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인터뷰
“기후위기는 공동의제...지역 시민들과 함께 해야”
“여러 사람이 함께 할수록 힘과 활력이 생긴다”
“시작하는 한 걸음이 없다면...미래도 변화 없다”
“이미 올라간 탄소는 바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서울 송파구의 비영리·공익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모였다. 기후위기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한 달에 한 번 캠페인을 통해 환경 관련 활동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 4월,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활동가들이 함께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당시 모습.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비영리·공익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한 달에 한 번 캠페인을 통해 환경 관련 활동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 4월,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활동가들이 함께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당시 모습.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서울 송파구의 비영리·공익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모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한 달에 한 번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환경 관련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전 지구적인 의제다.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개인의 실천, 기업의 변화, 정부의 지원, 세계적 협력이 두루 이뤄져야 달라지는 날씨가 불러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 개인들은 이런 활동을 누구와 함께 하면 좋을까?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활동가들의 행보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힌트가 된다. 

구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활동가들이어서 이들의 행보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마을 단위의 환경 실천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의 이슈를 기후위기와 관련된 시선으로 짚어보며 인근 지역과도 그 시선을 함께 나눈다. 말하자면, 작은 지역 단위의 ‘풀뿌리 환경운동’이다. 이들은 어떻게 만났고 무슨 일을 하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활동가들과 나눈 문답을 아래 소개한다.

 

“기후위기는 공동의제...지역 시민들과 함께 해야”

출발은 서울 동남권 지역 비영리·공익 활동가 단체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2021년에 함께 활동할 공동의제를 ‘기후위기’로 정하고 지역시민들과 함께 관련 문제를 나누기 위해 한 달에 한번씩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역 내 10여 곳의 단체들이 이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을 ‘준비하는’ 시민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는데요 어떤 분들이 모여 무슨 활동을 하는지 먼저 소개해주세요

지난해 2020년 3월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가 송파구 오금동에 개소했습니다. 비영리공익활동을 하는 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함인데요, 이후 해당 지역(강남, 강동, 서초, 송파)에 비영리·공익 활동가·단체의 모임인 워킹그룹이 시작됐습니다. 송파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단체 중 활동에 동의해 주신 분들과 모임을 시작, 2020년에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육과 공론장 주제를 정해 활동을 진행하고, 올해는 함께 활동할 공동의제를 기후위기로 정하고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 아직 시민행동이 정식으로 출범(?)한 건 아니고 그런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네. 기후위기라는 공동의제는 일부 단체의 개별 활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많은 송파시민들과 나누고 더불어 활동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캠페인과 홍보를 진행하는 가운데, 송파에 거주하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정식 출범을 목표로 고민하며 활동 중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시민 연대체 이름이 익숙한데요, 혹시 그곳과도 어떤 관련이 있나요

기후위기의제에 대한 활동을 고민하며, 우리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지역단체나 활동가들이 궁금했습니다. 기후위기행동과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활동을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활동내용을 공유하고 SNS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마 송파구에 거주하거나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은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남권NPO지원센터 개소 이후,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및 활동가 분들께 제안드리고 함께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 의제와 활동에 동의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안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참여하는 단체는 송파시민연대, 위례시민연대, 일상문화협동조합 퍼스트페이지, 행복누리사회적협동조합, 송파 아이쿱 생협, 한살림 송파지구, 솔이자연사랑, 청소년노동인권강사모임 송송, 파란하늘방과후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지속적으로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단체나 모임 시민들을 만나고 연대해갈 계획입니다.

요즘 가장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한 달에 한 번 시민행동 캠페인입니다. 4월 22에는 지구의날 캠페인을 진행했고 5월 17일에 채식만세 캠페인, 그리고 6월 5일에는 환경의날 온라인 환경영화제를 기획했습니다. 7월에는 환경생태 플로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 세계적인 의제다.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하지만 더 많은 실천이 필요하다. 이들은 “쓰레기재활용과 탄소중립 등의 문제는 우리집 앞마당부터 마을 단위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단위의 실천이 마을과 지역에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 세계적인 의제다.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하지만 더 많은 실천이 필요하다. 이들은 “쓰레기재활용과 탄소중립 등의 문제는 우리집 앞마당부터 마을 단위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단위의 실천이 마을과 지역에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여러 사람이 함께 할수록 힘과 활력 생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 세계적인 의제다.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하지만 더 많은 실천이 필요하다. 이들은 “쓰레기재활용과 탄소중립 등의 문제는 우리집 앞마당부터 마을 단위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단위의 실천이 마을과 지역에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국가적이고 또 세계적인 이슈지만 한편에서는 개인들 역시 실천해야 할 부분들이 많겠지요. 같은 지자체, ‘동네분들’이 함께 모인다는 건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송파’라는 울타리가 여러분께는 어떤 의미이신지 궁금합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인 의제로 함께 연대하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죠.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고민하고 실천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할수록 활동에 힘이 생기고 실천에 활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로깅을 혼자 활동한다고 하면 많이 어색하겠죠? 함께 걸으면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송파둘레길과 공원엔 이미 많은 분들이 여러 모임에서 플로깅을 진행하시는 걸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거에요.

송파를 기준으로, 지역 주민이 함께 활동 함으로서 더 깊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들은 뭐가 있을까요

특히 쓰레기 재활용과 매립, 탈석탄·탄소중립의 문제는 우리집 앞마당부터 마을 단위로 지역에서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파는 대단지 아파트가 주거단지가 많아요.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쓰레기 재활용이나 주거환경에 관심이 많죠.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파기후시민행동이 그런 실천 활동에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지역내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공간을 후원하고 한살림 송파지구, 송파미디어공작소 등 지역 내의 기관이나 단체들과도 꾸준히 소통하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강동구나 강남구 같은 이웃 지자체와도 관련 교류가 있나요

네. 각자 고유의 활동도 있지만, 서로의 활동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각 분야 활동가 단체마다 교류도 있고,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의 교육지원 사업, 공론장, 활동컨퍼런스 각 지역(강남, 강동, 서초, 송파)의 워킹그룹 소식을 센터블로그와 워킹그룹 단톡방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청과도 환경 관련 협업 등이 이뤄지고 있는지 혹시 앞으로 그런 계획들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지자체에 건의하고 싶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목소리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셔도 좋고요

아직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의 이름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단계는 아닙니다. 우선은 단체나 활동가분들이 자발적으로 협치사업이나 주민자치사업, 마을활동으로 환경관련 의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송파시민분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송파구청에서도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모였으니 이웃 주민에게도 기후변화대응 관련 실천을 권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겠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환경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하는 활동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해나갈 계획인가요

개인 단위의 실천부터 함께 활동하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활동으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쓰레기 수거율은 높지만 송파에서는 얼마나 재활용되고 소각·매립되는지? 대단지 아파트나 건물이 지어질 때 얼마나 환경친화적으로 건설되고 환경이 보존되고 있는지? 탈석탄·넷제로를 위한 정책으로 구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질문에 지역사회가 성실하게 답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자 합니다.

송파구에 사는 사람 중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관심이 있고 또 시민행동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인스타그램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으로 들어오셔서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기자님과의 첫 만남도 이렇게 이뤄졌지요. (기자는 송파구 거주자로, 인스타그램에서 환경 관련 콘텐츠를 검색하다 이들을 접하고 DM으로 연락했다) 

지난 5월 진행한 채식 관련 캠페인 당시 모습.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5월 진행한 채식 관련 캠페인 당시 모습.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시작하는 한 걸음 없다면...미래도 변화 없다”

이들은 지난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5월에는 하루 한끼 채식을 실천하자는 캠페인으로 시민들과 만났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 5일에는 환경의 날을 맞아 온라인 환경영화제도 진행했다. 활동가들은 “한 사람, 한 단체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시작하는 한걸음이 없다면 미래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민들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지구의 날 전후로 ‘제로웨이스트’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시민들의 참여는 애초 기대와 비교해 어땠나요

처음 시작하는 캠페인이라 기존에 참여하고 계신 단체의 단톡방으로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시작인 만큼 활동하는 단체나 활동가분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를 부탁드렸습니다. 최대 50인 키트를 예상하여 신청을 받고, 9번의 활동과 40여 명의 참여로 활동이 마감되었습니다. 참여하셨던 분들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고,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에 정보를 함께 공유했으면 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의 제로웨이스트 점수도 체크 해보고, 내가 실천할 약속도 함께 적어 공유했습니다.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시고, 아이들과 함께 진행해보겠다고 말씀주시기도 했습니다.

5월에는 채식만세 캠페인을 시작하셨죠 하루 한끼 채식을 실천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저도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멤버분들 중에 환경적인 이유로 채식 비율을 높인 분들이 많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습니다. 5개의 거점에서 31개의 채식키트도 모두 수령해가셨구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부분적 채식이나 채식을 하시고 있어요. 같은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는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얘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채식 위주 식단이 환경에 도움 되는 이유를 한번 소개해주신다면요

우리가 먹기 위해 사육되는 소, 돼지, 닭 등 동물의 사료로 대량 단일 생산되는 순환체계가 자연생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내가 하는 하루 한끼 채식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까 고민도 되겠지만, 내가 우리가 되고 전세계 사람들이 동의한다면 30% 이상의 육식 감소가 있을 겁니다. 동물들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도 줄어들고, 단일작물생산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불과 독자님들의 8~9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우리가 하는 식습관이 얼마나 육식화 되었는지 외식이 늘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6월에는 그러면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또 진행하시나요, 앞으로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지난 6월 5일에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온라인 환경영화제를 진행했습니다. ‘내일’과 ‘모따이나이키친’ 이라는 두 편의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로웨이스트는 못하고) 로우웨이스트라도 해보려고 하는데요. 분리배출 열심히 하고 쓰레기 덜 버리려고 노력해도, 1층에 잔뜩 쌓인 다른집 쓰레기를 보면 기운이 탁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나 혼자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혹시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경우는 없었나요

공감합니다. 한 사람, 한 단체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시작하는 한걸음이 없다면 미래도 변화가 없을거에요. ‘제로웨이스트, 넷제로가 정말 가능해?’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경제학자 장하준의 메모를 생각합니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사람 취급을,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물줄기를 바꾸니까, 여러분들의 활동도 그런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겠지요. 그럼 이렇게 여쭤보면 어떨까요. 기대하는 만큼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나요

직접행동으로 보여지는 것, 그리고 생활을 바꾸는 것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을 느낍니다. 장바구니와 용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 채식을 즐겨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 샵도 점점 늘어나고,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고, 훨씬 비싸지만 생분해 비닐봉투와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상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6월 캠페인으로 진행한 환경영화 ‘내일’을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지난 4월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관련 홍보물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4월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관련 홍보물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 올라간 탄소는 바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들은 친환경 실천이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쓰레기나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장바구니나 용기를 사용하는 챌린지 등을 예로 들었다. 혹시 누군가 ‘너만 왜 유난이냐?’고 물으면 ‘너는 아직도?’라고 되물은 다음 ‘지금 당장!’이라고 권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미 올라간 탄소는 바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역에서의 이런 활동을 보면서 여러분의 가족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주위에는 ‘용기내 프로젝트’ 같은 걸 직접 해보려고 해도 가족들이 “너만 왜 유난이냐”면서 핀잔을 주는 바람에 위축되어서 실천을 못했다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혼자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정말 용기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함께 하면 든든합니다. 이미 SNS채널을 통해 많은 챌린지가 진행 중이에요. 쓰레기줄이기, 전기사용줄이기,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장바구니와 용기사용 등이요, ‘너만 왜 유난이냐?’는 질문엔 이제 ‘너는 아직도?’라는 의문과 ‘지금 당장!’이라는 권유가 필요할 것입니다. 파리기후협약에 넷제로 2050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절박함을 담은 약속입니다. 이미 올라간 탄소는 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에 장기간 체류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축한다 하더라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환경은 이제 미래의 아닌 현재의 문제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실천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인 물건을 만들고 정부가 자원순환 구조를 잘 갖춰야 하는 문제도 있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어려운 과제 앞에서, 여러분이 기업이나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뭔지 들려주세요

자원순환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법과 제도로 만들어 질 때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요.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들려면 일회용품에 환경부담금이 더 늘어나야 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에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사용하고 지역에서 순환하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 대체 가능한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민 개개인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일들이 있겠죠. 일회용품을 덜 쓰고 쓰레기를 제대로 잘 버리고,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텐데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효과가 큰 행동이 있다면 그건 뭘까요

덜 사고, 덜 먹고, 덜 쓰는 것. 예전엔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했죠? 정말 필요한 물건일까 고민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육식을 한 끼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 많은 분들이 실천하고 있지만 한 가지씩 더 늘려 나가길 제안 드립니다.

요즘 2050탄소중립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평균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그 시기의 지구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고요. 여러분은 2050년의 지구가 어떨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또 상상하시나요

2050년까지 넷제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활동하는 도시와 국가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은 OECD국가 1위입니다. 도시텃밭, 지역화폐, 쓰레기 매립이 아닌 재순환...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조금 더 많이, 정말 더 속도를 내서 계획을 추진해 나갔으면 합니다.

정리해서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지금 당장 함께 해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만나요. 송파기후위기시민행동 인스타에 놀러오세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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