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꿈꾸는 ‘줍깅’
기업 이미지 홍보 수단 될까 우려도

풀무원재단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지난 5일 진행한 ‘푸른바다 클린업 캠페인’에서 참가한 어린이들이 부산 송도 해수욕장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고 있다. (풀무원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풀무원재단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지난 5일 부산 송도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푸른바다 클린업 캠페인’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해양 쓰레기를 줍고 있다. (풀무원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가치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플로깅을 통해 건강한 지구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자주 전하고 있다. 플로깅은 언제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이제는 신조어라기보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플로깅은 쓰레기를 주우면서 뛰거나 걷는 활동을 뜻해 국내에서는 ‘줍깅’으로도 불린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나가서도 줍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한 장소를 한정하지는 않지만 최근 진행되는 캠페인에서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플로깅이 유독 눈에 띈다. 해양 쓰레기는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순환고리의 끝에서 다시 식탁 위에 오르게 된다. 각 기업에서는 바닷가 플로깅을 통해 개인의 실천으로 전체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꿈꾸는 ‘줍깅’

풀무원 비영리 공익법인 풀무원재단은 지난 5일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함께 부산 송도 해수욕장에서 ‘푸른바다 클린업 캠페인’을 진행했다. 풀무원재단은 행사를 통해 해양 환경보호 필요성에 대한 이론과 바닷가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고 수거한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풀무원재단은 “전세계적으로 매일 일회용 마스크 약 1290억개, 일회용 장갑 650억개가 사용되고 버려진다”며 “이 중 75%가 폐기물로 매립되거나 바다에 떠다니는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다”면서 미세 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지적했다. 

수제맥주 회사 와일드웨이브도 지난 5일 부산 송정에서 ‘WILDSAVE: 같이줍깅’을 진행했다. 와일드웨이브 임직원과 부산, 김해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와일드웨이브에서 준비한 재활용 마대와 집게를 들고 가벼운 조깅과 걷기를 하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스쿼트와 런지 동작을 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와일드웨이브는 특히 캠페인 홍보를 위해 일회용 포스터를 제작하는 대신 맥주 포대를 이용해 다회 사용 가능한 포스터를 만들었다. 와일드웨이브에 따르면 캠페인에 참여한 한 시민은 “줍깅을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쓰레기가 많아서 충격이었고 나부터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도 플로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는 지난 2일 청소년들이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 피켓챌린지와 해변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진행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만큼이나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보람차게 다가왔다”며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고 환경 보호 취지를 알리는 영상을 찍는 등의 여러 활동을 한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언택트 플로깅을 진행했다. 지난 8일까지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러닝 이벤트 ‘런 포 더 오션’을 진행한 것. 아디다스 러닝 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언택트 행사로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행사 기간 내 앱을 켜고 달리기만 하면 이동거리가 측정돼 1km를 달릴 때마다 전 세계 해변과 해안가 등지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 10개가 수거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운동을 앱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 해양 쓰레기가 수거된다는 면에서 플로깅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지난 5일과 6일에는 서울 홍대 매장 인근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시티 플로깅’도 진행했다. 

◇ 기업 이미지 홍보 수단 될까 우려도

플로깅 이벤트를 예고한 곳들도 여럿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사회적 가치 활동 전개를 위한 슬로건 ‘두썸굿’을 론칭하고 오는 20일까지 플로깅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했다. MZ세대 앰버서더 100명을 선정해 이들이 직접 플로깅 장소를 발굴, 참가자를 모집해 진행하는 고객 주도형 비대면 플로깅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이벤트를 통해 총 3000여명이 약 7000여시간, 1만여km의 거리를 함께 달릴 것으로 추산된다.

풀무원재단도 오는 14일부터 내달 18일까지 ‘One for Earth, One for Us’ 인증 이벤트를 진행한다. 자신이 쓰레기를 줍는 뒷모습이나 주운 쓰레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한 후 총 2장 이상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필수 해시태그 5개를 달아 인증하면 된다. 필수 해시태크는 ‘클린업’, ‘1인1클린업’, ‘풀무원’, ‘굿트래블위드메리어트’, ‘페어필드송도’ 등이다. 이후 추첨을 통해 총 15명에게 상품을 증정한다.

플로깅이 트렌디한 환경 활동이 되면서 참여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쓰레기를 줍는다는 메시지보다 기업 이미지 홍보 수단이 되는 경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를테면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모이자고 했는데 오히려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굿즈나 키트를 나눠준다는 식이다. 캠페인의 핵심가치와 동떨어지는 이벤트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안 된다는 시선이다.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줍깅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기업 연계로 이루어지는 플로깅 중에, 환경 자체보다는 굿즈나 회사의 이미지만을 위해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플로깅은 거리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심각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활동이다. 문제 의식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는 면에서 참여도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금 당장 나와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인 만큼 기업 주도 플로깅이 기존 의도나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더욱 다양해지길 기대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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