌려 입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매일 외출해도 어차피 ‘입는 옷’만 입는다. 살때는 마음에 쏙 들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못 입고 계절이 지나버린 옷도 많다. 그렇게 유행이 지나면 어떤 옷은 미처 개봉도 못한 채 옷장 깊은 곳에서 먼지가 쌓여간다. 그 많은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패션매거진 ‘엘르’가 지난해 2월호 컬럼을 통해 밝힌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천억장의 옷이 생산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기사에서 매년 옷과 신발이 6천만톤 넘게 만들어지고 이 중 70%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쓰레기매립장으로 간다고 보도했다.

국제학술지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간하는 ‘환경위생저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억벌의 의류가 소비된다. 과정에서 물 집약적인 면화의 증가, 처리되지 않은 염료의 지역 수원 방출 등 섬유 제조업과 관련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옷장에 걸린 옷들은 적잖은 에너지와 염료 등을 바탕으로 생산되면서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물 수천리터가 사용된다. 1만리터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천을 짜고 염료를 빼면서 나온 물질 중 일부는 폐수가 되어 하수도로 흘러간다. 티셔츠의 주재료인 면화를 재배하는데도 전 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소비자가 몇 년동안 잘 입으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패션브랜드에서는 남은 재고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매립하거나 소각처리하기도 한다.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옷들도 있다는 얘기다.

◇ 지속가능한 패션을 생각하며...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기자는 지난해 ‘집에서 쓰는 환경일기’ 연재 도중 패션 관련 분야를 기사를 쓰면서 위의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옷 소비를 더 줄였다. 이제는 계절이 바뀌어도 꼭 필요한 옷 1~2벌 정도만 사고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옷을 돌려 입는다. 과거에는 시즌별로 유행을 잘 따르고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산 다음 한철 바짝 입고 그 다음에는 안 입는 옷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흔히 말하는 ‘기본템’ 위주로 옷을 산다. 내년에도, 그 다음 시즌에도 입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은 패션 브랜드도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많이 만든다.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는 브랜드도 많다. 트럭 방수포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가방, 버려진 PET병을 모아 만들었다는 셔츠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하지만 기자는 옷을 소비하는 횟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 2020년 2월 발표한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 패션 트렌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이 꾸준히 등장하고, 의류를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기업과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맥킨지 뉴 에이지 컨슈머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가 제품 구매 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내가 입는 옷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기자가 요즘 관심 갖는 질문 중 하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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