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너지에 함유된 탄소 따라 세금 낸다?
제품·서비스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 내라는데...
그린피스 “흐름 뒤쫓지 말고 앞서 대응해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서른 다섯번째 순서는 탄소세와 탄소국경세입니다. 누가, 언제 내는 세금이고 경제에는 무슨 영향을 미칠까요? [편집자 주]

요즘 ’탄소세‘가 이슈다. 탄소에 세금을 붙인다는 의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탄소세‘가 이슈다. 탄소에 세금을 붙인다는 의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탄소세‘가 이슈다. 탄소에 세금을 붙인다는 의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뉴스에 종종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단어도 있다. ’탄소국경세‘다. 탄소에 어떻게 세금을 매기고, 그 탄소는 나라별 국경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의미인지, 이런 세금은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기본 개념부터 잡자.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 이해하기 쉽다. 산업부는 지난 4월 블로그 산소통(산업통상자원부 소통채널)에서 탄소세를 ’환경부담금‘에 빗대어 소개했다. 당시 산업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것처럼, 생산자에게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탄소세와 탄소국경세에 대해 언급했다. 쉽게 말하면 탄소에 세금을 매겨서 조금 더 아껴 쓰도록(?) 하자는 취지다.

산업부 설명에 따르면,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제품 제조과정 등에서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내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종량세‘다. 쓴 만큼 세금을 낸다는 의미다. 사용한 만큼 돈을 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탄소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게 탄소세의 기초 개념이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상품·서비스가 수출될 때 적용하는 무역관세다.

◇ 화석에너지 속 탄소 따라 세금 낸다?

그러면 이번에는 사전적인 의미를 조금 더 짚어보자.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탄소세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에 함유된 탄소량에 기초하여 부과하는 일종의 환경세”다. 환경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탄산가스 방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뜻”에서 탄소세가 만들어졌다고 소개한다.

해당 사전에 따르면, 탄소세의 목적은 화석연료의 소비억제 내지는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고, 거두어진 세금을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함과 동시에 경제적 효율을 증진하는 것이다. 핀란드가 1990년 1월 처음 도입한데 이어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0%를 배출하고 있으나 아직 탄소세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탄소세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않는 배경은 뭘까.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문제여서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이 있다. 재계에서는 탄소세가 부과되면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3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세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전경련은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은 탄소세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시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연간 7.3조원에서 36.3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2019년 기준 전체 법인세수(72.1조원)의 10.1%~50.3%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저탄소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저탄소화 관련 기술개발 연구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성장동력 기술 대상 포함을 통한 R&D 세제지원, 재교육을 통한 기존 일자리 전환 등 투자와 지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조사결과,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는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만 약 6,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피스 조사결과,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는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만 약 6,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제품·서비스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 내라는데...

그렇다면 탄소국경세는 어떨까. 탄소국경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상품·서비스가 수출될 때 적용되는 무역관세 중 하나다. 산업부가 블로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이 가장 활발하게 탄소 국경세 도입 준비를 하고 있다. EU는 지난 2018년 12월 ‘유럽 그린딜’ 전략을 발표하고, 늦어도 2023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유럽연합이 한국 등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 탄소관세를 부과한다면 과연 국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올해 1월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린피스는 탄소국경세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EY 한영회계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한국 주요 수출국인 EU와 미국, 그리고 중국이 모두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는 가정하에 진행했다.

조사결과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는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만 약 6,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가 더 강화되는 2030년에는 1조 8,700억여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시 그린피스는 수출산업을 향해 크게 3가지 내용을 조언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통해 전력망을 저탄소화하고, 그린수소와 풍력발전 등 저탄소 공정 및 신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업종별 특성에 맞는 정보 공시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그린피스 “흐름 뒤쫓지 말고 앞서 대응해야”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전력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낮아져, 이를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산업계의 경우 탄소국경세 대응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탄소국경세 부과세 산정에 있어 전력망 탄소배출 수준이 반영돼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린피스는 이에 대해 “기업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원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린수소와 풍력발전 등 저탄소 공정 및 신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지원에 대해서는 “이차전지, 태양전지, 스마트그리드 등은 경쟁력 있는 기술 수준에 근접했으나 풍력발전,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기술 등은 상대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탄소 설비 투자 확대 및 저탄소 신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그린피스는 “ESG 투자자 대응 필요성이 늘면서 정부 및 기업들의 기후정보 공시 이니셔티브 참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전제하면서 “업종별 특성에 맞는 정보 공시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역량을 내재화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탄소국경세를 향한 시선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린피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탄소국경세는) 기후위기 상황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존립을 위해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조치이자 대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마냥 뒤쫓아 갈 것이 아니라 보다 앞서 대응하고 적응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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