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비건 뷰티 브랜드가 만든 제로 스테이션
재활용 우수 등급 용기 사용...리필은 PCR에서 개인 용기까지 가능
플라스틱 뚜껑 업사이클링해 굿즈로 판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전경.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망원동에 가면 유명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이 있다. 이 상점에 최초로 입점한 브랜드가 있다. 천연 성분과 비건 유래 원료를 사용하는 유기농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다. 이들이 가로수길에 제로 스테이션을 열었다. 화장품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그 힌트를 얻어보려 매장에 직접 가봤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브랜드 체험관에서도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이긴 했지만 당시 2층에 위치했던 터라 접근성이 떨어져 올해 1층으로 옮기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담았다고 한다. 

◇ 클린&비건 뷰티 브랜드가 만든 제로 스테이션

아모라티카 제로 스테이션에서 운영하고 있는 리필 공간.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은 신사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이었다. PE, PP, 투명 페트, 유색 페트, 플라스틱 병마개, OTHERS, 유리, 텀블러 등 재질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돼 있는 수거함이었다. 여기에서 분리배출된 용기들은 선별과정을 거쳐 아로마티카 제품 용기로 재활용된다고 했다. 플라스틱 병 마개의 경우 색깔별로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비누 받침대로 재탄생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야외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도 모두 폐유리나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한 제품이었다. 조경은 라벤더나 로즈마리 등 브랜드 콘셉트인 허브로 꾸며놨다. 아로마티카 관계자 말에 따르면 아로마티카에서 선보이고 있는 가구들은 모두 업사이클링 전문 작가와 협업해 2층에서 쓰던 가구를 분쇄해 다시 만들거나 폐마스크나 폐유리를 재활용한 것이다. 

분리수거함을 지나 입구로 들어가면 정면으로 아로마티카 티 카페가 보인다. 티 카페에서는 브랜드 특성을 반영해 커피 대신 허브티만 판매하고 있었다. 일반 카페와 다른 점은 또 있었다. 일회용 컵이 아예 없다는 것. 대신 기부 받은 텀블러를 테이크아웃 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개인 텀블러 이용 시 모든 음료를 3000원 할인하고 텀블러 기부 시에는 음료를 반값에 제공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텀블러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컵이나 비닐백이 따로 없어서 기부 받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며 “일부러 텀블러를 기부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분들도 있어서 텀블러를 기부하면 음료를 할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계산대 앞 작은 진열대에서는 다회용 포장재, 과자봉지로 만든 코스터, 소창 다시백, 삼베 수세미, 갈대 빨대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브랜드별로 따지면 17개 친환경 브랜드 제품을 판매 중이라고 했다. 

실내에서도 역시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의자, 스툴, 잔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플라스틱이 아닌 흙과 종이로 만든 의자부터 박스를 활용한 벤치, 유리를 업사이클링한 잔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 재활용 우수 등급 용기 사용...리필은 PCR에서 개인 용기까지 가능

(왼쪽부터) 아로마티카 스토어, 투명한 비닐 리필팩, 초록색 병에서 투명 용기로 바뀐 로즈마리 스칼프 샴푸 용기.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아로마티카 스토어, 투명도를 높인 비닐 리필백, 초록색 병에서 투명 용기로 바꾼 로즈마리 스칼프 샴푸 용기.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의외로 눈길을 끈 것은 아로마티카 스토어였다. 카페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스토어에서는 아로마티카 전 제품을 한 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아로마티카 측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한 페트병과 유리병으로 만든 용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용기는 투명하게 만들고 잘 떼어지는 라벨을 붙였다. 뚜껑도 분리가 불편한 펌프 대신 단순한 캡을 사용해 재활용이 쉽도록 하고 100% PP 소재를 활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장품 제품들은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았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는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인 로즈마리 스칼프 샴푸의 용기를 기존 초록색에서 투명하게 바꿨다”면서 “초록색 병도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한 친환경 용기였는데 이를 투명 용기로 바꾼 것”이라고 진화 과정을 설명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리필백도 초기 불투명 비닐에서 현재 투명한 비닐로 바꿨다. 400ml 샴푸 기준으로 보면 리필백을 사면 본품 대비 70%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튜브의 경우 종이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속에는 결국 비닐이 들어가게 돼 차라리 비닐 사용량을 줄이기로 하고 비닐 겹수를 줄였다고 했다. 

(사진) 화장품 맞춤 조제 관리사가 내용물을 리필하는 과정. (시계 방향으로) 용기 소독, 입구 소독, 공기 접촉 잔여물 빼내기, 원하는 용량만큼 덜기, 무게 확인, 품목·용량·사용기한 등 제품 정보 제공.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 맞춤 조제 관리사가 내용물을 리필하는 과정. (시계 방향으로) 용기 소독, 리필 기계 입구 소독, 공기 접촉 잔여물 제거, 원하는 용량만큼 소분, 무게 확인, 품목·용량·사용기한 등 제품 정보 제공.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을 리필할 수 있는 제로 스테이션은 스토어 바로 옆, 매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샴푸, 컨디셔너, 오일, 젤, 토너 등 약 18종의 아로마티카 베스트 제품을 빈 용기에 리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수동으로 펌프를 누르는 방식이 아닌 기계를 사용한 자동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필은 어떤 용기를 가져오든 이용이 가능하지만 필요에 따라 화장품 맞춤 조제 관리사가 세척 또는 건조와 소독 후 리필을 돕고 있다. 스토어 옆에 수전이 따로 마련돼 있어서 제품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용기 세척까지 가능하다. 만약 빈 용기가 없다면 현장에서 유리나 플라스틱 PCR 용기를 구매해 리필할 수 있다. 

리필 과정은 이렇다. 용기 소독 후 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화장품 맞춤 조제 관리사에게 요청하면 용기 무게를 잰다. 이후 해당 제품이 나오는 기계 입구를 소독, 입구 쪽 잔여물을 일부 빼낸 뒤 원하는 용량만큼 덜어준다. 리필이 끝난 뒤에는 무게를 재고 구매한 품목과 용량, 사용기한 등 제품 정보를 종이에 써서 제공한다. 

리필 시간은 내용물의 점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리필을 하는 동안에는 벽면에 있는 환경 정보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로 스테이션 벽면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와 그렇지 않은 용기, 재활용 플라스틱인 PCR 용기로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 있다. 아로마티카에서 100% PCR 용기를 사용해 절감한 플라스틱 양은 지난해 기준 81톤, 탄소 배출량은 137톤이라고 했다. 나무로 따지면 2만5000그루를 심어야 하는 양이다. 

한편 제로 스테이션 옆으로는 아로마테라피 존이 마련돼 있다. 실제 화장품에 적용되는 다양한 원료 추출법과 에센셜 오일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시향을 하고 색깔 테라피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플라스틱 뚜껑 업사이클링해 굿즈로 판매

플라스틱 방앗간 가로수길점에서는 입구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뚜껑을 업사이클링해 다양한 굿즈를 연구하고 제작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방앗간 가로수길점에서는 매장 입구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뚜껑을 업사이클링해 다양한 굿즈를 연구하고 제작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마지막으로 살펴본 공간은 플라스틱 방앗간이었다. 제로 스테이션을 나와 짧은 복도를 지나면 플라스틱 방앗간이 나온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협업해 만든 이곳에서는 평소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 뚜껑을 업사이클링해 다양한 굿즈를 연구하고 제작하고 있다. 다만 기계 조작에 위험과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굿즈 제작까지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체험을 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고 리사이클링 과정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해둔 공간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플라스틱 사이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현재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병뚜껑을 수거해 분쇄해 플레이크를 제조, 사출 작업을 통해 굿즈를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펠릿으로 만들어서 재활용 용기로 제작, 이를 다시 아로마티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별장에서는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이 되지 않는 품목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도 소각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아로마티카는 이런 경우가 없도록 직접 분리배출한 것을 모아 전기차에 실어서 분쇄하는 업체로 보낸 뒤 용기를 만들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은 비건 화장품과 친환경 굿즈를 판매하는 상점부터 리필 공간, 테라피 존, 플라스틱 방앗간, 티 카페 등 같은 제로 스테이션 안에 다양한 지속가능성 이슈를 던지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리필 스테이션이나 제로 웨이스트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재활용 벽돌이나 업사이클링 가구로 내부 인테리어를 완성한 것에 자주 시선이 갔다. 내용물의 가치와 용기의 가치를 일치시킬 무한 플라스틱 싸이클이 어떻게 완성되어 갈지 궁금해진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