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비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대할 때 사람들은 자주 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기준으로 바라보고 평가한다. 동물성 소재와 얼마나 유사한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건 실제로 비동물성 소재로 먹을 거리와 옷과 가방을 만들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기자는 최근 식물성 지향 식품 기업과 비건 패션 브랜드를 취재했다. 각 브랜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사에서 출시한 제품에 대해서 “고기나 동물 가죽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식물성 소재 그 자체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동물성 소재 식품은 거의 육가공을 대체한 ‘대체육’이라고 불린다. 다수의 제품이 ‘고기 맛에 가까운’, ‘고기 식감과 비슷한 결’, ‘고기 같은 육즙’ 등 수식어로 홍보되고 있다. 대체육이 의미하는 바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대신할 고기를 말한다. 육류 수요를 대체할 대안이라는 면에서 기업들도 고기인지 대체육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기와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서는 식물성 제품을 출시할 때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기보다 다양한 단백질 가운데 식물성 단백질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기를 모방하고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식품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대로라면 소비자 역시 고기 대신이 아닌 식물성 소재 자체로 식품을 볼 필요가 있다. 두부텐더를 먹을 때 두부 맛을 기대하면 맛이 있지만 치킨 맛을 기대하면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것처럼 애초에 고기를 기준으로 모방한 제품을 먹는다는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비건 패션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관점을 제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비건 소재가 동물성 소재보다 기능적인 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관계자는 ‘인식의 문제’라고 의견을 일축했다. 비동물성 소재마다 각각의 특성과 물성이 있는데 이 특징을 이해할 때 오리털이나 가죽 등 동물성 소재와 비교하게 되면 소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실크를 보면서 소재의 약함보다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것처럼 식물성 소재가 가진 특성 자체를 이해해야만 시장이 더 넓어지고 오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나 동물성 소재에 가까운지가 기준이 되면 멀리 갈 수 없다. 동물성 소재와 식물성 소재는 각각 특성이 다르고 장단점이 다르다.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그 사이에서 그 동안 소비해온 ‘동물성 제품’이 기준이 되면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은 가려지게 된다. 

비동물성 소재로 옷과 식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들은 그들의 타깃이 완벽한 비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고기만 먹는 것에서 건강적인 염려와 환경적인 죄책감을 갖는 사람들, 가죽을 입고 걸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이는 사람들,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사람들이 그들의 타깃이라고 했다.

그래서 비동물성 소재를 선택해 만들어진 제품은 차선책이 아닌 최선책이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기존 제품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기를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역시 제품을 볼 때 흉내 내기를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 이를테면 건강과 환경에 대한 염려를 덜고 싶을 때 그들이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