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미래차·수소경제 관련 광폭 행보
취임사 다시 보니 “ 친환경 에너지원 필요성 높아진다”
글로벌 전기차 강자, 수소생태계 조성 박차

환경에 대한 관심이 소비시장의 큰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쓰레기와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고 나선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거리로 나가 직접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지만 더 필요한 게 있습니다. 기업의 변화입니다. 소비자들의 작은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만들면 기후변화 대응도 탄소중립도 한 발 더 가까워집니다.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CEO의 주도로 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선언한 기업, 최근 들어 환경 관련 행보를 늘려가는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는 친환경 미래차와 수소경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입니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현대자동차 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 친환경 미래차 산업과 수소경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현대자동차 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자동차는 탄소 저감 이슈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차 비율을 줄이고 전기와 수소 등으로 에너지원을 전환하기 위한 발걸음을 걷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 친환경 미래차 산업과 수소경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수소 경제와 미래차 시장 등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SK그룹, 포스코그룹, 효성그룹과 함께 9월 중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8일(현지시각)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가 주관하는 어워즈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오토카는 1895년 세계 최초로 발간된 자동차 전문지다. 오토카는 정 회장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N 브랜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취임사 다시 보니 “ 친환경 에너지원 필요성 높아진다”

현대차의 친환경 미래차·수소경제 관련 행보는 정의선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14일 취임사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물론,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 인류의 생활방식과 수요의 변화를 한층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 4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새해 메시지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등의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정 회장은 “글로벌 친환경 선두(Tier 1)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수소 분야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최근 발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 분야와 관련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인류를 위한 수소’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HTWO’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영역의 동력원으로 확대하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전기차 강자, 수소생태계 조성 목표

친환경 미래차와 수소분야 관련 계획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5를 필두로 기아차 준중형 전기차, 제네시스 크로스오버 전기차 등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출시,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돼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국내기준)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들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도 가속화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까지 국내에 초고속 충전소 20개소를 직접 설치하고,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망을 더욱 확대한다. 해외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전략투자한 유럽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기업 ‘아이오니티 (IONITY)’를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시장별 상황 및 특성에 적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춘다.

수소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선박, 발전기, 열차의 동력원으로 공급을 확대한다. 최근 공개한 수소에너지 신사업 브랜드 ‘HTWO(에이치투)’도 그 일환이다.

이들이 자동차 분야에만 국한된 활동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UNDP(유엔개발계획)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교통, 주거, 환경 등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낙후된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 가로등을 스스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솔루션 등이 돋보였다. 노후화된 미니 전기 버스에 고효율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핀테크 플랫폼 솔루션,  북극의 얼음을 다시 얼릴 수 있도록 고안된 기술에 대한 솔루션 등도 주목 받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가 유엔개발계획(UNDP)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공개한다. 태양광을 활용한 가로등, 녹아내리는 극지대의 얼음을 다시 얼리는 기술 등 환경 관련 내용들이 돋보인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자동차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솔루션도 공개한 바 있다. 태양광을 활용한 가로등, 녹아내리는 극지대의 얼음을 다시 얼리는 기술 등 환경 관련 내용들이 돋보인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미래차 분야에서의 폭넓은 행보 주목

정의선 회장은 최근 재계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11월 사이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직접 회동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재계 총수 모임 등을 제외하고 두 사람이 사업상 따로 만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약 한달 후인 지난해 6월에는 구광모 LG회장과 만났다. 당시 이들은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전기차 분야에서 이미 협력관계를 맺은 사이다.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다. 오는 2022년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양사는 전기차·배터리 분야 핵심기술 역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정의선 회장은 이후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등을 만났다. 당시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11월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났다. 이들은 경기 의왕시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서 회동했다. 이날 모임은 앞서와 달리 언론에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첨단 소재 관련 기업으로 미래차 관련 소재도 연구·개발하고 있어 관련 논의를 나누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서울경제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량화를 위한 롯데케미칼의 플라스틱 제품군을 살피고자 이날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친환경 미래차 시장과 수소경제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꾸준히 모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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