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줄이려면...제품과 서비스가 변해야 한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여섯 번 째는 조금 더 근본적인 얘기입니다. 쓰레기를 정말로 줄여야 하는 건 누굴까요 [편집자 주]

지난 일요일(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었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 인류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생기고 버려지는 폐기물들이 땅과 물,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 과정을 좀 더 효율화하기 위해 자원을 아끼고, 사용한 자원도 순환 이용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정말로 줄여야 하는 건 기업과 정부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작은‘ 실천과, 그 실천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길 정도의 더 큰 실천을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는 정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는 물건이 달라지지 않는 한, 기업이 유통하는 제품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소비자들의 집에서는 계속 같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쓰레기 없이 주말 살기’ 또는 ‘쓰레기 없이 하루 살기’ 같은 도전을 여러 번 해봤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하루 내내 아무것도 사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활동만 할 때’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의 기준을 ‘언젠가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대하면 그건 불가능한 미션이 된다. ‘적어도 오늘은 버리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도전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치약을 플라스틱 칫솔에 짜서 이를 닦는 일부터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는 고체치약에 대나무 칫솔을 쓰고 있지만, 고체치약도 플라스틱 병에 담겨있다)

어쨌든 하루만이라도 쓰레기를 전혀 버리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해야할 게 많다. 우선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 먹을 수 있는 메뉴도 크게 줄어든다. 배달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고 캔이나 병에 담긴 음료수도 금지다. 라면을 먹으면 비닐포장지가, 햄버거를 먹으면 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음료가 담겼던 용기나 포장재들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 레토르트 식품이나 가정간편식 같은 메뉴도 먹을 수가 없다.

식탁을 정리할 때도 행주를 빨아 사용하고 땀을 닦거나 코를 풀고 싶어도 휴지를 쓰면 안 된다. 화장실에서는 비데만 사용하고 약을 바르거나 얼굴에 뭘 바를 때도 화장솜이나 면봉 같은 것들을 사용하면 안 된다.

장보기도 어렵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겨있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일단 오늘만 넘기고 그 쓰레기를 내일 버린다고 가정해도 비닐에 낱개 포장되었거나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긴 제품들을 손질하면 곧바로 버려야 할 게 잔뜩 쌓인다. 옷을 사도, 신발을 사도, 가방이나 모자를 사도 제품만 생기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함께 생긴다. (물론 버려진다는 의미에서 쓰레기라고 표현했을 뿐, 포장 등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위에 적힌 모든 일을 해내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은 시국에 마스크를 안 버릴 방법이 없다. 물론 마스크 끈 등을 용도에 따라 다시 사용한다는 사람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친환경 다회용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자는 내용의 정책제안을 했지만, 방역 중요성도 여전히 크다.

요약해서 말하면, 사람이 그렇게 사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쓰레기를 줄이려고 주의를 기울일 때마다 얻는 결론이 있다. 경제활동의 모든 단계가 쓰레기와 연결된다는 결론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이 있고 그건 생산과 유통, 그리고 버려진 후 재활용이나 폐기 단계까지 계속 이어진다. 내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는 쓰레기도 물론 문제다.

물티슈 사용 줄이고 손수건을 빨아 써도, 플라스틱 용기 줄이겠다고 바디워시 대신 고체비누를 써도 ‘이게 정말 지구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일회용 용기를 여러번 사용한 다음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 해도 시뻘건 양념이 그대로 묻어 있는 다른 용기와 뒤섞이는 걸 보면 ‘아이고 의미 없다’싶은 기분도 든다. 냄비를 식당에 들고 가서 음식을 포장해오는데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타나면 “먼지가 이렇게 많이 날아다니는데 그릇 하나 줄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싶어서 기운도 빠진다.

쓰레기를 정말로 줄여야 하는 건 기업과 정부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작은‘ 실천과, 그 실천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길 정도의 더 큰 실천을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는 정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는 물건이 달라지지 않는 한, 기업이 유통하는 제품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소비자들의 집에서는 계속 같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게 지금 인류의 숙제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한 실천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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